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주는 학교
admin
발행일 2010.03.09. 00:00
광진구 자양동 ‘상일봉사학교’는 배움에 목마른 이들이 모여 이루지 못한 꿈을 위해 밤낮으로 향학열을 불태우고 있는 곳이다. 1975년 강동구 강일동에 비닐하우스 야학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4천 여 명의 학생을 배출시킨 이 학교는 오늘도 90여명의 학생들이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고 있다. 수업료가 없고 입학식이 없고 교사 월급도 없다는 3無학교, 학교운영비는 서울시내 300여 학교와 광진구청 등 기관, 개인독지가의 후원금으로 마련된다. 전·현직 교사와 대학교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만큼 훌륭한 수업을 진행 해 오고 있다. 물질적 가치보다는 정신적 가치를 신념으로 평생을 교직자의 길을 걸어 온 김용성 교장, 상일봉사학교는 그의 삶의 전부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려서부터 지켜보았던 선친의 ‘베풂의 삶’이 계기가 되었다. “옛날 보릿고개 시절엔 하루 세끼 식사가 어려웠지. 하루 한두 끼 정도로 겨우 연명하던 시절이라 얼굴이 부어있던 사람이 많았지. 굶으면 얼굴이 붓거든. 동네엔 서른다섯 가옥 정도가 살았는데 아버님은 얼굴이 부어있는 동네 사람들을 마당에 불러 모아서 해마다 가족 수, 어려운 형편 등을 분석해서 곡식들을 나눠주는 거야. 정작 우리는 배불리 먹지 못하는데 고생해서 농사지은 것을 모두 퍼 주는 아버님을 보면서 속이 많이 상했지. 하루는 거지 세 사람이 밥을 얻으러 왔는데 종 할머니에게 상을 차려서 밥을 줘라, 짐승취급하면 안된다는 아버님의 호령에 당황한 종 할머니가 거지에게 상을 차려 대접을 하니 거지생활하면서 이른 상은 생전처음 받아본다며 너무나 고마워했던 거지들을 오랫동안 잊을 수가 없었지.” 세월이 지나 성장하면서 선친의 뜻을 이해하게 되면서부터 교직 첫 발령 때부터 소외된 학생들을 찾아다니며 봉급을 털어가며 장학금을 주고, 한평생을 오직 제자들을 위해 헌신의 길만을 걸어 온 그였다. 현제 자양동에서 수업중인 학교도 자신의 퇴직금을 전부 털어서 마련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13번의 이사를 다니면서 나무를 심고 병아리를 키우는 등 학비를 마련하기위해 갖은 일을 다 했다. “봉사를 통해서 얻는 기쁨과 감사는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다”라고 말하는 그의 눈빛에서 배움에 대한 열정을 한 사람에게라도 더 전해 주고 싶은 간절함을 읽을 수 있었다. 취재 중 곽병례(67세) 할머니가 기초 한글을 개인지도 받고 있었는데 깍두기공책 안에 “가, 나, 다, 라...”를 또박 또박 쓰고 있었다. 한글을 몰라서 평생을 답답하게 지내다가 우연히 상일봉사학교에 와서 한글을 배우게 되었는데 선생님이 꼼꼼하게 잘 가르쳐 주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이해진 지도교사는 곽병례 할머니가 초등 검정고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렇게 학생들이 조금씩 실력이 늘어가는 것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무학년 무학급제인 상일봉사학교는 한글을 모르는 사람부터 중퇴자,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사람을 위한 초등반, 중등반, 고등반은 물론 컴퓨터반과 영어회화반까지 있다. 2009년 교육성과로 원거리 거주자 및 장애인을 위한 강의 내용을 홈페이지(sangil.cc)에 개설하여 전국 236,600명의 회원에게 도움을 주고 있으며, 중입 검정고시 전원 합격, 한자 급수 응시 전원 합격이라는 쾌거를 이뤄 평생교육기관으로서의 자리를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지하 공간에는 독서와 영화, 노래를 자유롭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신나는 노래 주민 문화 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며, 인성교육을 위해 본교 부설로 전남 영광에 농촌 문화 체험마당도 준비되어 있다. 이 시설은 정용성 교장의 230년 된 고택을 수리하여 백제 불교문화를 관광하는 이들에게도 무료숙박을 제공해 오고 있다. 제1회 한국교육자 대상, 서울시민 대상을 비롯해 수많은 상을 받은 그는 쓰러지는 날까지 배움의 등불을 밝히기 위해 상일봉사학교 문을 열 것이라고 했다. 찾아가는 길은 광진구 자양3동 신자초등학교 건너편으로 20m에 있다. 상일봉사학교에 관심 있는 분은 전화(446-4432, 486-4434)나 홈페이지(http://www.sangil.cc/)로 문의하면 된다. ◆ 수업 시간표
시민기자/석성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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