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옛 성을 벗삼아 걷는 북한산둘레길 '옛성길'
발행일 2020.06.23. 10:14
코로나19 여파로 최근 청정지역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서울 지역의 명산인 북한산도 작년 대비 무려 40%가 늘었다는 소식이다. 북한산 기슭을 연결해 21개 구간으로 조성한 둘레길 역시 인기 코스다. 그중 은평구에 있는 제7구간 ‘옛성길’을 찾았다.
옛성길은 북한산생태공원 상단과 탕춘대성 입구 사이 구간 약 2.7km의 구간이다. 지하철에서 접근이 더 수월한 북한산생태공원을 들머리로 삼았다. 이 지점은 7구간의 시작점이자 8구간 구름정원길 마지막 지점이다. 지하철 3, 6호선 불광역에서 900m 정도 걷거나 버스로 환승하면 된다.
관리물품보관소가 있는 돌길을 지나는 모습 ©염승화
둘레길은 장미공원에서 목재 데크 계단을 밟는 것으로 본격 시작한다. 북한산 족두리봉 일대의 바위산들을 등지고 능선에 오른 뒤 목적지까지 줄곧 오르막과 내리막이 번갈아가며 이어진다.
철탑에서 만들어지는 기하학적인 패턴이 묘한 느낌을 준다 ©염승화
둘레길을 걷는 동안 너른 바위에서 만난 거대한 송전철탑이 가장 먼저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다. 철탑 앞에 바로 서니 먼 발치에서 볼 때 보다 위용이 더욱 돋보인다. 내친김에 철탑 밑으로도 빨려들듯 들어가 섰다. 주변 풍경과 어우러지며 근사한 장면을 그려내던 철탑의 묘한 매력에 이끌린 탓이었다. 얼핏 거칠게 보이기 십상인 철탑의 기하학적 구도가 새삼 멋져 보였다. 필자의 위치와 시각의 차이에 따라 철탑의 앵글이 넓어지거나 좁혀지고, 아예 꽉 닫히기도 했다. 마치 소통과 불통의 간극을 보는 것 같았다.
산불감시초소를 지나니 괜한 긴장감이 감돈다 ©염승화
날이 궂어 풍광이 흐릿했지만 시원한 풍경을 마주하니 가슴속까지 뻥 뚫리는 듯하다 ©염승화
산불감시초소는 능선에 다다르기 전 오솔길처럼 부드러운 숲길 평지에 세워져 있었다. 인기척은 없었으나 공연히 긴장감이 도는 듯했다. 시야가 훤히 트인 조망 지점도 만났다. 서울시가 선정한 우수 조망 명소다. 북한산을 바라보며 왼쪽 족두리봉부터 오른쪽으로 향로봉, 비봉, 승가봉, 나한봉, 문수봉, 보현동까지 북한산 주요 봉우리들을 마치 파노라마처럼 한꺼번에 마주할 수 있다. 날이 궂어 풍광이 흐릿했지만 시원한 풍경을 마주하니 가슴속까지 뻥 뚫리는 듯했다.
옛성길의 참맛을 보여주는 탕춘대성 ©염승화
옛성길의 두드러진 특징은 글자 그대로 옛 성벽을 만난다는 점이다. 남은 거리가 0.8km 정도 되는 지점이었다. 고색이 짙은 탕춘대성 성벽을 마주하고 발길을 멈추었다. 1719년 조선 19대 임금 숙종 때 북한산성과 서울한양도성을 보완하고자 쌓은 성이다. 축성 당시 전체 길이는 약 5km에 달했으나 이후 대부분 훼손되고 무너졌다고 한다. 지금 성벽은 1977년에 그중 일부 구간을 복원한 것이다. 서울시유형문화재 제33호다.
성벽 안팎을 비교해 살피는 재미도 쏠쏠하다 ©염승화
옛성길에서 만나는 탕춘대성 암문 내부 ©염승화
쉬어 갈 겸 성벽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성 안팎을 드나들 수 있는 암문을 수차례 들락거리며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성 안과 밖의 모습을 한눈에 담으며 비교해 보는 맛이 제법 쏠쏠하였다. 산 위에 쌓았기 때문인지, 성벽은 야트막한 언덕 같고 웅장한 맛조차 덜하다. 그래도 산사에 있는 듯, 고즈넉한 운치가 감돌았다.
부드러운 흙길이 좋고 숲이 우거진 지역을 지나다 ©염승화
성벽을 지난 다음에는 곧장 내리막길이다. 소나무와 전나무 등이 울창한 숲을 지났고,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러운 황토색 흙길도 지났다. 이내 다음 구간인 ‘평창마을길’이라고 쓰인 표지판이 나타났다.
자연과 옛 성을 벗 삼아 걷기 좋은 곳, 옛성길 탐방을 권하고 싶다.
■ 북한산 옛성길 탐방 안내
○ 교통 : 지하철 3, 6호선 불광역 2번 출구 > 약 940 m(도보 약 12분) > 북한산생태공원 상단 / 불광역 2번 출구 길 건너편에서 버스 환승 7022, 7211번 / 독박골 하차(도보7분)
○ 휴무일 : 없음
○ 입장료 : 무료
○ 문의 : 02-900-8085~6 북한산 둘레길 탐방안내센터
▶ 더 많은 서울 뉴스 보기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하기
▶ 내 이웃이 전하는 '시민기자 뉴스' 보기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