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발행일 2010.10.04. 00:00
옛날 시골학교 운동회는 지역주민들의 잔칫날이었다. 널따란 학교 운동장에서 뛰고 달리며 신나는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모처럼 학교에 모인 학부형들과 지역주민들이 함께 축제를 벌이는 참으로 신나는 날이었다. 부모님은 물론 할머니 할아버지와 형제자매들이 모두 모여들면 초등학생 어린이 한 명에 가족들은 10여 명, 대가족이 함께 맛있는 음식도 나누어 먹고, 웃고 떠들며 즐겁게 하루를 보냈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가족구성원도 대가족에서 소가족으로 바뀌어가고 숫자가 줄어 핵가족이란 말이 등장했다. 이때쯤부터 운동회도 단순해지고 그냥 학생들의 연례행사로 치러지는 것이 당연시 되었다. 매년 10월은 운동회가 열리는 계절이다. 대부분의 중고등학교들도 운동회를 한다. 그러나 이맘때쯤의 학교 운동회는 아무래도 초등학교 운동회가 재미있다. 중고등학교 운동회는 대개 학생들만의 운동회지만 지금도 초등학교 운동회는 대부분 학부형들과 함께 하기 때문이다.
10월 1일, 노원구 하계동에 있는 연촌초등학교에서 가을운동회가 열렸다. 운동장 하늘에는 만국기가 펄럭이고 운동장은 어린이들의 함성이 가득하다.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응원하는 어린이들의 함성에 파아란 가을하늘에 두둥실 떠오른 뭉게구름이 고운 미소를 빙긋 짓는 듯하다. 이어달리기가 진행되는 동안 북을 울리며 커다란 함성으로 응원하던 어린이들이 백군의 마지막 선수가 뒤처지자 "괜찮아! 괜찮아!"를 외치며 위로를 보낸다. 이기지 못하고 패했는데 기분 나쁘지 않느냐고 물으니 "열심히 힘껏 달렸으니까 지고 있지만 괜찮아요" 라고 대답하는 어린이들이 참으로 대견스럽다.
이기고 지는 것과 상관없이 마냥 즐거운 어린이들의 운동회
반대로 이긴 팀인 청군에서는 “와아~~” 하고 기쁨의 함성이 드높았다. 이겨서 기분이 좋으냐고 물으니 “우리 팀이 이겨서 기분이 정말 좋아요” 하고 활짝 웃는다. 얼마나 좋으냐고 물으니 “저 하늘만큼요” 한다. 이어서 진행된 1학년 어린이들의 율동도 깜찍하고 예쁘기만 하다. 초등학교 운동회 종목들은 옛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학년별, 반별 달리기도 그랬고 장애물 뛰어넘어 달리기도 비슷했다. 뛰고 달리는 어린이들이뿐만 아니라 응원석의 어린이들도 매우 신나고 즐거운 표정이었다. 본부석 책상 위에는 어린이들에게 상품으로 나누어줄 공책들과 트로피도 수북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오전 경기가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자 운동장 밖 나무 그늘과 통로에는 학부형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음식을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학부형들의 모습은 옛날과 너무나 달랐다. 옛날에는 대가족이 모여 있어서 할아버지 할머니 노인들과 언니 동생 어린이들까지 함께 하고 있었는데, 오늘 모여 앉은 학부형들은 비슷한 또래의 엄마들이 대부분이었다. 나무 그늘 밑에는 이 학교 4학년 엄마들 7~8명이 둘러 앉아 있었다. 직장이나 사업장에 나가있는 아빠들이 모두 나오지 못하여 평소 알고 지내던 엄마들이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눈다고 한다. “그래도 재미있어요. 오늘은 우리 연촌초등학교 어린이들과 엄마들의 즐거운 축제날이에요.” 10여 명이 둥그렇게 둘러 앉아 즐겁게 음식을 나누던 3학년 6반 엄마들이 하는 말이다.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학부형들도 함께 즐긴 축제 한마당
오후에도 어린이들의 경기가 계속 이어졌다. 경기 종목 중에는 아무래도 달리기 육상 종목이 가장 많았다. 매트 위에서 한바퀴 구르기도 하고 장애물을 훌쩍 뛰어 넘어 달리기도 하는 장애물 경기는 어린이들과 학부형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며 매우 즐겁게 진행되었다. 운동장 바깥쪽에 둥그렇게 임시로 그려놓은 트랙에서 달리기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운동장 안쪽 넓은 공간에서는 어린이들이 그동안 열심히 연습한 무용과 체조. 그리고 많은 어린이들이 협동심을 발휘하여 벌이는 다양한 경기들이 관중들의 눈길을 붙잡기에 충분했다.
학부모와 어린이들이 함께 즐거운 이런 운동회에서 빠지지 않는 경기가 무엇일까? 바로 줄다리기 경기다. 오후 3시경에 벌어진 학부형들의 줄다리기에는 양 팀에 100여 명이 넘는 학부형들이 참가하여 힘을 겨뤘다. 영차! 영차! 한 번에 1분씩 두 번에 걸쳐 진행된 줄다리기는 동쪽 팀이 두 번을 거듭 이겨 승부가 쉽게 결정되었다. 줄다리기에 참가한 학부형들도 대부분 엄마들이었지만 아빠들도 몇 사람이 끼어 마음껏 힘을 쓰는 모습이 흥겨움을 더해주었다. 이날 연촌초등학교 운동회에는 옛날 농사를 짓던 드넓은 평야지역이었던 이 지역에서 농민들이 즐겨 부른 농요인 ‘마들농요’를 복원하여 이어가고 있는 '마들농요보존회'의 공연도 있었다. 구성진 마들농요 아홉마당을 부르며 보여주는 진귀한 풍경에 어린이들은 물론 젊은 학부형들까지 난생 처음 보는 모습이라며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운동회는 오후 4시경에 끝났다.
1학년에서부터 6학년까지 모든 어린이들이 참가하여 마음껏 뛰고 달리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오늘 우리 팀이 이기지 못하고 져서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정말 재미있었어요.“ 조금 상기된 표정의 5학년 남자어린이는 정말 신나고 즐거웠다고 한다. 엄마들의 표정도 마찬가지였다. 아름다운 초가을 10월 첫날, 서울 노원구 하계동에 있는 연촌초등학교 운동회는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이 함께 뛰고 달리며 즐거움이 가득한 축제의 한마당이었다.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