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역사의 산증인들 한데 뭉쳤다

시민기자 이혁진

발행일 2010.10.04. 00:00

수정일 2010.10.04. 00:00

조회 2,552


“오늘 오랜만에 시범경기를 가졌는데 상대팀은 힘을 바탕으로 좋은 경기를 했습니다. 우리 실버축구단은 기술로 승부했지만 결국 체력이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후회없는 시합이었습니다.” 지난 2일 서울시 실버축구단의 배번 20번 김기배 선수가 노숙인 축구팀인 ‘브릿지자활축구팀’과의 시범경기를 마치고 전하는 경기소감이다.

시범경기는 제1회 서울시장배 실버축구대회의 오픈경기로 노인의 날을 기념해 목동운동장에서 열렸다. 김기배 선수는 올해 73세로 70년대 초까지 선수로 뛴 국가대표출신이다. 그는 공격수로 시범경기에서 골 찬스를 많이 맞았다. 허윤정(75), 조성달(75) 선수들도 몇 번의 득점찬스를 맞았으나 아쉽게 골은 빗나갔다. 결국 전후반 40분을 뛴 친선경기는 무승부를 기록했다.

서울시를 대표하는 실버축구단은 나이를 극복하는 기술축구를 구사했다. 대부분 조기축구로 아직도 체력을 다지고 있지만 세월의 더께는 어쩔 수 없었다. 기술로 만들어낸 세 네번의 결정적인 득점기회를 비록 놓쳤지만 그들은 여유가 넘쳤다. 그리고 시합을 마친 70대 노익장들에게 피로감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상대팀 자활팀은 노숙인팀 자체 시합을 통해 선발된 40대 중반의 선수가 주축인데 이번 실버축구팀과의 시합으로 명예를 얻었다고 즐거운 표정이다. 그들은 '젊은' 패기로 실버축구단을 밀어붙였지만 번번이 어르신 선수들의 노련함에 걸려 골을 넣지 못했다.

서울시 대표팀 실버축구단은 모두 28명, 거의 대부분이 국가대표출신들이다. 70대가 13명으로 제일 많다. 내로라하는 국가대표 출신인 박이천, 정규풍 선수 등이 63세로 막내격이다. 이날 친선경기에서 실버축구단은 70대 고참선수들이 주축이 돼 뛰었다.



평균연령 68세, 대한민국 축구역사의 산 증인들이 모인 서울시 대표팀 실버축구단

실버축구단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선수단 대표라 할 수 있는 허윤정 단장 겸 감독이다. 다른 선수에 비해 키가 큰 편인 그는 선수 중 최고참이기도 하다. 그는 60년대 우리나라 축구의 산증인으로 74년 대표은퇴 뒤에도 줄곧 축구인생을 살아왔다.

그러나 그에게 실버축구단을 만들고 싶은 아쉬움이 항상 있었다고 한다. 2년 전부터는 국가대표 출신들을 불러 모아 자선축구를 펼치며 실버세대들의 축구 사랑을 강조해왔다. 그러한 활동이 결실을 맺어 드디어 지난 9월 9일 서울시 대표 실버축구단으로 새롭게 창단된 것이다.

이번 28명의 선수단을 구성하는 데도 허단장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허단장은 “축구는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로 우리나라가 세계축구 16강 등 우승국 대열에 선 만큼 나이든 사람도 건강과 체력을 기를 수 있는 실버축구를 활성화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자원봉사 등 다양한 행보 계획 그리고 3세대가 동참하는 실버축구대회 염원

'서울시 실버축구단'은 ‘다함께 100세까지... 슛~골!’을 슬로건으로 정하고, 앞으로 축구교육 등 자원봉사를 펼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서울시 실버축구단은 지도자 자격증을 보유한 허윤정 단장을 중심으로 자치구를 월 1회 이상 순회하며 기술지도를 하고, 유소년팀에 대해서도 시니어전문자원봉사단의 일원으로 축구교육 등 자원봉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실버축구단은 내년 5월 가정의 달에 사회통합을 위해 여성팀, 노숙인팀, 장애인팀 등과의 친선경기를 가질 계획이며, 노인학대 예방과 홀몸노인 후원 경기도 계획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아낌없는 성원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실버축구대회 규모를 점차 크게 육성할 계획이다. 서울시장도 축사를 통해 어르신들의 건강과 체력증진을 위해 실버축구대회를 지원하겠다며 어르신들의 파이팅을 당부했다.

축구팬으로 대회장을 찾은 전인옥 씨는 “서울시 실버축구단이 실버세대들의 축구사랑을 전파하고 우리나라 축구 저변화에 크게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응원했다. 한편 서울시를 대표하는 실버축구단의 브랜드 이름이 필요할 듯싶다. 실버축구단에 브랜드가 추가되면 브랜드에 걸맞는 그들의 역할과 활동은 물론 홍보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자치구 18개 실버축구팀이 자웅을 겨룬 결과 우승은 광진구 실버축구팀이 차지했다. 페어플레이상은 노원구 팀에 돌아갔다. 그러나 모든 참가 실버축구팀들이 실버세대들의 축구사랑을 빛낸 주인공들이다.

최초의 실버축구대회를 보니 젊은 시절부터 축구를 한 어르신들이 의외로 많았다. 노인들이 경기하기에 조금은 버겁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한낱 기우였다. 하지만 실버세대의 축구열기와 다르게 관중석은 한산한 편이었다. 마포구 실버축구팀에는 선수를 포함, 이날 3대가 함께 대회를 즐겨 주위 참가자로부터 부러움을 샀다.

다음 대회부터는 관람석에서 어르신 선수들을 응원하는 2세, 3세들을 초청해보면 어떨까 싶다. 실버축구대회가 친선과 화합을 위한 경기를 넘어 세대간의 아름다운 잔치이기를 바라는 것은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실버축구단 #국가대표 #목동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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