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십대들의 동네를 향한 말 걸기
발행일 2010.11.09. 00:00
지난 10월 30일 강북구청 앞 삼거리 도로에서는 강북청소년문화축제 '추락(秋樂)'이 열리고 있었다. ‘온 동네 꽃이 피었습니다’란 테마로 십대들이 마련한 동네 축제였다. PC방이나 노래방, 동네 골목에서 자기들끼리 노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오픈된 장소에서 자신들의 욕구와 열정,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당당히 마음껏 쏟아내고 있었다. 그것도 자신들만의 축제가 아닌 동네 사람들 모두가 와서 동참할 수 있는 축제를 열어서. 토요일 오후 강북구청 앞 T자형 도로는 십대 청소년들로 가득했고 인근 상가와 지나가는 시민들도 찾아왔다.
“어른들은 십대를 무서워하고, 십대는 어른들을 갑갑해 한다. 하지만 ‘유쾌한 십대들의 동네를 향한 말 걸기’가 계속되면서 아이들은 어른들과 이야기 하는 법을 알게 되고 동네는 아이들의 보물 같은 열정에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열세 번째 열리는 청소년들이 기획하고 만든 축제 추락은 동네와 함께 한 3년 과정의 산물이다. ‘십대와 동네가 무엇을 함께 나눌까’라는 고민으로부터 열매 맺어진 소박하고도 아름다운 결실이다.” 축제 현장에 들어서며 받아든 큼직한 팜플렛 안에서 눈에 들어 온 글귀였다. 벌써 열세 번째란다. 친구들과 어른들에게, 동네 사람들에게 얼마나 할 말이 많았으면 팜플렛 앞뒤로 빼곡하게 그간 자신들이 어떤 고민을 하며 어떤 작업을 해 왔는지를 소상하고 꼼꼼하게 설명했을까.
축제는 크게 ‘십대 꽃이 피었습니다, 동네 꽃이 피었습니다, 어린이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터 꽃이 피었습니다, 우리 동네 열린 무대, 온 동네 스테이지’ 등 여섯 개의 테마 존으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었고, 각각의 테마 존에서는 청소년들이 직접 기획하고 만들어낸 다양한 놀이와 체험, 전시 등이 펼쳐지고 있었다.
제일 먼저 들어간 곳은 '추락'을 위해 청소년들이 모여 어떤 활동을 했는지 그 역사를 엿볼 수 있는 놀이터 전시관. ‘놀이터 꽃이 피었습니다’란 테마로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추락'을 태동시킨 ‘놀이터’라는 곳의 의미와 그간의 활동, 놀이터가 제대로 자리 잡기까지 건강하게 놀고 싶은 청소년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청소년문화공동체 ‘품’에 대한 기록들이 글로, 그림으로, 사진과 영상물들로 전시되어 있어 방문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청소년 스태프들은 방문자가 전시관에 들어오면 이 같은 내용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청소년들을 위한 신나는 놀이마당을 만들자’는 생각에서 출발한 ‘놀이터’는 1998년부터 지역에서 꾸준하게 청소년문화 활동을 펼쳐 온 청소년문화공동체 ‘품’과 강북구청이 청소년문화존을 2008년부터 함께 진행하며 탄생했다. 놀이터는 강북청소년문화존(Zone)인 ‘강북청소년문화놀이터’의 줄임말이기도 하지만 지역 청소년들을 위한 신나는 문화마당을 만들고자 ‘놀고 맘껏 이루고 싶은 꿈이 터져 나오는 곳’을 표방한 문구 중 ‘놀?이?터’를 따서 만든 것이기도 했다. 청소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하고 싶은 것들을 놀이터를 통해 펼쳤고, 주위의 친구들과 동네 사람들과 나누는 신나는 활동을 놀이터 안에서 기획하고 축제와 놀이를 직접 만들며 실천해 보곤 했다. 경험 많은 선배 청소년들은 놀이터 기획단과 언니들이란 모임을 통해 중추적으로 놀이터의 중심을 잡아줬고, ‘무엇을 할지, 누구랑, 어떻게 할지’에 대해 의논하고 공부하고 준비하고 실행하는 전 과정이 모두 놀이터 안에서 이뤄졌다. 그 모습들은 청소년문화축제 ‘추락’에 고스란히 모여 있다.
