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쉬었다 가세요" 이동노동자를 위한 쉼터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0.08.24. 15:32

수정일 2023.01.04. 15:40

조회 2,280

※ 이 기사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 전에 작성되었습니다. 8월 18일부터 강동구 이동노동자지원센터는 재휴관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 편집자주

강동구 이동노동자지원센터 입구

강동구 이동노동자지원센터 입구 ⓒ윤혜숙

이중으로 굳게 닫혀있었던 출입문이 열렸다. 코로나19로 공공시설이 문을 닫으면서 강동구 이동노동자지원센터도 문을 닫아야만 했다. 그동안 센터를 이용했던 이동노동자들의 요청이 있어도 어쩔 수 없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을 보이자 강동구 이동노동자지원센터가 지난 8월 3일부터 다시 문을 열었다.

작년 9월 2일 개관한 강동구 이동노동자지원센터는 강동구청 노동권익센터 산하에 있다.  현행법상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대리운전, 퀵서비스, 택배, 배달, 학습지 교사 등 특수 형태의 노동자는 대기시간이 길고 이동하면서 일을 하다보니 휴식을 취할 마땅한 공간이 없다. 대기시간에 주로 길거리, 편의점, 은행 현금인출기 부스, 상가건물 복도에서 쉬는 등 열악한 근무환경에 처해 있다.

작년 9월 2일 개관한 강동구 이동노동자지원센터는 말 그대로 이동노동자들의 휴식공간이다. 이동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중앙의 휴게홀에서 TV를 시청할 수 있다

중앙의 휴게홀에서 TV를 시청할 수 있다 ⓒ윤혜숙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면 먼저 눈에 들어오는 중앙의 휴게홀에는 널찍한 테이블이 있고 양쪽에 TV와 책장이 있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TV를 시청하거나 독서를 할 수 있다.

간이 바에서는 생수나 커피 등의 음료를 마실 수 있다

간이 바에서는 생수나 커피 등의 음료를 마실 수 있다 ⓒ윤혜숙

간이 바가 있는 곳에는 냉장고와 커피 머신이 있다. 센터에 들른 이동노동자가 각자 원하는 생수나 커피 등의 음료를 마실 수 있다.

이동노동자가 창가의 테이블에 앉아서 발마사지를 하고 있다

이동노동자가 창가의 테이블에 앉아서 발마사지를 하고 있다 ⓒ윤혜숙

창가로 길게 놓인 테이블에는 곳곳에 컴퓨터가 놓여 있다. 테이블 아래에 발 마사지기가 있어서 발 마사지를 하면서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볼 수 있다.

남성 휴게실의 풍경

남성 휴게실의 풍경 ⓒ윤혜숙

여성 휴게실의 풍경

여성 휴게실의 풍경 ⓒ윤혜숙

휴게홀을 사이에 두고 정반대의 위치에 남성 휴게실과 여성 휴게실이 마련되어 있어서 문을 닫고 조용히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안락한 의자에 비스듬히 누워 있으면 금방 잠들 것 같다. 하지만 이곳은 수면실이 아니어서 잠을 자면 곤란하다.

이동노동자가 전신 안마기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동노동자가 전신 안마기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윤혜숙

전신 안마기, 발 마사지기도 있어서 이곳에 들른 이동노동자가 잠깐 휴식을 취하면서 쌓인 피로도 풀 수 있다. 이만하면 완벽하다 싶은데 그게 전부가 아니다.

강동구청은 근로기준법 및 고용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운 이동노동자를 위해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을지를 고심한 끝에 아래 4개의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금융복지가 필요한 이동노동자를 위해서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와 연계해서 채무조정, 개인회생, 파산면책 등을 무료로 상담해 주고 있다. 주거복지가 필요한 이동노동자를 위해서 강동주거복지센터와 연계해서 전세임대, 임대주택, 주거급여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이동노동자의 건강을 위해서 근로자건강센터와 연계해서 근골격계 스트레칭 및 건강상담을 하고 있다. 근로자건강센터에서 간호사 1인과 운동사 2인이 방문해서 이동노동자의 건강관리에 도움을 준다.

이동노동자가 일터에서 겪는 다양한 노동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 강동구 노동권익센터의 변호사, 노무사가 상시 상담해 주고 있다. 센터는 "일을 하고도 임금을 제대로 못 받고 있다"라며 하소연하는 이동노동자의 문제를 해결해 줬던 적이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난 6월에 고용노동부에서 특수 형태 근로자를 위해서 '코로나19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신청받을 때 센터 직원이 센터 이용자들에게 일괄 문자를 보냈다. 온라인으로 접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위해서 센터에서 온라인 접수를 대행해 주었다. 본인 명의의 통장이나 휴대전화가 없는 분들은 온라인 접수가 안 되므로 오프라인으로 접수에 필요한 서류 등을 준비하도록 알려주었다. 센터 직원들은 이동노동자의 권익을 위해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를 고심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개관한 터라 센터 방역에도 신경 쓰고 있다. 매일 2회 이동노동자의 손길이 자주 닿는 테이블 위, 아래를 집중적으로 소독하고 있다. 오후부터 익일 새벽 6시까지 운영하는 센터다. 정오에 출근하는 직원이 오자마자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1차 방역한다. 다음 날 오전 6시에 퇴근하는 직원이 30분 전에 2차 방역한다. 중앙의 휴게실 테이블에 투명한 아크릴 가림막을 설치해뒀고, 한 칸씩 띄워 앉도록 테이블 위에 표시를 해뒀다. 창가 자리도 1m 이상 거리를 유지하게끔 의자를 배치했다.

