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에서 공짜밥 드셔보신 적 있으신가요?

admin

발행일 2010.07.13. 00:00

수정일 2010.07.13. 00:00

조회 3,819

“무료 급식소 대열에 서서……/행여 아는 이 조우할까 조바심하며/날짜 지난 신문지로 얼굴 숨기며/아려오는 가슴을 안고 숟가락 들고/목이 메는 아픔으로 한 끼니를 만난다." 이 시는 재생하려고 몸부림치다가 2009년 4월 하늘나라로 떠나버린 노숙인 시인 ‘장금’의 시 한 구절이다.

서울역ㆍ청량리역ㆍ영등포역 등에 떠도는 노숙인들은 약 4000명. 역 주변을 떠돌며 무료 급식으로 끼니를 때우고 역사에서 쪽잠을 자고 있어 개인별 건강도 문제지만 도시 미관상으로도 문제가 많은 곳이다. 서울시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5월 4일 노숙인들을 위한 실내 급식소를 만들었다. 바로 지하철 4호선 서울역 13번 출구에서 50미터 앞에 위치한 ‘따스한 채움터’다. 서울시가 20억원 예산으로 기존 건물을 매입하여 리모델링한 3층 건물로, 한 개 층에 70명씩 총 210명이 한꺼번에 식사할 수 있으며 상근자 2명, 공공근로자 2명, 특별 자활근무자 3명이 봉사하고 있다. 센터의 모든 관리 운영은 (사)서울노숙인복지시설협회에 위탁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마승서(사회복지사) 간사가 현장 책임자로 일하고 있었다.

센터 개소 처음 몇 개월간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식사는 서선연(서울역 노숙인 선교 연합회) 등을 비롯하여 22개 종교단체에서 배식을 돕고 있는데 서로 간에 협조가 잘 안돼 요일별 식사 시간이 일정하지 않고 밥 대신 빵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 불만이 많았다.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지만 노숙자끼리 다투고 술을 먹고 행패를 부리는 일도 많았다. 센터를 열고 나서 인근 상가에서 장사가 안 된다는 민원이 계속 들어오기도 했다. 노숙인이 길에 함부로 쓰러져 있으니 부녀자들이 다니기가 겁난다며 경찰에 신고하여도 그 때뿐이었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거리 질서 요원으로 2명의 공공근로자가 있으면 좋겠다는 말도 들렸다.

북아현동 쉼터의 총책임자였다가 이곳을 맡게 된 마승서 간사는 노숙자 중에는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정신 질환자가 많아 정신 보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또 한 수용소에 들어가도 단체 생활에 적응을 못하고 술을 먹고 싶은 마음을 참지 못하고 나와 버리기 때문에 해결책이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노숙 생활이 초기 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다르다. 개별적인 상담을 통해 치료가 가능하다고 하였다.

그래서 더더욱 노숙자들에게 건강한 한 끼가 중요한 게 아닐까 싶었다. 금요일 점심 식사는 '사랑의 쌀 나눔 운동 본부'에서 준비한다. 12시부터 '빨간 밥 차'와 BC카드사에서 나온 9명의 봉사자가 배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일명 '빨간 밥 차'는 BC카드사가 사회복지기관에 차를 무상으로 기증한 이동식 급식 차량으로 300명분의 식사 조리가 가능한 취사 장비를 갖춘 특수 차량이다.

낮 1시가 되니 서울역 광장 앞 임시 천막 교회에서 예배를 마친 노숙자 200여 명이 끼니를 해결하려고 서울역 광장을 지나 성공회 유지 재단에서 운영하는 ‘다시 서기 서울역 진료소‘와 65세 이상 노인 무료 배식소인 '해 돋는 마을' 앞을 지나 '따스한 채움터’까지 장사진을 이루었다. 오늘의 메뉴인 흰쌀밥과 국, 그리고 콩나물ㆍ김치ㆍ계란 등 세 가지 반찬을 자원봉사자들이 식판에 담아 나누어 주었다.

기자도 그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같은 테이블에서 목동 하나로마트에서 경비로 근무한다는 장교순(28세) 씨를 만났다. 그는 교도소까지 갔던 사람인데 서울역 앞에서 10년 간 노숙자 생활을 하다가 만난 전도사의 도움으로 새사람이 되었다고 하였다. 센터측에서는 장마철이고 여름이어서 혹시 상한 음식이라도 배식될까 신경을 쓰고 있었다. 집단 급식이니만큼 더 철저한 위생 관리가 필수가 아니던가. 더구나 어떤 노숙자들에게 이 한 끼는 어쩌면 며칠간의 유일한 식사일 수도 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가진 자들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더 많은 배려를 해야 사회 불안은 줄어든다. 어쩔 수 없이 도박, 알코올 중독, 가정 파탄,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들은 사회에서 재생의 길을 가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반면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 자립 의지가 전혀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마냥 도움을 줄 수는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노숙자들 틈에서 밥 한 술을 뜰 때마다 서울의 노숙자 문제를 해결할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골몰히 생각하여 보았다. 노숙인들 중에는 자립을 하여 정상적인 생활인으로 돌아가 다른 사람들을 돕고 사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부디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되기를 기원해 본다.

#노숙인 #실내급식소 #따스한채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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