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년 실향의 아픔 달랜 밤섬 방문행사

admin

발행일 2009.09.24. 00:00

수정일 2009.09.24. 00:00

조회 2,166



시민기자 전흥진




밤섬에 살았던 옛 주민 130여 명과 마포구민 등 200여 명은 추석을 맞이하여 41년 실향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개최된 ‘밤섬 실향민을 위한 고향 방문행사’에 다녀왔다. 그들과 함께 밤섬으로 가는 바지선(화물 등을 운반하는 소형배)에 몸을 실은 지 얼마나 되었을까? 옛 밤섬 주민들 사이에서는 회고담이 하나둘 들려왔다.

“예전에는 밤섬에서 이곳까지 다니는 배가 있었어. 매일 배를 타고 나와 서강초등학교에 다녔지.“
“밤섬 배가 닿는 바로 옆에 우리 집이 있었어. 지금도 서강대교를 건널 때마다 저기가 우리 집이 있던 자리인데, 생각하곤 하지.“
“어릴 때 밤섬에서 수영도 하고, 겨울이면 얼음 위에서 썰매도 타고 그랬는데, 지금은 일반인 통제구역이 되어서 오늘같이 특별한 날이 아니면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고향이 되었지.“

한강 하류에는 자연생태계보전지역이자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밤섬이 있다. 섬의 형태가 밤의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밤섬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이다. 1968년 한강개발과 여의도 건설의 일환으로 밤섬은 폭파되어 일부만 남게 되었고, 당시 밤섬에 거주하던 62가구 443명의 주민들은 마포구 창전동 와우산 기슭으로 이주하게 되었다.

드디어 한강시민공원 망원지구에서 출발한 배를 탄 지 20여 분 만에 그들은 눈앞에 두고도 갈 수 없었던 밤섬에 도착했다.
“내 고향 밤섬 땅을 밟으니 너무 기뻐요. 옛날 생각도 많이 나고, 곳곳으로 흩어져 사는 고향 사람들, 오늘 다시 만나니 너무 좋고 말고...“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241,000㎡(73,100평)의 밤섬에는 버드나무와 잡초가 무성해 있었고, 1994년에 설치된 ‘밤섬 주민 옛 생활터’라는 표석도 보였다. 밤섬은 조선 초부터 배를 만들고 농사를 짓던 곳이며 특히 땅콩 농사를 많이 지었다고 한다.

실향민들은 밤섬보존회와 마포문화원의 도움으로 분향명촉, 초헌, 아헌, 종헌 등의 순서로 진행되는 귀향제를 지냈고, 이어서 2005년 1월 10일 서울시 무형문화재 35호로 진행된 ‘부군당 도당굿’도 지내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오고 싶어도 마음대로 올 수 없는 밤섬에서 바라본, 마포와 여의도의 풍경이 색다른 감회를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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