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군사시설이 문화창작공간으로...평화문화진지

시민기자 김석규

발행일 2019.08.19. 15:57

수정일 2019.08.19. 15:57

조회 258



2002년 촬영된 도봉시민아파트의 철거 전(上)과 2009년 촬영된 철거 후(下) 위성사진 (서울시 항공사진 서비스)

서울에는 도봉, 녹번, 노량진, 수색 등 시민아파트가 있었다. 그 중 도봉 시민아파트는 도봉산과 수락산 사이의 좁은 평지에 위치해 있었는데, 이곳은 바로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이 전차를 앞세워 들어왔던 군사적 요충지였다. 즉, 유사시 서울을 방어하기 위한 최적의 위치였던 것이다. 때문에 도봉 시민아트는 1층에는 대전차방호시설이 위치했고, 2층부터 4층에는 주로 군인과 그 가족들이 입주해 군사시설을 자연스럽게 주거시설로 위장한 곳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민아파트가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건설하기 위해 날림으로 지어졌고, 도봉 시민아파트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때문에 2004년 안전진단에서 E등급을 받아 철거되었으나 대전차진지로 건설된 1층은 철거되지 않고 남겨졌다. 이후 한동안 도봉구청의 창고로 사용돼 왔다. 


평화문화진지로 리모델링된 도봉시민아파트 1층

 지난 2016년, 10년이 넘도록 방치되던 도봉시민아파트 1층 대전차방호시설은 관할 군부대였던 60 보병사단, 서울시, 도봉구청간의 협약을 통해 새로운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제는 예술인들로 하여금 새로운 문화를 꽃피우고 예술적인 창작활동을 이어나가도록 돕는 장소가 된 것이다. 2017년 10월 개관한 평화문화진지는 입주작가를 위한 스튜디오와 공유 공방, 다목적 전시장, 공연장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곳에서 열리는 각종 전시와 공연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군사시설에서 문화시설로 새단장한 평화문화진지에서는 2017년 이래로 2년간 23인(팀)의 시각·예술 분야의 작가들이 입주작가로 활동해왔다. 도봉구는 평화문화진지에 입주하는 예술가들을 위해 약 30㎡ 가량의 스튜디오와 각종 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예산, 홍보 및 행정을 지원해주고 있다. 또한 공연장과 세미나실, 전시실은 누구든지 사전 신청을 거쳐 대관할 수 있다.


옛 시절의 흔적이 남아있는 콘크리트 계단과 뒤편의 총안들(총포를 사격할 수 있도록 내 놓은 구멍들)

리모델링을 거쳤음에도 시민아파트 시절의 흔적은 많이 남아있다. 대표적인 것이 2층으로 향하는 계단과 뒤편의 총안들이다. 기관총 등을 거치하고 적 전차들을 막기 위해 뚫려있던 구멍들, 채 지워지지 않은 낙서는 흉흉한 느낌을 주는 한편 '이곳에 총알 자국 하나 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생각을 불러온다. 살벌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평화로운 쉼터이자 문화예술 생활의 터전으로 자리잡은 이곳은 모순적인 느낌과 함께 평화의 중요함을 절실히 느끼도록 해준다.




2층에 조성된 옥상공원에서 볼 수 있는 풍경

 1층에서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다면 2층과 3층에서는 정원과 전망대에서 도봉동과 장암동 일대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2층의 옥상 공원에선 도봉산역을 오가는 열차들과 서울 창포원, 다락원의 풀숲, 건너편 장암동 아파트숲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멀리 보이는 도봉산과 수락산의 경치 역시 일품이다. 전시된 전차 옆에 있는 3층 높이의 전망대 역시 경치가 아주 훌륭한데, 도봉산과 수락산, 의정부시 방면으로 3면이 훤하게 뚫려있다. 엘리베이터를 통해 올라갈 수 있고, 전망대 내부에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어 시원한 곳에서 잠시 쉬었다 갈 수도 있다.

 

베를린시로부터 기증받은 베를린 장벽과 퇴역한 육군 전차·장갑차

평화문화진지에서는 곳곳에서 대립의 역사를 찾아볼 수 있다. 베를린시가 통일을 기원하며 서울시에 기증한 베를린 장벽의 일부가 바로 이곳에 전시돼 있다. 함께 전시된 전차와 장갑차 역시 대전차진지였던 이곳의 의미를 생각하게끔 한다. 평화문화진지는 한때는 전쟁을 대비하며 적을 막기 위한 장소였지만, 이제는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며 미래를 위한 새로운 문화를 꽃피우는 장소가 되었다. 1호선과 7호선이 정차하는 도봉산역 또는 도봉산역 환승센터와 도봉산역 버스 정류장을 통해 갈 수 있다. 서울 창포원과 다락원 체육공원이 바로 옆에 위치하니 함께 둘러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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