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형 학교

admin

발행일 2007.05.21. 00:00

수정일 2007.05.21. 00:00

조회 1,920



시민기자 조문숙



날씨가 따뜻해지자 간간히 동네 골목에서 떠들며 노는 아이들의 소리가 들린다. 새삼 이런 소리가 낯설게 느껴졌다. ‘요즘 세상에 밖에 나와 뛰어 노는 아이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진짜 그렇다. 아침에 학교나 유치원, 놀이방부터 시작해 초강력 스케줄을 소화해내야 하는 요즘 아이들은 같이 시간 맞추어 노는 친구를 만나기도 힘들고, 더구나 밖에 나와 함께 뛰어 노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얼마 전 신문에서 빌딩형 학교, 소규모 학교 등의 다양한 유형의 학교 설립이 가능해져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예전 초등학교 시절을 생각해 보면, 운동장이 없는 학교는 상상할 수도 없었는데, 앞으로는 운동장이 없는 학교가 속속 생겨난다는 것이다.


‘운동장’ 하면 유독 초등학교 운동장이 떠오른다. 중ㆍ고등학교 시절은 체육시간에 선생님의 명령 때문에 운동장 몇 바퀴를 뛴 거 외에는 별 기억이 없다. 하지만 초등학교 운동장에는 늘 놀이감이 가득했다.

그네, 시소, 정글북, 철봉, 넓이뛰기를 할 수 있는 모래바닥, 그리고 잡고 잡히며 뛰어노는 친구들이 가득한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그 시절은 서로 놀려 먹으면서 때리고 도망치고 하는 것도 나름 우정의 표현이었고, 그렇게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았었다. 여럿이 땀 흘리고 놀면서 즐거워했던 시절은 추억이 있는 이들만이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

휴대폰의 문자를 끊임없이 주고받으며 커뮤니티를 형성해 가는 청소년들이지만, 몸을 부대끼며 놀아보지 않은 이들이 점점 더 개인적인 성향을 가질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한 귀결인 것 같다.

우연히 들른 오래된 초등학교 운동장 한 가운데 서 있자니 그 오랜 놀이시설에서 옛 추억이 솔솔 살아났다. 비가와도 눈이 와도 운동을 할 수 있는 체육관 시설이 모래먼지 날리는 운동장을 대신해 주겠지만, 문득 운동장에서의 햇살과 소리 같은 자연스러움이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가슴 한 켠에 남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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