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박물관

내손안에서울

발행일 2004.09.16. 00:00

수정일 2004.09.16. 00:00

조회 1,299



시민기자 진보라


가을이 되면서부터 엄마의 고춧가루 타령이 시작되었다. 태양초를 사야하는데 없다는 둥, 아파트에도 고추를 말리는 집도 있다는 둥...
"아무거나 사면 되는 거지 다 비슷하던데, 뭘요." 내가 대수롭지 않게 말하자 "아니야. 김치 맛이 달라진다니까.. 고춧가루가 맛있어야 김치가 맛있지. 이번에는 김치 냉장고를 하나 살까?"
김치를 많이 먹는 집도 아닌데 엄마의 김치타령은 1년 내내 계속된다. 김치...우리나라에서 김치는 무엇인데 이렇게 주부들이 신경을 쓰는 것일까?

서울에는 숨어있는 박물관이 많이 있다. 김치 박물관도 그런 경우이다. 삼성동 코엑스몰을 여러 번 갔었지만 김치 박물관이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었다.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내린 후 5,6번 출구 방향으로 나가면 지하 1층이고 지하 2층으로 내려가면 김치 박물관이 있다.

입장료를 내면서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것도 돈이 꽤 많이 드는구나 생각을 했다. 그러나 갑갑한 영화관에서 두어 시간 있는 것보다 훨씬 좋은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입장료: 성인 3000원 유치원~고등학생 1000원)

코엑스 몰에 김치 박물관이 어울릴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김치는 민속촌이나 한옥마을 같은 곳에 어울리는 아이템이 아닌가? 이런 현대적 시설과 지하 공상세계 같은 코엑스에 김치 박물관이라니..
그러나 내 생각과는 달리 입구는 무척이나 아기자기하고 깔끔했다. 내가 생각하던 김치 박물관의 모습이 아니었다. 나는 김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일까?

김치의 역사관에는 김치의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김치 변천사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크게 흥미가 있지는 않았다. 박물관에는 늘 이렇게 설명적인 어조와 무엇인가를 알려주려고 애쓰는 모습만 있나 하는 생각이 다음 관에서 확 바뀌었다.

그 곳에는 여러 종류의 김치 모형이 전시되어 있었다.
김치의 종류가 저렇게 많았던가? 계절별과 지역별로도 상당히 다양한 김치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모형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교한 모습에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저렇게 똑같이 만들었을까?

김치 만들기와 저장관에서는 모형으로 김치 담구는 과정을 재연해 놓았다. 옛날 아낙들이 김치 담구는 모습과 주변을 서성이며 맛을 보고 싶어 하는 남자들..
어쩌면 저렇게 표현을 잘했을까? 연신 감탄을 하며 어렸을 때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쿡쿡 웃음이 났다.

김치가 얼마나 영양학적으로 훌륭한 음식인지 설명하는 코너도 있었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서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하지만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 김치를 개발시키거나 상품 가치를 높이는 데는 무관심 했던 것 같다.

김치 박물관은 김치가 당연히 우리나라가 음식이고 ‘김치=대한민국’ 이라는 개념을 외국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노력이라고 생각된다.
관람시간은 평일 오전 10시∼오후 5시, 일요일 오후 1시∼오후 5시이며 월요일에는 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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