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부터 소화기까지! 이게 다 종이로 만든거라고?

대학생기자 김은지

발행일 2020.02.12 12:00

수정일 2020.02.12 16:17

조회 341

'페이퍼아트' 누군가에겐 생소한 분야이기도, 누군가에겐 시작하기 어려운 꿈일 수도, 또 누군가에겐 취미일 수 있는 종이예술이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5명의 시민기자는  ‘페이퍼아티스트’ 김예은 작가를 만나기 위해 떠났다. 작가의 작업실인 MARCH에 들어섰을 땐 이미 봄처럼 따스했다. 그곳은 벽에 걸린 그림, 창가에 다육이, 심지어는 CCTV까지 모두 종이로 만들어져 있었다. 작가만의 색이 물씬 풍기는 또 다른 세상이었다. 

김예은 작가님의 아기자기한 작품 세계
김예은 작가의 아기자기한 작품 세계 ©김은지

일이 즐거우면 세상은 낙원이요, 일이 괴로우면 세상은 지옥이다

Q. 페이퍼아트라는 분야가 생소한데 어떻게 일을 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조금 특이한 경우 같아요. 페이퍼아트라는 분야가 있던 것이 아니라, 종이로 작업을 하다 보니 장르가 생겼어요. 아직도 장르를 개척해 나가고 있어요.
미대 공예과를 나와서 취업을 했어요. 당시엔 공방도 적었고 수익 걱정도 많았어요. 하지만 디자인하고 만드는 것이 더 적성에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시작했어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종이, 가위, 풀로 그림을 입체적으로 만들고 발전해나가면서 하나의 장르가 된 것 같아요.

Q. 직업에 대한 확신을 어떻게 얻으셨나요?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알려주신 명언이 직업을 찾는데 큰 영향을 줬던 것 같아요. “일이 즐거우면 세상은 낙원이요, 일이 괴로우면 세상은 지옥이다.” 러시아 작가 막심 고리키(MaksimGorkii)가 한 말이죠. 제일 좋아하고 잘하는 걸 하면 열심히 할 수 있고, 그러다 보면 성공과 부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일을 찾는데 집중을 했어요. 제가 만든 직업이다 보니 확신도 있었던 것 같아요.

Q. 작가님께서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으시면 소개해주세요

미니 소화기랑 CCTV요. 독창적이기도 하고 저도 재밌었어요. 방문하시는 분들도 발견하고 귀엽다고 해 주셔서 뿌듯했고요.

김예은 작가의 작업실 속 종이로 만든 CCTV

김예은 작가의 작업실 속 종이로 만든 CCTV ©김은지

그 외의 프로젝트에서는 아모레퍼시픽 이너뷰티 신규 브랜드가 생각이 나요. 어떤 마케팅이 좋을까 하다가 제가 한 작업을 보셨다고 해요. 타깃이 ‘2030 여성’이기 때문에 작품의 예쁜 색감, 아기자기한 작품들을 좋아할 것 같다고 하셔서 제게 전적으로 광고 세트를 다 맡기셨어요. 시리즈로 작업을 했었고요. ‘스톱모션’이라고 해서 제가 만든 작업들을 연속 촬영해서 영상작업을 했어요. 영상작업부터 모델 섭외까지 제가 했고, 처음부터 기획해서 한 작업이 몇 번 있긴 했지만 꽤 큰 작업이기도 해서 기억에 남고요. 성공적으로도 잘 되고 있다고 하시니까 뿌듯한 작품으로 남았습니다.

Q. 2017년에 서울시 내일연구소 광고에서 남산과 서울역 등의 작업을 하신 것이 인상 깊었는데, 작업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궁금해요.

제가 세트를 만들고, 인물들은 따로 촬영을 해서 합성을 한 광고였어요. 작업을 하면서 제가 만든 것에 인물이 어떻게 얹힐지 고민이 많이 되더라고요. 예를 들어 서울로를 모델분들이 걸으셔야 하는데 너비는 어떻게 해야 할까, 동선은 어떻게 해야 할까 등의 고민을 하면서 작업을 했었어요. 사실 재미있는 에피소드보단 고생했던 기억이 있어요. 기한이 되게 타이트한데 세트를 많이 만들었어야 했기 때문에 힘들었지만, 촬영 현장 가보니 제가 고생한 건 고생도 아니더라고요.  많은 스텝들이 밤새우면서 촬영하는 걸 보았어요. 결과물도 제가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굉장히 자연스럽게 얹혀주셔서 만족스럽고 재밌었던 작품이에요.

