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서울] 간병인 필요 없는 병원 직접 가보니…

시민기자 이현정

Visit2,703 Date2018.01.16 09:07

서울의료원은 국내 최초로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이현정

서울의료원은 국내 최초로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함께 서울 착한 경제 (90) 서울의료원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과도한 의료비 부담 없이, 병원 내 감염이나 의료사고 걱정 없이 안심하고 선택할 만한 병원은 없을까? 간호사 열정페이, 선정적 장기자랑 강요, 전공의 폭행과 같은 부당한 갑질 없는 병원이라면 더 좋겠다.

서울시 산하 13개 시립병원의 허브 병원인 ‘서울의료원’이라면 어떨까? 보건복지부 ‘지역거점 공공병원 운영평가’에서 4년 연속 최고 등급인 우수기관으로 선정되었고, 실제로 이용환자도 의료진의 자부심도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는데, 직접 서울의료원을 찾아가 확인해 보았다.

빅5병원에서도 배워가는 환자안심병원

신내동에 위치한 서울의료원은 첫인상부터 달랐다. 공공의료기관이라 하면 으레, 시설이나 장비, 의료 서비스의 질도 떨어지고 불친절할 것이란 생각이 앞선다. 하지만 서울의료원은 주변 환경도 실내환경도 쾌적하고 깔끔한 데다, 건물 외관부터 내부시설, 장비까지 모두 대형병원 못지않게 잘 갖춰져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병동 출입구마다 설치된 스크린 도어. 전자태그가 부착된 출입증을 갖다 대야만 문이 열린다. 출입기록이 남아 감염병 등으로 인한 비상상황 시 추적조사가 가능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서울의료원은 지난해 3월 전체 병동 23개의 인증시스템 출입문과 328개의 출입통제 단말기를 설치하고, 보호자나 방문객이 병실에 방문하려면 출입증을 발급받도록 하고 있다.

병동출입구마다 스크린도어가 설치돼 있어 출입증이 있어야만 문이 열린다. ⓒ이현정

병동출입구마다 스크린도어가 설치돼 있어 출입증이 있어야만 문이 열린다.

또한, 병실 면회는 정해진 시간(평일 오후 6시~8시, 주말 및 공휴일 오전 10시~12시/오후 6시~8시)에만 할 수 있는데, 거동이 가능한 환자 병문안은 지정된 면회 라운지를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의료원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도입해 정착시킨 곳으로 유명하다. 일명 빅5병원라 불리는 유명 대형병원에서도 찾아와 배워갈 정도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는 병원의 정규 간호진이 간호는 물론 간병 서비스까지 24시간 도맡아 환자를 돌봐주는 서비스다. 2013년 1월 환자안심병원이란 이름으로 이곳 92병동에서 처음 시작했다. 환자나 보호자들의 만족도도 높아, 보건복지부의 간호·간병 통합서비스(구 포괄간호서비스)로 제도화되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의료원은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 선도병원으로, 새롭게 서비스를 시행하려는 병원에 현장견학과 맞춤형 상담을 제공하며 그간 운영 경험과 노하우 등을 전수하는 멘토 역할도 하고 있다.

비용부담은 줄고 신뢰는 높아졌어요

보호자나 간병인이 보조침상에서 쪽잠을 자며 병수발을 하는 간병문화는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이다. 문제는 이러한 간병문화로 인한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간병을 위해 직장까지 그만두는 ‘간병 실직’이라는 용어가 등장했을 정도다. 간병인 고용비용도 만만치 않다. 하루에 7~8만 원 선, 한 달이면 200만 원 이상 든다. 하지만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이용하면 한 달에 20만 원 정도만 추가 부담하면 된다.

“보호자가 없다고 불안하거나 부담감 같은 건 없어요. 간호사들이 정말 자식처럼 잘 해주시거든요. 친절하고, 필요한 건 알아서 잘 챙겨주세요.” 이태선 씨는 5년 전 수술할 때부터 줄곧 이곳 서울의료원을 이용해왔다고 한다. 특히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시행으로 만족도가 더 높아졌는데, 대부분 환자와 보호자들도 비슷한 평이다. 설문조사 결과, 서비스 이용 환자의 85% 이상이 재이용할 것이며, 주위에도 적극 권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의료원에서는 환자들이 퇴원하지 않으려 해, 수간호사들이 퇴원 날짜에 퇴원할 수 있도록 환자와 보호자를 설득해야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곤 한다. 그만큼 서비스의 질이 좋아졌다는 얘긴데, 실제 조사 결과, 간호사의 일대일 간호시간은 2배 가까이 늘고, 감염이나 욕창, 낙상 위험은 2배 이상 3배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 서울의료원에서는 간호사들이 입원환자가 오면 욕창은 없는지, 흔들리는 치아는 없는지, 다른 기저 질환은 없는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꼼꼼하게 살핀다. 가래를 뽑는 과정이나 식사 중 치아가 넘어가지 않도록 실로 묶어두는 등 문제가 될 만한 것은 미리 조치를 취한다. 매일매일 주기적으로 순회하며 청진기로 청진하고, 기도관리나 욕창 소독, 체위변경 등 꼼꼼하게 관리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담당 간호사들은 그 날 그 날 질환 부위 양상은 물론, 환자 상황이나 상태 변화까지 담당 환자 한 명 한 명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

