한강의 어도가 물고기를 살렸다

admin

발행일 2009.06.26. 00:00

수정일 2009.06.26. 00:00

조회 2,743



시민기자 정연창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지난 달 10일부터 28일까지 19일 동안 한강 본류에서 어종 조사를 실시한 결과, 잉어, 메기, 쏘가리, 뱀장어, 학공치 등 총 37종의 물고기를 확인했다고 지난 6월 7일 밝혔다. 이번 어종조사에서 황복이 발견되고, 깨끗한 물에서만 사는 잉어과 물고기인 모래무지도 모습을 드러냈다. 또한 우리나라에만 서식하는 고유 물고기인 중고기, 참중고기, 가시납지리, 줄납자루 등도 발견되어 한강이 오염되기 전인 1950년대의 80여종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한강물이 맑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는 한강 지류를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하고 하천을 정비하면서 강물이 많이 맑아진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어도가 역할을 충실히 해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잠실수중보에 만들어진 물고기길 어도를 통해 물고기가 상·하류를 쉽게 오가며 알을 낳게 돼 어종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어도는 말그대로 물고기들에게 길이 되어주고 있었다. 잠실대교 아래에 설치된 수중보의 높이 때문에 상류로 올라가지 못하던 물고기들이 어도를 통해서 자유롭게 이동한다. 어도관리소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수중보 때문에 이동을 못하던 물고기 종류는 무려 22종이었는데, 물고기 길의 개통으로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해졌다"고 한다.

그날 따라 잠실수중보 아래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어도 관람대에서 바라보는 수중보의 물줄기가 시원하여 이곳은 여름날 한강을 찾는 시민들의 명소가 되었다. 또한 물고기가 물속을 이동하는 모습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수중전망대도 있어 어린 학생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고기를 보려고 모여들었다.

자연을 배려하는 삶은 이렇게 우리의 생활을 더욱 풍성해지게 한다. 어도는 인간이 자연을 위하는 아주 작은 배려일 뿐이지만 거기에 반응하는 자연의 변화는 실로 놀랍다. 하류에 서식하며 상류로 못 올라가던 11종의 어류(철갑상어, 문어 등)와 상류에서 하류로 못 내려오던 어류(납자루, 버들매치, 두우쟁이, 참미자 등)가 바로 이 어도를 통해서 이동이 가능해져 한강의 수중생태가 복원되는 데까지 이르는 것이다.

그러나 생태환경이 복원되었는데도 시민의식은 한참 개선되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고기길 어도를 통해서 이동하는 참게를 몰래 잡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실제로 산란기가 되면 어도에서는 참게들의 이동을 확인할 수가 있는데, 곳곳에 참게를 잡지 말라는 안내팻말이 눈에 뛰어 안타깝고 서글펐다.

물고기길 어도의 개통으로 한강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2006년 어도 개통식 때 누군가 예언했던 대로 그동안 한강에는 의미 있는 변화가 많이 일어났다. 앞으로도 변해가는 한강은 사람과 자연이 한데 어우러져 12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서울의 대표적 명소로 자리잡아 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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