김예은 작가가 미래의 페이퍼아티스트에게

Q. 프리랜서는 만능 엔터테인먼트여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프리랜서로 활동하시면서 좋았던 점이나 어려웠던 점이 있으신가요?

퇴사 후 프리랜서가 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제가 좋아하는 카페에 낮에 가서 작업도 할 수 있는 그런 자유롭게 내 시간을 쓸 수 있는 점이에요. 틀에 박힌 삶이 아닌 내가 만들어가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 좋았어요. 예를 들면 매번 같은 일을 하는 게 아니라 프로젝트마다 새로운 일을 하기 때문에 계속 새로운 도전인 거예요. 물론 모르는 것을 처음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힘들기도 하지만 매번 배울 수 있다는 게 좋아요.

내가 열심히 하면 나의 가치가 올라가는 거 잖아요. 회사가 아닌 자신을 위한 일이다 보니 지치지 않아요. 또 내가 뭘 하면 더 발전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보니 열정적으로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나이가 들어도 은퇴 걱정 없이 제가 하던 것을 잘하면 되니까 미래를 위해서도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어려웠던 점은 디자인, 미술 분야가 아닌, 제가 잘 모르는 세금, 마케팅, 영업도 스스로 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물어볼 곳도 없고, 프리랜서들끼리 네트워킹이 잘 안되어 있기도 해서 스스로 해야 하거든요. 그렇다보니 계속 끊임없이 연구해야 하고, 성장 속도가 더딜 수 밖에 없더라고요. 회사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맡은 일을 해내지만, 저는 혼자서 다하다 보니 조금씩 놓치는 분야도 많고 미숙한 부분도 있어서 그런 부분에선 성장이 조금 느릴 수 있어요.

대학교 때 표어가 “나보다 우리가 강하다”였어요. 혼자 일을 하면서 뼈저리게 느끼는데요. 여러 사람이 모였을 때 그 시너지와 에너지, 그런 것들이 중요하구나 싶어서 팀원분들도 뽑고 있고 앞으로도 같이 작업을 해나갈 생각이에요.

Q. 페이퍼아트의 전망을 어떻게 보시나요?

제가 최근에 팀원 몇 분을 뽑았는데, 그분들의 첫 질문도 이제 AI 시대이기 때문에 기계로 대체될 수 있는 부분을 어떻게 보는지였어요. 페이퍼아트는 손으로 만드는 거니까 시대를 역행하는 느낌도 있잖아요. 사실 제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기계가 발전할수록 인간들이 더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주목받는 시대가 올 것이고 직접 사람 손으로 만든 것이 가치 있어지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만들기 때문에 더 희소가치가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페이퍼아트는 앞으로 더 전망이 밝지 않을까 생각해요. 종이가 사라지지 않는 한 페이퍼아트도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에서도 페이퍼아트를 하시는 분들도 점점 많아지더라고요. 예전엔 해시태그를 걸면 저 밖에 없었는데 이젠 많이 보이더라고요. 많은 분들이 모르셔서 그랬지 조금 더 알려지면 순식간에 많아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꼼꼼하고 섬세하고, 또 끈기가 강하잖아요. 어느 나라보다도 이런 것을 더 잘할 수 있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미술 쪽 전공만이 아니더라도, 디자인 전공하신 분들이나 CAD 프로그램을 잘 다루는데 미적 감각이 있으시면 시너지가 클 것 같아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자면 레이저 커팅 기계도 잘 되어있어 도입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도 있고요. 도면도 사람이 직접 그리는 것보단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훨씬 빠르고 정교한 도면을 만들 수 있어서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아요.
꼭 개인 한 명의 작가만을 생각하기 보다 규모가 큰 팀으로 해서 창업도 할 수 있고요. 이런 분들이 모여서 팀을 이루면 광고나 애니메이션 작업 등 분야가 되게 넓어지거든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Q. 다 만들고 난 작품을 어떻게 보관하시나요?

