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의 신촌역!!

admin

발행일 2006.07.31. 00:00

수정일 2006.07.31. 00:00

조회 1,811



시민기자 이혁진

<봄날은 간다>는 영화에서는 교외로 나가는 경의선 정차역인 수색역사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수색역은 이처럼 영화에서 다시 태어나 우리 기억 속에 오래 머무르고 있다. 수색역 만큼 우리 뇌리 속에 자리한 국철 신촌역을 오랜만에 찾았다. 하지만 예전의 신촌역이 아닌 매머드 역사건물이 눈길을 끈다. 새롭고 거대한 신촌역사를 배경으로 전면에 옛 신촌역사가 버티고 있는 모습은 전통과 현대가 한데 어울려 한편의 파노라마를 연상시킨다. 옛 신촌역사를 바라보며 잠시 옛 추억을 떠올린다.

옛 신촌역사는 경의선과 교외선을 타려는 사람들에겐 그야말로 추억어린 역이다. 60년대 내가 살던 지금의 수색까지 가는 교통편중에 기차만한 안전하고 편리한 교통수단이 없었다. 연세대 앞을 거쳐 연희동을 넘어가려면 거의 모든 버스가 한두 번 시동이 꺼져, 내려서 버스를 밀어본 경험이 있는 세대는 기억할 것이다. 당시 연희동은 준령이나 다름없는 험한 길이었다. 그러한 험로를 사뿐하게 달릴 수 있는 것이 바로 기차였다. 어렸을 적 어른들 따라 신촌역에서 기차를 타던 경험은 뭐랄까, 마치 지금의 놀이시설을 타는 기분이었다.

어른들로부터 들은 얘기지만 신촌역 일대는 거대한 시장으로 수도권에서 가장 많은 상품이 집결되고 거래되는 곳이었다고 한다. 옛 신촌역사가 옛 서울역사보다 5년 빨리 1920년에 건립되었다는 사실은 얼마나 신촌 주변이 번화했는지를 말해준다. 대학을 다니던 70년대 초만 해도 신촌역의 명성은 대단했다. 젊은 그대들이 신촌역에서 낭만을 찾아 교외선을 자주 이용했기 때문이다. 신촌역의 기차는 사랑을 꽃피우게 한 소위 낭만열차였다. 신촌역사 왼쪽 연대 앞 철교다리 밑의 허름한 주막집들도 추억의 한 페이지였다. 젊은 대학생들이 주린 배를 채우는 막걸리 한 동이는 그곳에서 언제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어느새 쇠락의 길을 걷더니 한동안 신촌역 주변은 변화와는 먼 무풍지대같이 보였다. 세월의 흐름은 어쩔 수 없었나 보다. 옛 신촌역사 자리에 새로운 역사와 상가건물이 대신 들어선 것이다. 그렇게 커 보이던 옛 신촌역사와 대합실이 이제는 작게만 보인다. 세월의 무상함만큼 눈높이도 변한 것일까. 하지만 추억과 낭만을 담고 있는 옛 신촌역의 풍성한 얘깃거리는 무궁하다. 무엇보다 옛 신촌역사를 서울시 지정문화(136호)로 보존해 잊혀질 뻔한 추억을 되새기려는 노력은 다행스럽고 한 편으로는 아름답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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