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언 메(Cam on, Me)!"

시민기자 신성덕

발행일 2010.12.06. 00:00

수정일 2010.12.06. 00:00

조회 3,375

‘깜언 메(Cam on, Me)!’는 베트남어로 ‘엄마, 감사합니다’를 뜻한다. ‘깜언 메’를 연습하는 어린이들이 교실 한켠에 모여 있다. 다른 한쪽에서는 이 아이들의 엄마이자 한국으로 시집온 외국인 이주여성들이 한국어 수업을 듣기 위해 모여 있다.

한국으로 시집온 외국인 엄마에게는 한국어 교육을, 자녀에게는 엄마나라 말을 가르쳐주는'다문화학당'이 열리고 있다. 서울글로벌센터는 지난 9월말부터 오는 12월 11일까지 매주 토요일 2시간씩 다문화가정에 필요한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는 '다문화학당'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2월 4일에 서울글로벌센터 다문화학당을 방문하여 그들의 공부하는 모습을 담아 보았다.

다문화학당의 홍민지 팀장은 “다문화학당은 다문화가정의 장점인 ‘이중언어교육’과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하는 예체능교육으로 나뉘어 진행되며 특히 자녀들이 부모나라의 언어를 배울 동안에는 부모를 대상으로 한국어교육은 물론 ▲가정 내 이중언어 교육법 ▲자녀교육법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 작성 등의 맞춤형 교육을 실시해 서울에서의 안정된 삶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하였다.

우선 부모의 수업시간을 참관하였다. 오늘은 2시간에 걸쳐 '천연비누 만들기'를 배운다. 천연비누를 만들어 2장씩 가져 갈 수 있다고 하니 모두 신나게 교육에 임한다. 우선 투명베이스와 불투명 베이스를 잘게 썬다. 이 잘게 써는 실습은 모두가 어설프다. 그런데 러시아에서 온 니나 씨는 결혼하여 한국에 온 지 6년 차인데 칼 다루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니나는 한국 김치도 잘 담궈요" 옆에 있는 '벨라루스'라는 나라에서 온 친구가 칭찬을 해 준다. 그녀는 6세 된 김안나를 키우고 있는데 다문화학당을 통하여 아이가 그림을 잘 그리게 되었다고 한다. 벨라루스가 생소하다며 엄마에게 질문하였더니 "벨라루스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있으며 국토의 크기는 한국보다 큽니다"라고 대답했다. 벨라루스에서는 러시아어와 벨라루스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잘게 썰은 투명·불투명 베이스는 스텐 통에 담아 전기 핫브레이트에 올려 놓는다. 스텐 통에 담겨진 자료를 잘 녹이기 위하여 나무젓가락으로 젓는다. 젓가락으로 젓는 것은 베트남에서 한국에 공부하러 왔다가 남편을 만나 결혼하게 된 결혼 10년차 한국 이름 '온옥순'씨 담당이다. 초등학교 4학년인 딸 선대경과 함께 왔으며 딸은 같은 시간에 옆방에서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 태권도는 취학아동에게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다. 미취학아동은 미술과 악기수업을 받는다. 물론 공통적으로 엄마나라 말을 배우는 것은 기본이다. 온옥순씨의 꿈은 한국에서 요리학원을 다니는 것이라고 한다.

여러 가지 준비 된 용기에 녹인 자료를 담는 작업은 몽골에서 온 한국이름 '이제니'씨 담당이다. 한국에서 학원강사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데 일본어 실력도 수준급이다. 관악구에서 원룸에 살고 있단다. "몽골의 주식(主食)은 양고기이며 현재 살고 있는 원룸의 45만원 월세가 비싸서 고민"이라고 한다.

용기에 담긴 액체의 비누를 식히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집에서는 냉동실을 이용하면 빨리 작업이 된다고 한다. 잠시 식히는 시간을 이용하여 엄마들은 자녀들의 교실을 찾아 간다. 베트남 호치민 출신으로 한국어를 공부하러 왔다가 남편을 만나게 된 결혼 11년차 '프엉'은 오늘 다문화학당에 아들 2명을 데리고 왔다. 한준민(7세)과 한준호(4세)는 베트남어를 공부하고 있다. 두 아들은 엄마에게 ‘깜언 메(Cam on, Me)!’라고 인사한다. 프엉씨는 “아이들 두 명 유치원 교육비가 월 80만원이 들어 너무 부담스럽습니다"라고 한다. 다행히 내년부터는 다문화가정에도 유치원비가 지원이 된다고 덧붙인다.

베트남어 수업을 마치고 음악시간이다. 오늘 수업시간에는 악기공부를 하는데, 선생님이 클라리넷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엄마들이 옆에 있어서 그런지 오늘따라 아이들이 집중이 잘 안된다. 엄마들은 다시 천연비누 만들기 교실로 간다. 이제서야 악기수업이 제대로 돌아간다. 엄마들은 예쁘게 만들어진 천연비누를 약속대로 두 개 가지고 갈 수 있게 된 것에 만족스런 표정을 짓는다.

홍민지 팀장은 "수업은 부모와 자녀 각각 30명씩 소수 맞춤형으로 진행하며, 교육시간 외에도 자녀교육 문제, 가정 문제 등 한국생활에서 필요한 1대1 상담도 실시하고 있다. 그래서 단순 교육에 그치지 않고 생활 속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하였다. 오승환 외국인생활지원과장은 "다문화학당에서는 금년 1기 60명과 2기 72명을 배출한다. 내년에는 더 규모를 키울 예정이다. 단, 한 사람이 2기 이상은 공부 할 수가 없게 되어 있다"고 한다. 다문화가정이 우리 주위에서 이렇게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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