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샤워하자

내손안에서울

발행일 2004.04.02. 00:00

수정일 2004.04.02. 00:00

조회 1,690



선녀못이 있는 숲 등 11개의 테마 산책로 … 2시간 30분 소요

숲과 바람, 매미소리 그리워 질 때 찾아갈 안성맞춤의 숲이 있다. 서울대공원 산림욕장이 바로 그곳. 관악산의 돌산(石山)에 비해 청계산은 흙으로 된 산(土山)이다. 넉넉한 품성을 숲속에 들면 금방 느낄 수가 있다.
주말에 피곤하다며 집안에서 뒹굴 것이 아니라 훌훌털고 일어나 아이들의 손을 잡고 숲속 오솔길에서 숲이 건네는 향기를 맡으며 이야기 꽃을 피우기엔 최적의 장소이다.
계절마다 각기 다른 매력으로 감동을 주는 서울대공원 산림욕장이 지난 3일부터 개장했다.

서울대공원을 감싸고 있는 청계산(621m)의 천연림 속에 조성된 산림욕장은 소나무, 팥배나무, 생강나무, 신갈나무 등 470여종의 식물과 다람쥐, 산토끼, 족제비, 너구리가 이웃사랑을 나누며 흥겨이 살아가고 있다. 꿩, 소쩍새, 청딱따구리 등 35종의 새들도 깃들어 사는 자연학습장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어우러진 오솔길은 7.38km. 총 5개의 구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코스에 따라 짧게는 50분, 길게는 2시간 30분 정도 산림욕을 즐길 수 있다.
선녀못이 있는 숲, 사귐의 숲 등 11개의 테마로 설치된 휴식공간도 곳곳에 자리한다. 특히 ‘생각하는 숲’ 부근에는 맨발로 걸을 수 있는 450m 구간이 있다. 부드러운 황토흙을 맨발로 밟으며 오래동안 잊고 살아왔던 흙의 감촉을 맛볼 수 있는 멋진 길이다. 이밖에 얼음골 숲, 원앙의 숲, 옹달샘 등 휴식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향기가 나는 숲으로 든다. 생각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생각하는 숲’에서 신발끈을 푼다. 숲길 가까운 나무에 초봄을 흔들어 깨우며 지저귀는 새들의 노래소리를 다치게 하지 않겠다는 듯 조심스레 발길을 옮겨 이엉으로 지붕을 올린 농막(農幕)에서 땀을 씻는다. 옹달샘도 풀벌레소리를 듬뿍 담아 맑고 깨끗하다. 맨발로 숲과 하나가 된다.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관악산 정상이 출렁이고, 뒤편엔 청계산 봉우리가 숨은 듯 나타나며 발길을 잡는다. 다람쥐, 산토끼가 먹이를 찾기위해 부지런히 뛰어 다니고 있다.

아빠의 손을 잡고 올라온 어린 딸이 옹달샘에서 희디흰 목덜미를 씻는다. 마른 목을 슬쩍 샘물로 적시며 햇살보다 더 투명하게 웃는다. 농막에서 먹는 김밥과 과일에 숲의 향기가 듬뿍듬뿍 스며든다.
“엄마, 산림욕 다하고 돌고래 쇼 보러가요, 네 ”. 넉넉한 숲속에서 다음 행선지를 정하면 엄마의 마음도 또한 넉넉해 져 쉽게 허락하는 법.

식물원과 동물원이 함께 있다. “숲길에서는 서둘러 걷지마라.” 아빠는 피톤치드 향기 가득한 덕담을 한다.
숲길은 생각하며 걷는 길이다. 저수지로 내려오는 길옆에 이은상시인의 ‘나무의 마음’을 새겨 넣은 시비(詩碑)가 있다. 상쾌한 마음으로 읽어 내려간다.

산림욕장의 오염과 훼손을 막기 위해 화장실과 쓰레기통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미리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산책로가 끝나는 출구는 국립현대미술관과 연결되어 있어 우리나라의 우수한 미술작품을 접할 수 있다.

대공원 입장료만 내면 동 · 식물원을 둘러보고 산림욕장도 함께 이용할 수 있다.
개장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 지하철을 이용 할 경우 4호선 서울대공원역에서 내리면 된다.

하이서울뉴스 / 박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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