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돌봄'을 부탁해! '서울사회서비스원'에 거는 기대
발행일 2018.11.06. 16:12
함께 서울 착한 경제 (112)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설립의 의미
유치원 비리 사태가 터지자, “어린이집은 괜찮겠냐?”, “요양원은 더 심하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실제 2016년 보건복지부의 요양기관 현지 조사 결과, 727곳 중 94.4%가 요양급여비용 부당청구 등으로 적발됐다고 한다. 나이트클럽 유흥비, 성형외과 진료비, 골프장 이용료, 개인 여행비, 개인 차량 유지비 등으로 사용한 요양원도 있다. ‘과연 노인 요양이나 보육, 장애인 복지 등 사회서비스 분야를 민간업자에게 맡겨도 좋은가?’ 하는 근원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그런데 때마침 ‘서울 사회서비스원(가칭)’이 내년 상반기 설립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어르신 장기요양, 장애인 활동 지원같이 그동안 민간에 맡겨졌던 돌봄 분야 사회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게 된다는데, 보다 자세히 알아보았다.
국공립 직영 요양복지시설은 고작 1~2%
현재 노인 장기요양기관 중 국공립요양시설 비율은 고작 1~2%에 지나지 않는다. 지역사회복지관은 지자체가 70% 정도 소유하고 있으나, 직접 직영하는 곳은 극소수다. 장애인 복지관은 0.5%, 사회복지관은 7.7%다. 어린이집 또한, 국공립어린이집의 비율은 7% 선인데, 이중 2.7%만 직영이고 대부분은 위탁 운영된다. 이들을 관리 지원하는 육아종합지원센터 또한 모두 민간 위탁되고 있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요양 시설을 개인에게 허용한 나라는 없습니다. 개인사업자는 자본력도 약하고, 움직임이 가벼워 시설 폐쇄가 쉽습니다. 개인사업자가 잘못했다는 것이 아니라, 역부족이란 얘깁니다.” ‘서울특별시 사회서비스원 설립 및 운영 조례제정 공청회’ 발제자로 나선 양난주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부교수의 설명이다.
실제 대다수 나라에선 요양시설을 국가나 자치단체가 운영하며, 민간이라 해도 복지법인 등에서 운영한다. 하지만 한국의 노인 장기요양기관은 72~90%가 개인 영리사업자이며, 어린이집 중 85%가 가정 민간 어린이집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사회복지, 돌봄 서비스는 민간 위탁방식과 일부 서비스 분야의 시장화를 통해 해결해 왔다. 단시간 내 양적으로 늘리는 데만 치중했던 것이다. 소규모 시설들이 난립하며, 과당경쟁으로 인한 낮은 서비스 질, 회계와 운영의 불투명, 종사자들의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 여건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이제 양보다는 질을 따진다. 생활수준이 높아진 탓도 있지만, 영유아기부터 중노년기까지 돌봄은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서비스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전에야 가족 내에서 해결되었지만, 이젠 과도한 의료비, 요양비 등의 문제가 가정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사회돌봄 수요 또한 급속히 늘어나고 있어, 국가나 지자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서울시에서는 내년 초 서울사회서비스원(가칭) 설립을 목표로, 전국 최초로 조례를 제정하고, 예산을 편성하는 등 실질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서울사회서비스원’은 노인 장기요양과 장애인 활동 지원 같은 돌봄 분야 사회서비스를 직접 제공할 서울시 산하 돌봄서비스 전담기관이다. 국공립 사회복지시설을 직접 운영하고, 장기요양, 장애인 활동 지원, 노인 돌봄 등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재가센터’를 신설 운영하며, 민간 서비스 기관을 지원하는 등의 역할을 하게 된다.
사회서비스원이 필요한 이유
하지만 여전히 돌봄 영역에서의 공공 서비스 확대가 왜 필요하냐는 이들도 있다. 메르스 사태를 겪고서야 공공의료 기관의 필요성을 절감했던 지난 일을 벌써 잊은 것일까? 유치원 비리 사태 속에 학부모들의 국공립유치원, 국공립어린이집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서울사회서비스원 설립은 대국민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고, 공공인프라가 늘어난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돌봄 서비스 영역에서의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의료원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와 같은 혁신적인 서비스를 돌봄서비스 영역에서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간호간병서비스는 병원 정규 간호진이 간병까지 도맡아 하는 서비스로, 보호 간병인이 따로 붙어 있을 필요가 없어 만족도가 높다. 서울의료원이 국내 최초로 도입해 정착시켰는데, 국내 유명 대형병원에서 시스템을 배워가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 지난 기사 참고) 이렇듯 이용하는 시민 입장에선 절실한 서비스이지만, 민간에서 쉽게 도입할 수 없는 이와 같은 서비스를 선도적으로 도입해 전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돌봄 서비스 분야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사회서비스원에서는 본부 및 산하기관 인력을 직접 채용해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최하 서울시 생활임금 이상 임금을 받을 수 있고, 교육 훈련 및 복지 후생 지원도 늘어나 근로 조건도 개선되며, 고용도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25일 열린 ‘사회서비스원 설립 및 운영 조례 제정 공청회’에는 사회서비스원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많은 시민이 찾았다. 좌석이 모자라 복도까지 서서 들어야 할 정도였는데, 아무래도 관련 기관을 운영하는 운영자들이 많았다. 공청회에서 주제 발표 및 발제, 토론자로 나선 전문가들은 “자기 집행 의지를 보이는 서울시의 능동적인 움직임에 경의를 표한다며” 적극 환영하는 입장들이었다.
하지만 공청회를 지켜보던 각 민간기관이나 민간업자들은 반대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기도 했다. 민간사업주와 복지법인, 보육교사, 요양사, 사회복지 노동자, 사회적경제 영역 관련자 등 각각의 이해관계에 따라 첨예한 의견 대립을 보이기도 했는데, 실제 서비스를 이용할 시민 입장에서 생각해보길 바란다.
늘 이와 같은 공청회에선 관련 사업자 등 관계자들은 사활을 걸고 의견을 개진하는 반면, 정작 그 모든 혜택을 권리로 누릴 일반 시민들의 목소리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이러한 서비스들이 제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제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 아닐까? 특히나 돌봄은 삶의 문제인 만큼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그러한 시민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현정 시민기자는 ‘협동조합에서 협동조합을 배우다’라는 기사를 묶어 <지금 여기 협동조합>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협동조합이 서민들의 작은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녀는 끊임없이 협동조합을 찾아다니며 기사를 써왔다. 올해부터는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자리 잡은 협동조합부터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자활기업에 이르기까지 공익성을 가진 단체들의 사회적 경제 활동을 소개하고 이들에게서 배운 유용한 생활정보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그녀가 정리한 알짜 정보를 통해 ‘이익’보다는 ‘사람’이 우선이 되는 대안 경제의 모습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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