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실버존이여~

내손안에서울

발행일 2006.06.22. 00:00

수정일 2006.06.22. 00:00

조회 1,570

여긴 실버존이여~

시민기자 박동현

얼마 전 송파구에 급한 볼일이 있어 간적이 있다. 지하철 전동차에서 하차해 급히 출구를 빠져나와 시간이 촉박해 택시를 타게 되었다. 그런데 택시가 잘 달리다가 갑자기 서행을 한다. 급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운전자를 다그치게 되었다.

“기사님, 급한 일이라서 그런데 조금만 더 빨리 운행하면 안 될까요?” 그랬더니 연세 지긋하신 기사 양반이 힐끔 뒤돌아보시더니 입을 열었다. “송파에 처음오시나 보군요. 여기는 실버존이라는 구역이라 빨리 달리고 싶어도 달릴 수가 없는 곳이요.”

마침 창밖을 내다보니 노인 복지관이 있었고, 지나는 도로는 제한속도 시속 30㎞로 서행 운전을 하도록 되어 있었다. 또 운전자가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주변에 노인보호구역 표지판을 비롯한 과속방지턱, 칼라아스콘 포장, ‘경로당 앞 천천히’ 등의 노면 표시 등이 잘 설치되어 있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및 장애우들이 안전하게 횡단보도와 도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놓았던 것이다.

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인 스쿨존은 시내 어디서나 볼 수 있다. 그러나 노인보호구역인 실버존에 대해서는 익히 이야기는 들어 본적은 있지만 국내에서 접하기는 처음이었다. 가끔 외국에 나갔을 때 많은 노인들이 기거하는 곳을 지날 때나 볼 수 있는 광경이었고, 우리나라에도 이 시스템이 도입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부러웠던 적이 있었다.

택시 기사아저씨는 실버존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노인들의 경우 건널목의 짧은 보행 신호나 주택가 도로의 빠른 차량, 보도 위를 달리는 자전거, 인라인스케이트 등 속도를 내는 것들에 대해 평소 큰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실버존 설치는 노인들에게 이러한 불편과 위험을 해소시켜 주는 작은 장치다.

송파구의 실버존 설치는 전국 자치구 중 최초라고 한다. 앞으로 노인복지회관, 재활원 및 요양원 등 모든 자치구의 노인 보호 시설 주변에 실버존이 확대됐으면 한다.

아울러 이러한 훌륭한 제도에 걸맞게 운전자들 역시 실버존이나 스쿨존 지정 구역 내에서는 반드시 제한 속도를 준수하는 등 서행하는 습관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고, 시 당국과 자치구에서는 운전자와 시민들에게 이처럼 좋은 제도인 실버존 홍보를 강화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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