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숲의 야경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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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6.08.03. 00:00

수정일 2006.08.03. 00:00

조회 1,911



시민기자 지혜영

서울 숲 거울연못 야경, 서울 숲 군마상(왼쪽부터)

한낮의 이글거리던 태양이 밤까지 그 기운을 낮출 생각을 하지 않으니 올해에도 지리한 열대야와 한판 전쟁을 치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끈끈한 기분으로 잠 못 드는 여름밤이라면, 가까운 숲을 찾아 밤의 낭만 속에서 더위를 떨쳐보는 건 어떨까.... 풀잎을 스치며 속삭이는 밤바람과 밤하늘 두둥실 떠오른 달무리, 그리고 연못가에서 재잘대며 수다를 떠는 개구리의 울음소리가 가득한 서울 숲으로 가보자.

서울 숲 야경 중 최고를 꼽으라고 하면, 아마도 가장 많은 이들이 ‘거울연못’을 꼽지 않을까 싶다. 다른 곳들의 켜진 듯 만듯한 은은한 조명과는 달리 이곳은 눈이 시원해지는 멋진 푸른 조명과 함께 늘씬하고 키 큰 나무들이 하나로 어우러져 거울에 비친 모습은 한 폭의 그림과도 같다. 거기에 어디서 시작됐는지 모를 개구리 합창단의 노랫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으려니 하루 내내 도시 한복판에서 찌들었던 마음이 느슨하게 펴지는 것만 같다.

거울 연못에서 조금 정문 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군마상이 보인다. 조명을 한껏 멋지게 받아 씩씩하게 달려가는 말들을 배경으로 멋지게 사진을 한 장 찍어보는 것도 좋겠다. 야경을 흔들리지 않고 멋지게 카메라에 담고 싶다면, 삼각대를 잊지 말고 챙기자.

야외무대에서는 뜨거운 연극 공연이 한창이다. 주말 저녁이면 이렇게 연극공연이나 영화상영을 통해, 서울 숲은 문화공원으로서의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8월 19일에는 조금은 딱딱한 환경문제를 재미있게 풀어낸 ‘환경영화제’ 행사가 있다고 하니, 아이들의 손을 잡고 가볼만 하다. 잔디밭에 앉아 연극에 흠뻑 취하고 있으니, 어느 새 더위라는 녀석은 저만치 물러나 있었다.

계단을 따라 갤러리 정원과 곤충식물원이 있는 ‘자연체험학습원’으로 발길을 옮기니, 한낮 뜨거운 햇빛을 받으며 땀 흘렸던 나무들이며 꽃들이 그 곳에서 조용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자연스레 말소리가 소곤소곤 작아지고, 발뒤꿈치를 살짝 들고 살금살금 식물들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조심스레 걷게 된다. 또 한 곳, 밤을 방해하면 안 되는 곳이 바로 ‘생태 숲’... 낮에는 꽃사슴, 고라니, 오리들을 직접 살펴볼 수 있지만, 밤에는 동물들도 조용히 쉬어야하기 때문에 개방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명심해 두자.

서울 숲은 이름에 걸맞게 숲을 이루고 있는 산책로가 곳곳에 있다. ‘습지 생태원’으로 가는 숲 속길, 체육공원 사이의 메타세콰이어 나무길... 호롱불을 밝히듯 숲길을 운치 있게 비추고 있는 등불과 달빛을 친구삼아 나무가 내뿜는 싱그러움을 잔뜩 들이마시며 걷고 있노라면,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시는 듯 하다.

서울 숲을 밤에 찾은 사람들의 모습은 참으로 여유로워 보인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열심히 땀 흘리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이렇게 도심 한 가운데에 푸른 숲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서울 숲은 회색도시를 살리는 생명의 터전이며 나눔 문화의 공간이다. 서울 숲이 건강한 도시 숲의 모습으로 가꾸어지기 위해서는, 자연은 물론 내 이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가장 필요하다. 밤이 되면 더욱 감성적이 되기 쉽고, 잘 안보이기 때문에 하게 되는, 남을 배려하지 않는 행동들은 곧 다른 숲을 찾는 이들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자연을 해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낭만 가득한 서울 숲의 밤 나들이가 도시 생활 속 또 하나의 큰 기쁨이 될 수 있는 길... 그 시작은 바로 우리의 마음부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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