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내음

admin

발행일 2006.10.12. 00:00

수정일 2006.10.12. 00:00

조회 1,165



시민기자 노진헌

일상으로의 복귀는 늘 그렇듯 별로 신나지 않는 일이다. 여느 해보다 길었던 이번 추석연휴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 날씨도 약간 쌀쌀해졌다. 예전에는 추석빔하면 어머니가 늘 두터운 옷을 사주셨던 것으로 기억이 나는데, 올 추석은 유난히도 기온이 높았다.

지난 추석 연휴 동안 평소엔 보지 못하고 지나쳤던 것들을 눈여겨보았다. 가을 하늘은 어떤지, 열매를 맺는 나무에는 어떤 것들이 매달려 있는지, 한층 여유로워진 사람들의 표정 등등....

가로수로 많이 심어져 있는 은행나무 밑에는 어느 길을 지나든 어김없이 은행이 떨어져있다.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은행이지만, 이 즈음 은행나무 밑을 지날 때면 어찌나 냄새는 고약한지... 올해 서울의 감나무에 매달린 감들은 날씨 때문인지 일부만 감색이 됐을 뿐, 아직도 반 정도는 초록으로 덮여있다.

서울에서는 초록색 잎사귀 사이에 작게 매달려있는 대추도 불그스름해지며 단내나는 속살을 채우고 있다. 지난 추석에 모처럼 찾은 시골의 밤나무 밑에서 떨어진 밤을 주워 챙기느라 바빴고, 옥상에 올라 쨍한 날씨와 살랑대는 바람을 즐기는 오랜만의 여유도 누렸다.

올해는 강수량도 적고 평년보다 기온도 높아 단풍이 덜 예쁠 것이라고 한다. 가을은 단풍들어 낙엽 떨어진 거리의 쓸쓸함과 모든 것이 높아진 파란 하늘 아래 풍성함이 느껴지는 두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일상으로 돌아와 별로 신날 일이 없다고 해도 1년 중 며칠 안 되는 이 가을날의 분위기, 냄새, 운치를 좀 느끼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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