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사랑했던 그들을 기리며...'외국인 선교사 묘원'
발행일 2020.10.30. 09:58
가을날,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을 찾았다. Ⓒ박세호
지하철 2·6호선 합정역에서 내려 7번 출구로 나와 10분쯤 걷다보면 ‘외국인 선교사 묘원’이 나온다. 마포구 합정동 143번지 일대로 미국, 영국, 캐나다를 포함한 15개국의 외국인 400여 명이 안장되어 있다. 헐버트, 언더우드, 스크랜턴, 아펜젤러 등 개화기와 일제강점기 시 조선을 위해 활약하였던 저명한 외국인들이 묻혀 있는 곳이다. 현재 한국기독교1백주년기념사업회에서 관리하고 있다.
천주교 성지에선 김대건 상을 중심으로 숲 산책 코스가 이어진다. Ⓒ박세호
반대편으로 또 하나의 영역이 있는데, 1966년 천주교에서 잠두봉을 중심으로 성당과 기념관을 세우고 주변 지역을 공원으로 조성한 ‘절두산 순교성지(사적 제399호)’다. 미사를 드리는 성당도 있으며, 가톨릭신자들의 성지순례 구간이다.
방문객은 경내와 주변을 둘러보면서 설명 안내판 등을 읽어본다. 수목을 잘 가꾸어 놓은 데다 한강과 주변 경관이 아름답다. 낙조를 즐길 수도 있고, 한강 공원 쪽으로 내려가 박해받은 순교자의 삶을 돌아보며 신앙적 영감을 얻을 수도 있다.
대한매일신보사장 대영국인 배설'은 한국의 독립운동을 돕기 위해 청춘을 바쳤다. Ⓒ박세호
필자가 코로나19 공백 기간을 이용해 외국인 선교사 묘원을 찾게 된 동기는 이렇다. 영국 언론인 배설, AP특파원 앨버트 테일러, 그리고 의료선교사 로제타 홀 여사 등 세 사람의 자료를 수집할 일이 있었는데, 이들이 이 곳 선교사묘원에 모셔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잠깐 지나치면서 전체 묘역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한 방문이었다.
그런데 계단을 올라가자 첫걸음 만에 놀랍게도 세 분의 묘소가 다 보였다. 가장 먼저 만난 어니스트 베델(Ernest T. Bethell, 한국명 배설)의 묘는 건국훈장 대통령장, 독립유공자라고 명시되어 있다. ‘대한매일신보사장 대영국인배설(裴說)지묘’라고 묘비명이 선명하다.
앨버트 테일러(왼쪽)와 아버지 알렉산더 테일러의 묘소 Ⓒ박세호
베델은 1904년 러일전쟁을 취재하기 위해 ‘데일리크로니클’지 특파원으로 한국에 왔다. 이후 그는 한국에서 대한매일신보와 코리아데일리뉴스를 창간하고, 일제의 만행을 고발하고 한국인의 애국심을 고양하는 글을 실었다. 일제의 기소로 베델은 재판에 회부되어 6개월의 근신형과 3주간의 금고형을 받고 상하이로 끌려가 3주간 금고형을 살았다. 베델은 다시 서울로 돌아왔지만 심신이 쇠약해져 1909년 37세에 안타깝게 숨졌다
베델과 같은 일반인 묘역에 AP통신 특파원 앨버트 테일러의 묘소가 있다. 문화유산 ‘딜쿠샤’의 건축주인 미국인 앨버트 테일러는 광산업을 하던 아버지 알렉산더 테일러의 요청으로 한국에 들어와 무역상을 했다. AP통신 특파원이 되어 1919년에 일어난 3.1운동을 세계에 알리고, 스코필드, 언더우드 등과 테라우치 총독을 찾아가 제암리학살사건을 강하게 항의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세 번째 인물은 조선 최초 여의사인 박에리사를 후원한 의료선교사 로제타 홀이다. 남편(W.J.홀, 선교사)과 딸을 잃는 고통 속에서도 45년간 한국인들을 사랑으로 섬겼다고 한다. 여성의료에 초석을 깔았고, 맹아교육에 힘써 한국 최초의 점자교육을 도입했다. 아들 셔우드 홀은 요양원을 세워 결핵환자를 치료하고 크리스마스실을 발행했다. 3대에 걸쳐 6명(선교사 4명)의 홀 가족이 이곳에 잠들어 있다.
의료선교사 가족인 로제타 홀의 아들 셔우드 홀 선교사 공적비 Ⓒ박세호
이 곳 묘역은 ‘외국인 선교사 묘역’이나 ‘양화진 외국인 묘역’이라고 불리는데, 공식 이름은 ‘외국인 선교사 묘원’이 맞고 그 중 일부에 일반인 묘역이 구분되어 있다. 잘 가꾸어진 묘역에는 우람한 수목들이 든든하게 서있고, 경건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였다. 묘역에 묻힌 400여명 중 많은 이들이 개화기와 한말, 그리고 일제강점기로 이어지는 과거 역사 속에서 이름이라도 들어본 인물들이다. 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는 것을 보니 신기한 마음도 들었다.
외국인선교사묘원의 입구에는 꽃들이 만발하였다. Ⓒ박세호
가을은 사색과 성찰의 계절이다. 그들의 사역과 일생의 헌신, 그리고 자신의 삶의 목표와 방향을 되새겨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한적한 곳이지만 꼭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지키며 관람해야 한다.
■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 위치 : 서울시 마포구 양화진길 46
○ 교통 : 지하철 2•6호선 합정역 7번 출구 도보 10분
○ 운영시간 : 월-토 10:00~17:00 무료 입장
○ 홈페이지 : www.yanghwajin.net
○ 문의 : 02-332-9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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