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춘대성과 홍지문
내손안에서울
발행일 2006.04.17. 00:00
시민기자 최근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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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뒤편에 자리 잡은 숙정문이 일반인에게 개방되었다. 그와 함께 사대문을 연결하는 성곽에 대한 시선 또한 모아졌다. 숙정문 또는 인왕산 정상에서 보았을 때 드문드문 몸을 드러낸 성곽의 윤곽이 뚜렷이 인식되기 때문이다. 사실 전체를 조감할 수 없다면 조선시대 성곽이 사대문을 중심으로 한양을 어떻게 둘러싸고 있었는지 확연히 알기 힘들다. 간간히 낙산 주위나 남산근처를 걷다가 마주치게 되는 끊겨진 성곽에서 그 자취만을 아쉽게 느끼게 될 뿐이다. 인왕산 정상에서 보았던 뱀 꼬리처럼 북악산을 둘러친 성곽은 지금도 잊지 못할 감동이다. 저번 주 길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성곽에 다녀왔다. 탕춘대성과 이에 연결된 홍지문인데 내가 간 날은 마침 날씨도 좋았고 때맞춰 핀 노란 개나리들로 여행에 흥이 났다. 상명대 입구에서 내려 개천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홍지문이 눈에 들어온다. 평일 오전이라 홍지문 주위는 조용했다. 그곳을 지키는 자원봉사자 두 분이 계셨다. 그리고 문 옆으로 탕춘대성의 옛날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다. 홍지문은 그리 오래되지도 그렇다고 새로 지은 것 같지도 않은 아주 평범한 모습이다. 바로 옆에 빼곡히 보이는 집들과 길가에 터를 잡고 있는 홍지문은 문화재라기보다 동네에 오랫동안 터를 잡고 있는 쉼터 같은 느낌이다. 간간이 동네 아이들이 일상처럼 홍지문을 지나 다녔다. 문루에 달린 홍지문 이라는 편액은 오기 전 자료를 통해 숙종이 하사하였다고 알고 있었는데, 안내 팜플렛을 보니 1977년 홍지문과 탕춘대성 복원시 박정희 대통령이 쓴 것이라고 되어 있었다. 간략하게 탕춘대성을 설명하면, 숙종 때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국방의 중요성을 강조해 도성과 북한산성을 잇기 위해 탕춘대성이라는 성곽을 쌓았다고 한다.(1719년. 4월 완공) 총 길이가 4km에 달한다고 하는데 홍지문에서 눈으로 볼 수 있었던 탕춘대성은 그리 길게 보이지는 않았다. 자원봉사자분들에게 성곽을 다가가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냐고 물어보았지만 그 분들도 모른다고 하셨다. 개천을 지나 산꼭대기로 연결된 성곽에 접근하는 길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탕춘대성의 이름은 근처에 군사목적으로 쓰이던 탕춘대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작년 세검정에 답사 갔을 때 바로 위쪽에 검은 바위의 자그마한 동산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탕춘대라는 표지석을 본적이 있다. 안내 팜플릿을 보니 4월의 서울시 문화재로 선정되어 있었다. 탕춘대성과 홍지문에 대한 자료를 여러 책에서 찾아보았으나 특별히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는 찾지 못했다. 보통 성곽에 대한 기록은 담당 관아와 축성 방법, 경비 등 자세한 사항까지 다 기록하게 되어있는데, 유독 탕춘대성에 대한 기록은 찾아 볼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책에도 그 소개가 아주 짧게 되어있다. 하여튼 1921년 홍수로 소실되었다가 1977년 복원되었다고 한다. 개천을 가로지르는 오간수문이 둥근 아치를 그리며 자리 잡고 있다. 청계천 하류에서도 오간수문을 본 적이 있는데, 다섯 개의 구멍으로 물을 내려 보내는 것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듯 하다. 궁궐 단청도 오방색이라 하여 다섯 가지 색깔로 칠을 한다. 오방색은 벽사(액을 물리는 주술적 의미)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오간수문의 구멍이 다섯 개인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오간수문 위에는 무서운 얼굴의 도깨비라고 할까? 그런 귀면이 새겨져 있는데 이런 문양은 창덕궁에서 금천교를 건널 때도 보았던 것 같다. 물을 통해 들어오는 안 좋은 기운을 무서운 얼굴을 한 귀면을 새겨둠으로써 쫓기 위함일 것이다. 마치 사찰 입구에 무시무시한 사천왕상을 세워 두는 것처럼 말이다. 오간수문을 따라 탕춘대성이 노란 개나리사이로 모습을 드러낸다. 산 정상까지 이어진 성곽의 윤곽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여름이 되면 무성해지는 나뭇가지들과 풀들로 인해 제대로 볼 수 없다고 하니 겨울에야 말로 탕춘대성을 감상하기에 제격일 듯 하다. 내가 간 날도 성곽을 따라 노란 개나리꽃들이 만개하고 있었다. 굳이 인왕산 정상까지 오르지 않더라도 길가에서 쉽게 볼 수 있다는 것이 탕춘대성의 매력이라 생각한다. 버스 정류장 근처에 있어서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반나절 정도의 발품이면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 안내 팜플릿에 의하면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전문가가 해설을 해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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