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도서관 보셨어요?
발행일 2012.01.30. 00:00
[서울시 하이서울뉴스] 최근 들어 자치구들이 서울 곳곳의 빈집, 노는 땅, 오랫동안 방치됐던 자투리 사무 공간 등 유휴 공간들을 주민들을 위한 편의시설로 속속 탈바꿈시키고 있다. 큰 돈 들여 새 시설을 짓기 보다는 버려진 공간인 ‘틈새’로 눈을 돌려 예산을 아끼면서 편의 복지 공간을 추가로 확보하는 일석이조의 사업들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지역 내 빈집이 동네 주민들을 위한 카페가 되고, 옹벽 밑 길쭉한 20여 평 공간에 작은 도서관이 들어섰다. 주민자치센터 복도에 작은 탁자와 의자, 서가를 들여 놓으면서 작은 카페가 만들어졌고, 창고로 쓰였던 주민자치센터 지하공간과 계단 밑은 리모델링을 거쳐 근사한 주민사랑방 겸 휴게 공간으로 자리 잡게 됐다. 지하철역을 잇는 다리 아래쪽은 문화단체의 공연과 연습공간인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뿐만 아니라 주택가 자투리 공간은 도시텃밭으로 만들어졌고, 건축허가 후 장기간 방치된 노는 땅은 친환경 나눔 텃밭이 됐다. 서울지역 곳곳에 기분 좋은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공간의 재활용’ 은 자투리공간을 넘어 공공건물의 유휴 공간 활용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비가 많이 올 경우 저지대의 침수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던 빗물펌프장 건물에 주민들을 위한 마을 도서관이 생긴 것도 이 같은 경우다.
1호선 전철 석계역 5번 출구 맞은편에 위치한 석계빗물펌프장 4층과 5층에 주민밀착형도서관인 석관동 미리내도서관이 지난 1월 18일 개관했다. 성북구는 국비를 지원받아 1년간 비어있던 공간에 어린이 열람실(4층)과 일반 열람실(5층)을 꾸미고, 자료 전시와 도서 열람, 도서 대출과 반납, 디지털 서비스, 마을 주민들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 운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마땅한 문화공간이 없었던 이 지역에 주민들을 위한 공공도서관이 들어서니 주민들은 무척 반기는 분위기다.
3주간의 시범 운영을 거쳐 18일 개관한 석관동 미리내도서관에는 연일 인근 주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늘 머물고 싶은 곳, 석관동 미리내도서관’이라는 도서관 이름과 개관 현수막이 석관빗물펌프장 외벽을 장식하고 있고, 출입구엔 아직 아치형 풍선이 그대로 남아있다. 유리 출입문엔 ‘누구나 꿈꿀 권리를 누리는 세상, 도서관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라는 미리내 도서관의 남다른 각오가 방문 주민들을 먼저 맞이한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4층 어린이 열람실 안. 나무 냄새와 새 책 냄새가 가득하다. 오른편으론 원목 서가가 있고 왼편으론 서가에서 자신의 마음에 쏙 든 책을 뽑아 들고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높낮이를 달리하는 의자들이 놓여 있다. 혼자 혹은 친구들과 모여 앉아 책 읽기에 푹 빠져 있는 아이들의 모습과 아이를 동반한 엄마들이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는 모습들이 눈에 띈다. 열람실 한 가운데로는 큰 원을 만들 수 있는 개별 의자들이 놓여 있고, 조용히 자신만의 공간에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창 측을 향해 책상이 놓여 있기도 하다.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마음에 드는 공간에서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분위기. 좀처럼 공공도서관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다. 창문마다 위쪽으론 나무 밑에서 책을 읽는 분위기가 나도록 녹색 나무들을 원목으로 형상화 해 놓았다.
“시설도 좋고 책도 많아서 좋아요. 무엇보다 도서관이 집이랑 가까워서 도서관에 자주 올 수 있어서 더 좋아요. 한 번 도서관에 오면 2~3시간은 책을 읽다가 가는 편이예요” 남진우(석계초 4학년)군은 오늘도 방과 후에 도서관에 달려왔다.
과학도서 ‘Why’ 시리즈 앞에 자리 잡고 앉아 책을 읽고 있던 이성주(석계초 3학년)군 역시 신나기는 매한가지다.
“집에서 좀 먼 성북정보도서관에 다녔는데 이제는 뒷골목 하나만 나오면 되니까 너무 좋아요. 특히 신을 벗고 들어와서 바닥에 앉아 책을 볼 수 있어서 마음에 들어요.”
5층 일반열람실의 인테리어는 좀 더 특별하다. 4층 보다는 원목의 서가가 훨씬 많을 뿐 아니라 마치 마을의 큼직한 정자나무가 연상되는 중앙의 원목 나무 인테리어는 무척 근사하다. 둥그런 책상이 나무 밑으로 펼쳐져 있고 사람들이 앉아 한가로이 책을 읽고 있는 풍경. 서가와 일반적인 열람실만이 있는 공공도서관의 딱딱한 풍경과는 거리가 멀다. 인터넷과 DVD 시청, 독서토론 세미나를 할 수 있는 다목적실도 갖춰져 있다.
미리내 도서관은 가까이에 중랑천이 있어 자연과 환경을 생각하는 도서관을 지향한다. 생태 관련 전문 서적과 자료들을 모아 특화시킨다는 목표를 세워 놓자 이런 의도를 알게 된 성북구청은 미리내도서관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중이다. 석관빗물펌프장 앞에 있는 주차장을 뒤쪽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 주민들이 자연스레 찾아와 쉴 수 있는 쉼터를 조성한다는 계획과 도서관 5층과 연결된 옥상에 텃밭을 만들어 도서관 안과 밖을 모두 친환경적인 공간으로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뿐만 아니라 주민들과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도서관 주변에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모호했던 곳을 정비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도서관 안의 친환경적인 콘셉트가 밖으로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세심하게 공간을 바꿔, 주민 접근성과 호감을 높인다는 취지다.
“수몰지역으로 자연재해가 있었던 이 지역의 생활 터전을 지켜냈던 빗물펌프장이라는 공간이 이젠 ‘책’ 과 만나면서 마음과 정신을 어루만지는 공간이 됐을 뿐만 아니라 도서관 주변 공간도 선(善)의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더불어 지역 주민들 스스로 공동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내는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도서관을 만들어 놓으니 주민들이 정말 좋아한다는 것을 일선에서 직접 느끼고 있다는 전승희 관장의 말처럼 미리내 도서관이 석관동 지역에 주는 나비효과는 상당해 보였다.
석관동 미리내 도서관은 현재 8천여 권의 책을 비치하고 있고, 이 달 말까지 5천권의 책을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다. 또한 올해 연말까지 2만권, 내년 이후에는 2만 8천여 권으로 장서를 계속 늘려나갈 계획이다. 거주지나 연령에 관계없이 누구나 미리내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으며 이용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단 수요일은 저녁 9시까지 운영되며 휴관일은 매주 월요일이다. 문의: 02)960-5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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