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가 있는 풍경
내손안에서울
발행일 2003.12.08. 00:00
시민기자 이덕림 | ||
감나무만큼 향수가 짙게 배인 나무가 또 있을까요? 황금색으로 물든 가을 들녘과 어우러진 시골집 뒤꼍의 감나무는 고향을 떠나온 이들의 기억상자의 한 켠에 빛바랜 사진으로 고이 간직되어 있으니까요. 지난 주말 비내리는 아침, 타고 가던 152번 시내버스가 을지로입구 사거리에서 신호를 받고 멈춰 섰을 때 물방울이 번지는 오른 쪽 차창너머로 감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 왔습니다. 잎사귀를 다 떠나 보낸 그 감나무는 차가운 겨울비를 맨몸으로 맞으며 로터리옆 녹지 한 구석에 서있었습니다. 키에 비해 줄기와 가지가 가녀린, 그래서 허약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인 그 감나무에는 갓난애기 주먹만한 감들이 올망졸망 달려 있었습니다. 눈대중만으로도 50~60개는 족히 될 그 열매들을 맺고 익히기까지 감나무는 도심의 소음과 탁한 공기 속에서 얼마나 산고(産苦)를 겪었을까를 생각하니 무척이나 대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릴 적, 할아버지는 가을걷이가 끝난 과일나무들에 꼭 예비(禮肥)를 주셨습니다. 과일을 생산하느라 애쓴 나무들에게 감사의 예로 주는 비료이기에 ‘예비’라고 부른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무둘레를 널찍이 판 다음 두엄과 썩힌 계분을 함께 묻어 주시면서 그래야 한 겨울에도 나무뿌리를 따뜻하게 보호해 주어 이듬 해 봄 건강한 새 싹을 내고 결과가 풍성하게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아침 다시 을지로입구 사거리를 지나다가 차창 너머로 눈길을 돌려 그 감나무를 찾았습니다. 맑게 갠 12월의 차가운 하늘을
배경으로 한 폭의 정물화가 눈에 들어 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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