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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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6.08.25. 00:00
시민기자 이혁진 | |
‘하이서울 뉴스’를 통해 윤달을 맞아 분묘개장 유골화장 수요가 많을 것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무덤의 유골을 꺼내 다시 화장하는 풍습으로 예부터 윤달에는 그것을 널리 허용해 왔다는 전통 때문이다. 이 기사는 윤달의 세시풍속이 아직도 얼마나 우리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지 일깨우는 대목으로 관계기관이 화장을 돕겠다는 내용으로 환영하고 싶다. 윤달(閏月)은 음력으로 1년 12달 외에 한 달이 덧붙이는 달로 공월(空月), 덤달, 썩은달 등 여러 표현으로 불렀다. 어렸을 때 윤달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지만 이를 제대로 이해하게 된 것은 사실 결혼할 무렵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윤 2월이니 윤 3월이니 해서 결혼을 앞둔 시점에 어른들의 윤달 이야기는 풍성했다. 나에겐 생경했지만 그들에겐 때가 되면 마치 금과옥조처럼 지켜야하는 전통이자 문화였다. 좋은 날짜를 택일해야 하는 어른들로서는 이런 저런 고민을 해결해 주는 윤달이 여간 반가운 게 아닌 모양이었다. 결혼은 윤달을 보다 좋게 여기는 계기가 됐지만 점차 윤달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친근한 대상으로 다가 왔다. 올해는 윤달이 양력 8월 24일부터 9월 21일까지로 음력 7월에 이어 윤 7월이 다시 시작돼 예년과 달리 추석이 10월 초순에 걸려있다. 윤달의 의미는 그 기간에 삼라만상을 움직이는 자연과 우주의 섭리가 잠시 멈추는 시간으로 인간이 하는 일에 부정을 타지 않고 액이 끼이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다. 그래서 윤달의 풍습은 묘의 이장, 결혼, 이사나 수리 등 대소사는 물론 수의(壽衣)를 장만하는 것까지 다양한 일상사와 관련돼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우리 선조들은 이처럼 윤달은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대소사를 말끔히 풀어주는 성스런 기간으로 여겼다. 물론 토속신앙으로 전래된 풍습이지만 이는 하늘과 자연의 이치를 존중하는 문화의 일면이기도 했다. 한편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것은 집안 부녀자들이 윤달 내내 먼 길을 마다하고 절을 찾아 불공을 드리는 정성이다. 그 많은 집안 살림과 허드렛일에도 불구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하는 불공엔 엄숙함을 넘어 처연함마저 들어 식구들 모두 경건한 시간을 보내야 했던 추억이 있다. 집안의 화평을 바라는 마음이 모두가 하나같다는 생각을 공유하는 시절이었다. 최근 윤달의 풍습과 의식을 한낱 전통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없지 않지만 윤달이 예전의 태음력을 보완하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는 점과 윤달을 통해 불공을 드리며 묘지를 돌보는 등 효문화를 계승하는 미풍양속은 오래도록 보존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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