보관이 저도 항상 문제예요. 하나하나 모두 열심히 하다 보니 그걸 버릴 순 없었어요. 사실 그림으로 치면 원화잖아요. 결과물은 사진으로 나오고 영상으로 나오지만, 실제 작품 자체만으로도 소중한 가치가 있으니까. 제가 아끼는 것들은 서랍장, 집, 작업실 여기저기 꾹꾹 담아 보관을 잘 하고 있어요. 또 나중에 전시 제안이 오면 전시를 할 수도 있고요. 콘셉트가 잘 맞으면 작품을 조금씩 다른 곳에도 활용을 잘 하고 있어요. 규모가 큰 광고에 쓰인 작품은 선물로 드리가나 큰 건 폐기처분을 하기도 해요. 아까운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Q. 사용하시는 종이는 무엇이고, 접착은 주로 무엇으로 하시나요?

100g 후반에서 200g대의 종이를 많이 사용해요. 영국 컬러플랜이라는 종이가 두껍고 색이 예뻐요. 머메이드지의 경우엔 원형으로 만들기 좋아요. 접착은 주로 양면테이프를 이용해요.  

 작업실 속 수많은 종이들

작업실 속 수많은 종이들 ©김은지

'한국의 미' 보여주는 작품 하고 싶어

Q. 작가님이 개인적으로 다루고 싶은 서울의 건축물이나 랜드마크, 인상적인 풍경이 있다면 궁금하고 어떻게 구현하면 좋을지 생각하신 것이 있으시면 알려주세요.

서울에는 워낙 예쁜 곳이 많다 보니까 가끔 저도 생각을 많이 했어요. 한강 지나갈 때 다리에서 본 풍경도 되게 멋있어서 언젠간 그런 것들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북촌 한옥마을, 경복궁 등 한국적인 것도 페이퍼아트로 적합할 것 같아요. 기왓장 하나하나 다 장인 정신이잖아요. 저도 예전에 기와집을 만들어본 적이 있었는데 일맥상통하는 느낌도 받았고 한옥을 만들기에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그런 ‘한국의 미’를 보여줄 수 있는 작업도 해보고 싶어요. 또 단청도 컬러가 예쁘잖아요. 종이도 예쁜 컬러가 많기 때문에 컬러들을 잘 조합해서 레이어드해 쌓는 방식으로 단청의 화려한 무늬를 작업해보면 깊이 있는 작업이 나올 것 같아서 언젠간 꼭 해보고 싶어요.

Q. 2020년 작가님의 목표와 이유

지금까진 아티스트로 혼자 열심히 활동해왔다면, 이젠 많은 분들과 협업을 하면서 아트 디렉터로 확장하고 싶어요. 제 역량도 확장하고 작업할 수 있는 범위도 커질 것 같아요. 제가 지금 리조트랑 협업을 하게 된 것을 예로 들면, 모든 콘셉트를 제가 기획하고, 만드는 분과 설치하는 분을 따로 해서 같이 하모니를 이뤄가면서 작업을 하게 돼요. 이런 큰 프로젝트들을 점점 앞으로도 많이 해 나가고 싶어요. 아까 말씀드린 양성하는 아티스트 분들이 열심히 일하실 수 있는 환경과 포트폴리오를 쌓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제가 개척해 나가고 있으니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고 싶고요. 또 다른 하나는 제 브랜드를 잘 연구하고, 새로운 좋은 제품들을 만들어서 많은 분들이 힐링할 수 있는 아이템들을 만들고 싶습니다.

종이로 만드는 다양하고 독특한 인테리어 소품

종이로 만드는 다양하고 독특한 인테리어 소품 ©김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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