센터 직원이 센터를 방문한 이동노동자의 발열을 체크하고 있다

센터 직원이 센터를 방문한 이동노동자의 발열을 체크하고 있다 ⓒ윤혜숙

센터에 입장하는 이동노동자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손 소독제를 바르고 발열 체크한 뒤에 출입자 명부를 작성하고 센터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전에 하루 평균 40여 명 이용했는데 재개관한 지금 하루 20명 남짓 이용하고 있다. 센터를 방문하는 이동노동자들은 재개관을 손꼽아 기다렸다면서 "그동안 센터를 이용하지 못해서 불편했다"라고 말했다. 최근 장마로 비가 오락가락할 때 비를 피해서 대기하기 어려웠다고 하소연하는 이동노동자들도 여럿 있었다.

늦은 밤, 필자가 센터를 방문했다. 근무하고 있었던 함시훈 사무장과 김종원 간사는 센터 직원으로 채용되기 전에 대리기사로 일했던 경력이 있다. 강동구청에서 이동노동자지원센터 직원을 채용할 때 지원 조건에 ‘이동노동자 경력 1년 이상, 야간근무 가능’이 명시되어 있었다.

이동노동자지원센터의 김종원 간사와 함시훈 사무장

이동노동자지원센터의 김종원 간사와 함시훈 사무장 ⓒ윤혜숙

함시훈 사무장은 작년 9월에 센터 개관하면서부터, 김종원 간사는 지난 6월 초 직원을 추가로 모집할 때부터 근무하고 있다. 김종원 간사는 작년 9월에 대리기사로 근무할 때 동료의 권유로 이곳을 방문한 뒤 시설이 정말 좋아서 매일 센터를 이용하다시피 했다. 그러다 직원으로 근무하니 센터와의 인연이 각별하다고 하겠다.

그래서일까? 총 3명의 직원들은 강동구 이동노동자지원센터를 드나드는 이동노동자들의 불편사항을 누구보다도 잘 공감하고 있다. 직원들이 센터를 방문한 이동노동자에게 먼저 다가가서 반겨주면서 말을 건네니 차츰 그들의 마음이 열린다. 그래서 처음 방문했을 때의 어색함이 사라지고 센터 직원들에게 본인이 처한 어려움을 털어놓고 있다. 그럴 때면 직원들은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관계 기관과 연결해서 맞춤형 상담 자리를 마련해 준다. 

지난 6월에 고시원에 거주하던 대리기사가 주거상담을 받은 뒤 방 2칸짜리 전세로 이사했던 적이 있다. 이분은 강동구청 홈페이지의 ‘구청장에게 바란다’에 글을 올려서 센터 직원에게 감사를 표현했다.

'구청장에게 바란다'에 글을 올려서 감사를 표했던 이동노동자

'구청장에게 바란다'에 글을 올려서 감사를 표했던 이동노동자 ⓒ윤혜숙

또한 강동구 이동노동자지원센터는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여러 단체에 내부 공간을 대관하고 있다. 사전 예약하면 센터 내 교육장, 상담실, 휴게홀 등의 공간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동노동자 중 택배기사의 이용은 어떨까? 함시훈 사무장이 만나본 택배기사들은 "이렇게 좋은 시설에서 휴식을 취하면 좋겠지만 휴식할 시간이 없다"라고 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주문이 늘어나면서 덩달아 택배 물량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만큼 택배기사의 업무량도 가중되고 있다. 택배기사가 휴식을 취할 틈이 없을 만큼 바쁘다고 하니 안타깝다. 그런 택배기사의 노고를 생각해서 8월 14일을 '택배 없는 날'로 정했다.

함시훈 사무장은 "아직까지 강동구 이동노동자지원센터의 존재를 모르는 분들이 많다. 이동노동자들이 센터에 오셔서 휴식도 취하고 센터에서 제공하는 복지 혜택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한다. 김종원 간사는 "열악한 조건에 처한 이동노동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강동구 이동노동자지원센터와 같은 시설이 우리 사회 곳곳에 생겨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강동구 이동노동자지원센터를 이용하는 이동노동자는 강동구 지역주민이 아닌 분들이 더 많다. 거주지는 달라도 오늘 일하는 곳이 강동구에 있다면 강동구 이동노동자지원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 

아직 개관한 지 일 년도 되지 않았는데 강동구 이동노동자지원센터를 벤치마킹하는 타 지자체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광주시청, 대구광역시청, 경기도청 및 수원시청, 성남시청이 강동구 이동노동자지원센터의 시설을 둘러보고 갔다. 이어서 경기도 곳곳에 이동노동자지원센터가 문을 열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정부는 특수 형태의 노동자를 위해 고용보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강동구 이동노동자지원센터와 같은 이동노동자를 위한 휴식공간이 서울시 25개 자치구에 설립되어서 서울 시내 어디를 가든지 이동노동자가 잠시나마 마음 편히 쉬어갈 수 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 강동구 이동노동자지원센터 

○ 위치 : 서울 강동구 천호대로175길 58 3층

○ 운영시간 : 평일 13:00 ~ 익일 06:00

○ 홈페이지 : https://blog.naver.com/movenodong

○ 문의 : 02-488-7974

※ 거리두기 2단계 상향으로 8.18.부터 재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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