올해 초 놀이터의 청소년들은 십대들의 대안문화공간 마련을 위한 모금콘서트를 성공리에 진행하고 드디어 천신만고 끝에 ‘공간’을 마련해 오픈식을 했다느 감동 스토리도 소개됐다. 한편 일 년 반 동안 인문학 공부를 시작한 세 명의 놀이터 청소년들의 장한 인문학교실 ‘세개와 심한개’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이 판넬 설명과 사진들로 전시되어 있기도 했다. 마치 “우리는 놀기만 하는 건 절대 아니랍니다”라고 항변하듯이.
본격적으로 청소년들이 고심해서 만든 축제 '추락'을 돌아보았다. ‘동네 꽃이 피었습니다’란 테마로 진행되고 있는 곳에서는 열린사회북부시민회, 미아수유지역협의회, 도봉사람들, 동북여성민우회, 작은도서관 생글, 강북교육지원센터 도깨비, 노원교육지원센터 나란히, 마을카페 나무야나무야 등 10여 개가 넘는 단체들이 각자의 색깔에 맞는 활동들로 부스를 운영하며 추락을 풍부하게 했다. 바자회, 인간 윷놀이, 온 동네 꽃피우기를 위해 내가 바라는 우리 동네 앙케이트, 동네 소망 솟대 만들기, 청소년들에게 타로점 무료로 봐 주기, 도봉 둘레길에 전시될 나무 문패 만들기, 히말라야 공정무역카페 등 동네 단체들이 함께 꾸리는 이색마당에 청소년들뿐 아니라 많은 동네 사람들이 유쾌하게 참여하고 있었다. 이번 추락이 예년과 다른 것은 청소년들이 직접 지역의 단체들을 찾아 자신들의 축제 취지를 설명하고 관계 맺기를 통해 그들의 참여를 유도해 역대 최대 규모의 행사를 치룬 것이다.
아이들을 위한 ‘어린이 꽃이 피었습니다’ 테마존에서는 청소년들이 아이들과 동네 사람들에게 직접 페이스페인팅을 해주는가 하면 마을 그림 그리기, 공기대결, 얼음땡 놀이, 투호와 제기차기 전통놀이 등 다양하고 신나는 체험 놀이를 만들어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놀이 삼매경에 빠지기도 했다. ‘십대 꽃이 피었습니다’ 테마존엔 평소 가지고 있던 불만이나 동네에 바라는 점을 적는 동네꽃 만들기 대형 판넬판, 청소년들이 직접 상담원을 자처한 강북구 민원실, 추억의 달고나 뽑기 만들기, 청소년들이 직접 만든 어묵탕에 솜사탕 등 십대들이 기획하고 준비한 놀이와 체험이 가득했다.
오후 2시 반부터 열린 축제 추락은 해가 지며 ‘온동네 스테이지’로 정점을 향해가고 있었다. 동네와 함께 하고픈 십대들과 그들이 내민 손을 잡아준 동네 어른들이 함께 꾸미는 무대는 그간 놀이터 청소년들이 동네의 다양한 세대를 찾아가 그들과 몸으로 소통한 결과들로 무대를 빛냈다. 십대 놀이터 청소년 강사와 지역 활동가들이 함께 한 댄스 '248+', 십대 놀이터 춤꾼 프리비어스와 지역의 초록나라도서관 댄스팀 비어트리스의 사제합동댄스공연 '온동네 꽃이 피었습니다', 십대와 동네 주부들이 만난 '극단 언니들'의 무대, 강북구청 프로젝트 밴드 우리는 '백세밴드' 무대, 십대+어린이 동반성장 프로젝트를 훌륭하게 이뤄낸 십대 놀이터밴드 '투데이'와 생초짜 공부방밴드 '레전드'가 함께 이뤄낸 '레전드 오브 추락'의 멋진 무대까지……. 온 동네는 그렇게 그날 하루를 온전히 청소년들과 소통하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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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 www.pumdongi.net / 02) 999-9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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