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열린 ‘대한문’

내손안에서울

발행일 2006.01.05. 00:00

수정일 2006.01.05. 00:00

조회 1,640



시민기자 이덕림

덕수궁 정문 대한문(大漢門)이 활짝 열렸다. 보수공사를 하느라 철망벽과 가림판 뒤에 숨겨진채 1년 9개월 동안 닫혀있던 대한문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2004년 6월에 시작한 보수작업이 무사히 끝나 을유년을 보내는 마지막 날 아침 마침내 육중한 대문을 열어 시민들을 맞아들이게 된 것이다. 새단장을 하고 새해를 맞는 대한문에 축하를 보낸다.

덕수궁에선 대한문의 ‘신장개문’을 기념, 개방 첫날인 지난 12월31일 하룻동안 무료입장 혜택과 함께 여러가지 이벤트를 펼쳐 소식을 듣고 찾아온 시민들을 즐겁게 했다.

나로선 우연히 만난 행운이었다.
덕수궁 뒤 정동의 한 건물에서 매주 갖는 토요 조찬모임을 마치고나서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 탓에 조금은 쓸쓸하면서도 애틋한 느낌을 안고 돌담길을 따라 걸어 나오다가 새로 단장한 대한문 개방잔치에 참여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무료입장이니 시간 괜찮으시면 덕수궁 구경 한 번 하고 가시지요”
어깨띠를 두르고 대한문 앞 광장을 지키고 서있던 직원 한 분이 웃으며 권하는 말에 따라 웃으며 성큼 문안으로 들어섰다.

그러고 보니 참 오랜만에(아마 십년도 더 된 것 같다) 덕수궁엘 들어와 본다. 한 때 광화문 근처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에는 봄에서 가을로 이어지는 동안 자주 동료들과 함께 간단한 도시락을 챙겨 들고 이 곳에 들어와 점심시간을 보냈었다.

겨울의 덕수궁은 쫌 쓸쓸했지만 역시 오랜만에 만나는 세종대왕 동상이 반가웠다. 오전 이른 시간인데도 가족끼리, 연인끼리 찾아온 시민들로 궁궐 안은 제법 활기에 넘쳤다.

덕수궁 측에선 이 날 예쁜 복주머니 기념품도 준비하고 곱게 한복을 차려 입은 직원들이 나서서 따끈한 팥시루떡을 나눠 주기도 했다. 특기할 일은 이날 가장 먼저 대한문을 찾은 어느 시민께선 올 한 해 덕수궁을 제 집 드나들듯 할 수 있는 특권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첫 번째 입장객에게 1년 무료관람권을 선물했기 때문이다, 한편 네 번째 입장객까진 6개월, 열 번째까지는 1개월 무료관람권이 주어졌다고 한다.

보수공사에 따라 역시 그동안 중단됐던 대한문 앞 광장의 ‘왕궁수문장교대식’도 이날 재개되어 시민들과 외국관광객들의 박수와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사족(蛇足) 한 가지. 대한문의 원래 이름은 ‘대안문(大安門)’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나 일제가 이를 지금 불리우는 이름으로 고쳤다는 항간의 얘기는 낭설(浪說)같기도 하다.
기록에 따르면 1904년 화재를 입은 대안문을 1906년 4월 들어 수리하면서 고종(高宗)이 문의 명칭을 대한문으로 고쳤다고 한다. 다만 이 때가 을사늑약 이듬해라 개명(改名)과정에 일제 통감부의 용훼가 있었는지는 좀 더 면밀히 따져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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