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긋한 전통주와 함께 봄 한잔 즐겨볼까?

시민기자 강사랑

발행일 2020.04.13. 16:38

수정일 2020.06.01. 16:41

조회 352

'강호에 봄이 드니 미친 흥이 절로 난다 / 탁료계변에 금린어가 안주로다 / 이 몸이 한가하옴도 역군은이샷다’ 맹사서의 <강호사시가>의 한 구절이다. 철따라 바뀌는 풍경이 자아내는 정취에 술만큼 어울리는 것이 또 있을까. 

우리 조상들은 한 잔의 술에 계절을 담아 즐기는 소박한 사치를 즐겼다. 4월에는 진달래꽃술 '두견주', 5월 단오에는 창포 뿌리즙과 찹쌀로 빚어 만든 '창포주', 한여름에 푸른 연잎의 '연옆주', 가을 '국화주' 등 계절을 대표하는 전통주의 종류도 다양하다. 코로나19가 남긴 상흔으로 잃어버린 봄이 속절없이 떠나가는 것이 아쉽다면, 우리 전통주의 그윽한 맛과 향기로 달래 보는 것은 어떨까.

전통주 갤러리에 전시된 가장 대중적인 전통주, 막걸리
전통주 갤러리에 전시된 가장 대중적인 전통주, 막걸리 ⓒ강사랑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중적인 전통주는 단연 막걸리다. 막걸리는 '이제 막 걸러냈다'라는 뜻으로 '신선함'에 그 어원을 두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발효 기간을 짧게 하고 곡물에서 비롯된 고형분을 남김으로써 부드럽고 고소한 곡물의 풍미를 그대로 전달한다. 막걸리는 잘 흔들어서 마셔야 맛과 영양분을 즐길 수 있다.

약이 되는 맑은 술, 약주 (전통주 갤러리)
약이 되는 맑은 술, 약주 ⓒ강사랑

우리나라에는 '약이 될 만큼 귀하다'라는 뜻의 술이 있다. 바로 술 밑을 여과하여 만든 맑은술 '약주(청주)'이다. 약주(藥酒)라고 불리는 만큼 귀한 약재를 넣기도 하는데, 무엇보다 양반가의 규수들이 직접 빚은 귀한 술이었다. 조선시대 금주령이 있었던 시기에는 약으로만 술 빚기가 허용이 되기도 했다.

"소주란 것은 한자 그대로 소주(燒酒), 즉 타오르는 술을 말합니다. 증류라는 방식을 거쳐 술기운만 뽑는 거지요." 전통주 갤러리 김영우 큐레이터의 설명이다. 우리에게는 일반적인 희석식 소주가 있지만 전통 소주는 다르다. 장인이 빚었으며 술의 원료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있다. 장인의 손길로 다듬어진 다양한 술의 원료들은 지역 농산물과 문화를 알리는 중요한 지표가 되기도 한다.

술기운이 응축된 최고의 타오르는 술, 전통 소주
술기운이 응축된 최고의 타오르는 술, 전통 소주 ⓒ강사랑

우리 과실로 빚어낸 술, 한국 와인
우리 과실로 빚어낸 술, 한국 와인 ⓒ강사랑

와인은 외국에만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에도 우리의 땅과 기후로 길러낸 과실로 빚는 한국 와인과 과실주가 있다. 최북방 DMZ 인근에서부터 남쪽으로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역 음식과 어울리는 한국 와인과 과실주가 수백 종 빚어지는 중이다. 한국 와인과 과실주를 통해 우리나라의 지역별 특산 과일과 발효문화를 살펴볼 수 있다.

봄을 대표하는 전통주에 ‘두견주(杜鵑酒)’를 빼놓을 수 없다. 진달래꽃의 다른 이름은 ‘두견화’, 그래서 진달래꽃으로 담근 술이 두견주다. 두견주의 유래를 살펴보면 효심 가득한 이야기가 있다. 충남 당진 ‘면천 복씨’의 시조인 고려 개국공신인 복지겸의 딸이 병든 아버지를 위해 아미산에 핀 진달래꽃과 안샘이라는 면천면의 우물물로 술을 빚은 것이 두견주이다. 현재 아미산은 4월이면 3만여 평 규모의 진달래 군락지가 조성되어 진달래꽃따기 진풍경이 펼져지는 관광지로 유명하다. 채취한 진달래에 찹쌀을 주원료로 한 술덧에 넣어 두 번을 빚고 100일간 발효 숙성시키면 꽃향이 그윽한 두견주가 완성된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만찬 건배주, 면천 두견주 (국가무형문화재 제86호)
2018년 남북정상회담 만찬 건배주, 면천 두견주 (국가무형문화재 제86호) ⓒ술팜전통주

두견주는 1986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김포의 문배주, 경주의 경주교동법주와 함께 국가중요무형문화재 86-2호로 지정되어 당진의 명물로 널리 알려져있다. 전통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진달래는 ‘맛이 달고 시며 성질을 평하고 폐경에 작용한다. 그래서 담을 삭이고 기침을 멈추게 한다’고 한다. 그래서 꽃과 잎으로 담근 술은 가래가 끓거나 기침 증세, 급·만성기관지염, 천식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3, 4월은 지역마다 봄꽃 축제를 비롯해 다양한 축제가 시작되는 시기이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축제들이 취소되면서 지역 특산주를 내세우는 전통주 업계 또한 직격탄을 맞았다. 술을 홍보하고 판매할 수 있는 통로 자체가 막힌 것이다. 이에 어려움을 겪는 양조장을 응원하기 위한 전통주 판매 이벤트가 온라인에서 진행되고 있다. 네이버 푸드윈도(https://shopping.naver.com/fresh/traditionalalcohol/event/53927)에서 전통주를 구매하면 구매 금액의 5%를 네이버 페이로 돌려주는 이벤트이다. 대한민국 대표 명인들이 자부하는 우리 전통주의 맛과 향기를 즐기기에  좋은 기회이다. 해당 행사는 4월 30일까지 진행된다. 

코로나 여파로 외출과 만남, 모임이 쉽지 않은 탓에 화기애애하게 술을 즐기기도 쉽지 않다. 이제 '혼술(혼자 마시는 술)',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은 트렌드라기보다 일상 그 자체가 되고 있는 듯하다. 기왕이면 몸에 좋고 약도 되는 전통주를 친구 삼아보면 어떨까. 전통주는 유일하게 통신판매(온라인 주문 및 배송)가 허락된 술이기에 집에서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필자는 해당 기사를 쓰면서 인터넷으로 면천 두견주를 주문했다. 이제는 술에 담긴 계절, 그윽한 진달래향을 즐겁게 기다릴 차례이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양조장을 위해 네이버 푸드윈도에서 전통주 이벤트 중이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양조장을 위해 네이버 푸드윈도에서 전통주 이벤트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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