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둘레길 '마실길' 반나절 코스

시민기자 최용수

발행일 2020.08.27. 15:45

수정일 2020.08.2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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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시 독립운동 근거지였던 진관사 입구 모습
일제강점시 독립운동 근거지였던 진관사 입구 ⓒ최용수

※ 이 기사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 전에 작성되었습니다 - 편집자주

이웃에 놀러 다니는 일을 ‘마실’이라 한다. 분주하게 돌아가는 서울에서 마실을 맛볼 수 있는 곳이 어디 없을까? 은평구 진관동의 북한산 둘레길 제 9구간은 이름부터 ‘마실길’이다. 진관생태다리 앞에서 방패교육대 입구까지 약 1.5km 구간이다.

북한산둘레길 제9구간 마실길 위치도
북한산둘레길 제9구간 마실길 위치도 ⓒ최용수

지하철 연신내역 3번 출구에서 버스 7211번을 타고, 진관사입구 하차한다. 도보로 15분 정도 가면 마실길의 시작점인 진관생태다리 앞에 도착한다. 다리 아래에서 시작하면 은평한옥마을이 눈앞에 펼쳐진다. 마실길은 내리막이라 편안하다. 다양한 형태의 한옥들이 북한산 능선과 계곡이 어울려 멋스러움을 더한다.

은평한옥마을의 아름다운 한옥과 150년 마을지킴이 느티나무
은평한옥마을의 아름다운 한옥과 150년 마을지킴이 느티나무 ⓒ최용수

한옥 외에도 마실길은 은평한옥역사박물관, 한문화 너나들이센터, 셋이서 문학관, 삼각산 금암미술관, 숙용심씨 묘표 등 생태적, 역사 문화적 가치를 지닌 명소들이 가득하다.

한옥마을 개천가에는 수령 150년의 느티나무 거목 5그루가 있다. 수백 년 진관마을을 지켜온 지신(地神)이자 은평구의 보호수로서 위엄이 근사하다. 높이 15m, 둘레는 무려 3.6m나 되니 신비스럽다.

마실길에서 만나는 셋이서 문학관, 천상병, 중광, 이외수 3인의 문학관이다
마실길에서 만나는 셋이서 문학관, 천상병, 중광, 이외수 3인의 문학관이다. ⓒ최용수

느티나무 너머에는 셋이서 문학관삼각산 금암미술관이 있다. 한국문단의 기인작가 3인 천상병, 중광, 이외수의 문학의 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문학관이다. 문학관 앞길은 천년고찰 진관사로 가는 길이다. 몇 걸음 옮겼을까. 도로변에 설치된 이색적인 조형물이 눈에 들어온다. 독립운동 당시 사용한 진관사 태극기, 백초월 스님 입상에 대한 안내 표석이다.

마실길을 걷다보면 독립운동에 사용한 진관사 태극기, 백초월 스님, 태극기 안내 표석을 만난다
마실길을 걷다 보면 독립운동에 사용한 진관사 태극기, 백초월 스님, 태극기 안내 표석을 만난다. ⓒ최용수

진관사와 백초월 스님은 특별한 스토리를 간직하고 있다. 1919년 3•1 운동 당시 북한산 고찰 진관사의 밤, 인적이 드문 칠성각의 불단을 끌어내리고 벽을 뜯는다. 그 속에 ‘보자기’를 감추고 벽을 바른다. 이후 90년이 흐른 2009년 5월 26일, 진관사 칠성각 보수작업 중 벽 속에서 ‘보자기’를 발견한다. 그 날 밤 위험을 무릅쓰고 숨긴 바로 백초월 스님의 그 ‘보자기’이다.

3•1운동의 숨결을 간직한 채 90년 동안이나 숨죽여 있던 ‘독립운동사료’들이 세상 밖으로 나온 순간이다. 그 ‘태극기보자기’에는 단재 신채호가 창간한 신대한 3점, 독립신문 4점, 조선독립신문 5점, 자유신종보 6점, 경고문 2점 등 총 6종 20점이 싸여있었다. 진관사 태극기는 사료적 가치를 평가 받아 문화재청등록문화재(제 358호)로 지정됐다.

마실길에서 만나는 진관사 계곡, 물놀이 장소로도 입소문이 난 곳이다
마실길에서 만나는 진관사 계곡, 물놀이 장소로 입소문 난 곳이다. ⓒ최용수

백초월 스님을 만나고 마실길을 이어갔다. 하늘을 찌르는 은행나무숲, 여름철 물놀이 인기 장소인 계곡을 건너면 삼천사 입구를 지난다. 개천가로 조성된 이곳 마실길 산책로는 나무데크 무장애길이다. 100여 개의 태극기와 진관사 태극기가 데크 길을 따라 교대로 펄럭인다.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을 잊지 말자며 은평구에서 조성한 ‘태극기의 길’이다.

은평구에서 조성한 마실길 무장애 탐방로의 '태극길의 길', 태극기와 진관사 태극기가 교대로 게양되어 있다
은평구에서 조성한 마실길 무장애 탐방로의 '태극길의 길', 태극기와 진관사 태극기가 교대로 게양되어 있다. ⓒ최용수

진관사 태극기는 가로 89cm, 세로 70cm이다. 일제강점기의 태극기 중에서 사찰에서는 발견된 첫 태극기이다. 4괘 중 건괘 쪽 모서리 부분은 삭았고 중앙에 구멍도 여러 개 나 있다. 재봉틀로 박음질한 붉은 원 안에 음(陰) 부분을 청색이 아니라 먹물로 추정되는 흑색 안료로 태극을 표현했다. 독립의지를 표현하기 위해 일장기 위에 덧그린 희귀한 태극기이다.

마실길에 조성된 태극기의 길에서 만난 '진관사 태극기' 모습
마실길에 조성된 태극기의 길에서 만난 '진관사 태극기' 모습 ⓒ최용수

마실길에 조성된 태극기의 길에는 태극기와 진관사 태극기가 교대로 게양되어 있고, 시 간판도 만날 수 있다
마실길 태극기의 길에는 태극기와 진관사 태극기가 교대로 게양되어 있고, 시 간판도 만날 수 있다. ⓒ최용수

이렇게 북한산둘레길 제9구간 마실길은 방패교육대 입구에서 끝난다. 약 1.5km 구간이라 쉼 없이 걸으면 45분이면 충분하지만 이곳 저곳 역사문화유적을 둘러보려면 반나절은 투자해야 한다. 시간적 여유가 더 있다면 박물관이나 문학관, 진관사, 삼천사를 둘러본다면 하루 코스이다.

장마철의 은평한목마을 골목길 풍경
비오는 날, 은평한목마을 골목길 풍경 ⓒ최용수

북한산둘레길 9구간 '마실길'
○ 코스 : 진관생태다리앞 -> 방패교육대앞 총 1.5km
○ 교통 : 3호선 구파발역 3번 출구에서 7723번 버스 승차 후 하나고.삼천사.진관사입구(12-437)하차 후 도보 8분
○ 북한산둘레길 홈페이지 : http://www.knps.or.kr/portal/dulegil/bukhansan/course09.do
○ 진관사
- 위치: 서울시 은평구 진관길 73
- 홈페이지 : http://jinkwansa.templestay.com/
- 문의 : 02-388-7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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