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교복 물려주자

admin

발행일 2006.12.22. 00:00

수정일 2006.12.22. 00:00

조회 1,791



시민기자 박동현

내가 사는 아파트에는 주민들의 알콩달콩 이야기를 담은 카페가 운영되고 있다. 며칠 전 아파트 카페 아나바다 게시판에 ‘초등학교 3학년 문제집 드릴께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있는 것을 보았다. 마침 작은 딸아이가 내년에 3학년으로 진급하게 돼 3학년 문제집을 준다기에 얼른 눈에 띄었다.

제목을 클릭해보니, ‘제 직업이 교사예요~ 학교에 출판사에서 이것저것 가져다주는 문제집들이 있습니다. 학년을 마무리하면서 교실을 정리하면 그런 문제집들은 모두 폐종이로 버리기 때문에 아깝더라구요. 혹시 아파트 내에 초등학생 아이가 있으신 분은 연락주시거나 리플 달아주세요’ 라고 적고, 말미에 아파트 동 호수와 핸드폰 전화번호까지 적혀 있었다.

이 글 아래에는 ‘아름다운 모습’이라는 종류의 칭찬글과 3학년 자녀를 둔 부모의 댓글이 10개 넘게 달려 있었다. 나 역시 3학년 참고서류가 필요하다는 댓글을 달았다. 며칠 후 핸드폰과 메일 쪽지글로 참고서를 준비해놓았으니 토요일 몇 시 경에 오라는 연락이 왔다. 차마 빈손으로는 갈 수 없어 아파트 내 가게에서 귤을 조금 사들고 딸아이와 함께 방문했다.

현관문을 열자 책을 차곡차곡 쌓아 여러 사람들에게 줄 것이 구분되어 있었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집으로 와서는 책을 펼쳤다. 새학년 1학기와 2학기 참고서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딸아이는 이번 겨울 방학 때 미리 예습을 할 수 있겠다며 좋아했다.

딸아이는 선배 언니가 있어 그 학생이 사용한 3학년 교과서 몇 권을 미리 물려받기도 했다. 비닐 커버를 해 손상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책을 깨끗하게 사용해 새 교과서와 다를 바 없었다. 딸아이도 교과서를 깨끗이 사용해 내년에 이웃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다고 했다.

지난달 대입 수능이 끝나고 아파트 내 쓰레기장을 우연히 둘러보게 되었는데, 고등학교 참고서가 곳곳에 수두룩했다. 책을 펼쳐보니 문제를 제대로 풀지 않은 새 책이나 다름없는 것들이 버려져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들 역시 아나바다 게시판 등에 올려 필요한 후배 학생들이 재활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상급생인 선배가 하급생 후배에게 교과서와 각종 참고서 물려주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여, 낭비를 줄이고 어린 학생들로 하여금 절약 정신을 배워나가는 산교육이 되었으면 좋겠다. 졸업과 동시에 교과서와 참고서들은 쓰레기장으로 직행하기 일쑤다. 이는 사회적으로 엄청난 자원낭비를 초래케 하는 결과를 낳는다.

각 학교가 교복과 교과서 전시코너 등을 마련해 수시로 필요한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또 서울시가 직접 나서 학부모, 학생을 대상으로 한 재활용 벼룩시장을 개최하거나 교복 및 교과서 등을 서로 주고받고,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재활용 은행을 개설해 시행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서울광장에서 학생들이 사용한 교과서와 참고서, 기타 학생용품, 교복 등의 재활용 시장을 한번쯤 개최해 봄직도 할 것으로 본다. 교복 물려주기와 교과서 물려주기는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호응을 받을 것으로 생각한다. 아울러 교복, 교과서 물려쓰기 운동으로 건전한 소비문화 풍토가 정착되길 바라며,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 이른바 ‘아나바다’ 운동도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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