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
내손안에서울
발행일 2006.06.08. 00:00
시민기자 최근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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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 열려있고 여러 전시회가 열리는 곳이 우리가 생각하는 미술관의 풍경이다. 많은 관람객이 찾아오기를 바라는 것은 어디든 똑같을 것이다. 그러나 간송 미술관은 이런 분위기에서 약간은 벗어난 곳이다. 1년에 딱 두 번만 일반인에게 문을 여는 곳, 봄과 가을에 잠시 동안 문을 열고 일반인들을 맞이한다. 매번 전시 때마다 구름같이 모여드는 관람객을 생각한다면 약간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비밀은 전시물에 있다. 우리가 미술시간에 보아왔던 국보급 문화재들을 쉽게 이곳에서 마주칠 수 있다. 단옷날 냇물에 머리를 감고 그네를 타는 반라의 여인네들을 몰래 훔쳐보던 남정네들을 그린 혜원 신윤복의 풍속화와 단원 김흥도, 겸재 정선의 주옥같은 그림들이 이곳에 전시되어 있다. 주말에 몇 천 명에 육박하는 인파들이 몰렸다는 것을 알기에 일부러 평일 오후에 그곳을 찾았다. 대학로에서 버스를 타고 목적지에 내리자 간송미술관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 언덕을 올라가니 성북초등학교 바로 옆에 자리 잡은 미술관 입구가 나왔다. 평일인데도 미술관 근처는 사람들로 제법 북적였다. 전시를 하고 있는 건물은 꽤 낡아 있었다. 1966년 간송미술관으로 바뀔 때까지 ‘보화각’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이 건물은 간송(澗松) 전형필(1906~1962)에 의해 1938년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미술관으로 출발을 한다. 사진기를 들고 들어가던 중 ‘사진촬영 금지’라는 안내글이 눈에 들어왔다. 일단 사진기를 가방에 집어넣고 일층 전시관으로 향했다. 실내에 들어서니 무수한 사람들이 밟고 다녔을 계단과 돌로 만든 손잡이 부분이 반들반들 윤이 나 있었다. 1층 전시실에서 신윤복의 미인도와 추사 김정희의 글씨체를 비롯해 국보급 문화재를 전시하고 있었다. 그리 크지 않은 실내에 관람객들로 꽉 차 있었다. 교과서에서 봤던 작품들을 실제로 보고 있자니 기분이 한껏 들뜨기 시작했다. 이층으로 올라가자 더 많은 서화와 도자기가 전시되고 있었다. 내 눈을 끈 것은 원숭이 연적이었는데
크기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어미 원숭이가 자식을 끌어안고 있는 모습이 지나가는 관람객들의 눈을 잡아끌고 있었다. 화려한 도자기들이
꼬리를 물고 전시되어 있었다. 이층 전시관을 다 둘러보고 계단을 내려오던 중 채광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건물 안을 비추고 있었다. 70년을 넘은 건물과 그 보다 몇 배 더 오랜 세월을 간직한 문화재를 품고 있는 이곳이 제법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밖으로 나와 건물 주위를 잠시 둘러보았다. 나무들과 수풀로 우거진 곳곳에 배치된 석등과 돌탑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쪽에 마련된 간송 전형필 선생의 상이 보였다. 잠시 그분의 연혁을 읽다가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중에 그분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니 대부분의 글에서 간송 전형필을 문화독립운동가로 칭하고 있었다. 일제강점기 때 태어난 그는 젊은 시절 일본으로 도굴당하듯이 반출되고 있는 우리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전 재산을 쏟아 부어 국보급 문화재들을 지켰다고 한다. 천문학적인 재산을 상속받은 간송 전형필은 이 모든 재산을 민족문화재를 지키는데 아낌없이 썼다고 한다. 그가 아니었다면 세계문화유산인 훈민정음 원본과 겸재 정선과 혜원 신윤복의 작품들을 일본에 건너가 관람하게 되는 불상사를 맞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25세의 젊은 나이부터 시작된 그의 우리 문화재 지킴은 1962년 그가 숨을 거둘 때까지 계속 되었다. 올해로 그가 태어난 지 100주년을 기념하여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 많은 인파가 몰렸다고 한다. 암울했던 시대에 깨어있던 한 문화지킴이로 인해 우리의 보석 같은 문화재들을 우리 땅, 우리 곁에서 볼 수 있음을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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