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박물관에서 만난 조선시대 수표교

시민기자 정인선

발행일 2019.12.27. 15:44

수정일 2019.12.30. 08:31

조회 261

청계천 박물관 기획전시실 입구 ⓒ정인선

청계천박물관 기획전시실 입구 ⓒ정인선

청계천의 옛 다리 중 유일하게 원형이 남아 있는 수표교를 주제로 <수표교, 한양에 비가 내리면>을 2019년 12월 18일~2020년 3월 15일까지 청계천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회는 '조선시대 한양의 수표와 다리 그 주변의 일상'이 영상으로 재현되는 몰입형 영상 체험공간이 마련되어 관람객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수표교 옆에는 개천의 수위를 측정하는 수표(水標)가 1441년(세종 23)에 설치되어 홍수와 범람을 측정하는데 유용하게 활용했다. 처음에는 네모꼴 나무 기둥에 척(尺)ㆍ촌(寸)ㆍ푼{分)의 눈금을 새겨 설치했으며, 후대에 돌기둥으로 다시 만들었다. 수표교와 수표는 일제강점기 개천이 청계천으로 불리기 시작한 뒤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복개공사를 계기로 자리를 옮겼다. 수표교는 수표를 측정하는 관리인 수표직은 물론 영희전으로 행차하는 어가 행렬이 지나던 곳이다. 풍류를 즐기던 선비들, 천주교인들, 구리개의 약방을 찾는 이들, 조선에 정착한 청상(淸商)들까지 각양의 역사을 품고 있다.

수선전도 ⓒ정인선

수선전도 ⓒ정인선

수선(首善)을 현대 용어로 표현하면 수도이기 때문에 수선 전도는 수도인 ‘서울의 지도’라는 뜻이다. 지도 위에는 제작자가 표기되어 있지 않지만 다른 자료에 나오는 기록을 종합해 김정호가 제작한 지도임이 밝혀졌다. 목판본 서울 지도 중 가장 큰 편에 속하며, 산과 산줄기를 채색 필사본 못지 않게 예술적으로 표현하여 소장품으로서의 가치도 높다. 이에 따라 민간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으며, 1880년대 이후 외국 선교사가 채색 필사본 한글 서울 지도를 만들 때 모본이 되기도 했다. 1392년 조선 건국부터 1406년 개천 준설, 1985년 수표를 보물 제838호로 지정, 2003년 청계천 복개공사를 시작한 걸 연대별로 잘 정리되어 있어서 수표교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전시실 내부 ⓒ정인선

전시실 내부 ⓒ정인선

수표교 주변은 종로거리와 시전이 인접한 상업중심지이자 다양한 문화가 교차하는 공간이었다. 수표교 바로 북쪽인 지금의 관수동에는 청나라 상인들이 가장 많이 살아서 '청국인 거리'라 하고, 지금 서울 중구 수표동, 을지로 2가 장교동은 조선시대 의약과 서민 치료를 맡아보던 관아인 혜민서가 위치하여 '혜민서골'이라 했다. 이 벽은 수표교 인근에 집을 마련해 천주교 교리를 연구하고 전파했다. 수표교 인근은 한국 천주교회 최초의 신앙공동체가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한양의 번화가로 18세기 당대의 지식인들이 모여 살았다. 함께 차를 마시거나 술잔을 기울이며 한양 곳곳의 풍경을 묘사한 시를 지었는데 간간이 수표교가 등장하는 작품들로 풍류의 흔적을 알 수 있다.

수표교의 사진들 ⓒ정인선

수표교는 1958년 청계천 복개공사가 시작되면서 장충단공원으로 옮겼다. 1959년 이전 설치 과정에서 무자금(戊子禁)이 새겨진 귀틀석은 유실된 듯 보인다. 수표는 수표교와 함께 장충단공원으로 옮겨졌다가 1973년 세종대왕기념관으로 이전되며 보물 제838호로 지정되었다. 여전히 수표교는 본 모습을 잃지 않고 다리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2003년 청계천 복원 사업 때 제자리를 찾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로 한동안 화제가 되었지만, 청계천으로 돌아오지는 못했다.

영희전령 교지, 영희전영건도감의궤 ⓒ정인선

영희전령 교지, 영희전영건도감의궤 ⓒ정인선

수표교는 남부 훈도방에 있는 영희전으로 가는 통행로이기도 했다. 영희전은 태조 이하 역대 왕들의 어진(御眞-왕의 얼굴을 그린 그림. 초상화)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던 전각으로, 숙종에서 정조대를 거치면서 종묘에 버금가는 왕실 조상의 공적 기념 장소를 자리 잡았다. 설, 한식, 단오, 추석, 동지, 섣달그믐날 등 명절이 되면 왕은 이곳에서 참배했다.

전시관 내 영상 상영관 ⓒ정인선

전시관 내 영상 상영관 ⓒ정인선

청계천박물관에서 재미있는 역사 콘텐츠를 직접 체험해 볼 수도 있다. 전시관 내 '몰입형 영상 체험공간'을 마련해 당시의 청계천변과 수표교를 생생하게 만나 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전시 공간 한가운데의 수표(청계천 수위를 측정한 장치·사진)를 중심으로 천장을 제외한 벽면과 바닥 등 다섯 면에서 입체적인 영상을 만들어 내어 몰입감을 높였다. 영상은 수표교의 현재 모습, 홍수, 왕의 행차, 답교놀이 등 10개로 구성되어 연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도입부에서 수표교가 축조되는 3D 영상과 수표를 쓰러뜨릴 듯 밀려드는 빗물이 흐르는 영상이 인상적이어서 한참동안 몰입해 관람하고 있자면 역사 속 주인공이 되어 과거의 어느 시대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 든다. 추워서 바깥 활동하기 힘들 때 청계천박물관도 관람하고, <수표교-한양에 비가 내리면>도 관람하면 뜻깊은 나들이가 될 것이다. 방학 때 아이들과 함께 관람하기를 강추한다.
■청계천박물관 
위치 서울시 성동구 청계천로 530
□관람시간 : 평일 오전 9시~오후 7시(월요일 휴관, 1월 1일),  (11월~2월 주말/공휴일: 오전 9시~오후 6시)
□관람료 : 무료
□홈페이지 : museum.seoul.go.kr
□문의 : 02-2286-3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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