“환자 상태를 다 숙지하고 있다는 게 제가 봐도 대견할 정도예요. 검사 결과 수치까지도 전산을 열어 확인하지 않고 정확하게 얘기하는데 신뢰감이 가죠.” 수간호사 황성숙 파트장의 설명이다. 그래서일까? 직접 서비스를 수행하는 간호사들의 만족도도 무척 높다. 환자가 호전되는 양상을 직접 확인하며 정말 간호다운 간호를 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라는데, 이곳 92병동 간호사들은 이러한 간호 간병 서비스의 모태가 되었다는 데에 대한 자부심도 컸다.

서울의료원에선 간병인이 보조침상에서 쪽잠을 자며 병수발을 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이현정

서울의료원에선 간병인이 보조침상에서 쪽잠을 자며 병수발을 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서비스뿐 아니라 시스템도 함께 바뀌어야

하지만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는 마음만 먹는다고 실현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병원 내 간호 인력의 구성과 역할, 병원의 환자 케어 시스템 및 행정 시스템 등 병원의 모든 자원을 완전히 재설계하고 바꿔야 한다.

현재 간호 인력 배치기준을 보면, 서울의료원과 같은 종합병원의 간호사 1인당 환자수는 최대 12명, 대형병원인 상급 종합병원도 최대 7명이다. 일대일 간병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단 얘기다. 현재 서울의료원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병동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는 7~8명 수준. 원활한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위해 간호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다.

우선, 병실 안에 턱을 없애고 미끄럼 방지, 안전바 손잡이, 낙상 방지 매트 등을 적절하게 배치해 안전 환경을 만들었다. 또한, 간호사의 업무효율을 높일 수 있는 장비를 도입하고 시스템을 바꿔 나갔다. 고빈도 흉벽 진동기, 초음파 잔뇨 측정기, 욕창 방지 매트, 전동침대와 같은 장비를 도입하고, 심전도 등의 기록을 따로 하지 않고 자동으로 저장 연동되는 시스템을 갖췄다. 손으로 일일이 약을 챙기지 않아도 되도록 장비를 도입해 간호 환경도 개선해 나갔다.

담당 간호사는 늘 환자를 지켜볼 수 있는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좌)담당 간호사는 늘 환자를 지켜볼 수 있는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좌ⓒ이현정), 병상에 누워서도 간호사를 호출할 수 있다(우)ⓒ이현정, 병상에 누워서도 간호사를 호출할 수 있다(우)ⓒ이현정

담당 간호사는 늘 환자를 지켜볼 수 있는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좌), 병상에 누워서도 간호사를 호출할 수 있다(우)

서울의료원에서는 담당 간호사들이 테스크에 함께 모여 있지 않고, 환자를 지켜보기 쉬운 병실 앞쪽 위성 스테이션에 각각 떨어져 있다. 환자 가까이 머물며 늘 환자를 돌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간호사들의 요청으로 사각지대가 없도록 볼록거울까지 달아두었다. 또한, 환자 침상 가까이 호출벨을 연결하고 비상등이 들어오도록 하는 등 비상호출시스템도 정비했다.

식사 배식 문제는 영양팀의 협조로 해결했지만, 식사시간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혼자서 식사가 가능한 환자가 많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책임간호사, 파트장, 보조 인력까지 모두 동원되기도 한다.

이러한 간호·간병 통합서비스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환자와 보호자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실제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시작하며 많은 병원에서는 여전히 간호사를 아랫사람 부리듯 하는 환자 문제로 골머리를 않기도 한다. 서울의료원에서는 환자의 일상생활 가능 정도에 따라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직접 할 수 있도록 입원 안내 시 충분히 교육하고 알린다.

서울의료원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가 어느 정도 안정되고 정착되며, 지난해부터는 의료진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서울형 노동시간 단축 모델을 운영하고 근무환경을 개선하며 일자리 질을 높이고자 했다는데, 실제 간호사 이직률이 50% 이상 대폭 감소했으며, 일자리 질 향상으로 고객 만족도가 91.7점에서 93.2점으로 상승하는 실적을 보였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우리나라 특유의 간병문화, 병문안문화가 전염 확산의 배경이 되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서울의료원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스템을 하나하나 만들고 바꿔온 것, 아닐까?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서울시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도 서울시민의 건강 지킴이로, 서울시민의 자랑으로 남아주길 바란다.

서울의료원 면회라운지, 거동이 가능한 환자는 면회라운지에서 면회를 해야 한다. ⓒ이현정

서울의료원 면회라운지, 거동이 가능한 환자는 면회라운지에서 면회를 해야 한다.

이현정 시민기자이현정 시민기자는 ‘협동조합에서 협동조합을 배우다’라는 기사를 묶어 <지금 여기 협동조합>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협동조합이 서민들의 작은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녀는 끊임없이 협동조합을 찾아다니며 기사를 써왔다. 올해부터는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자리 잡은 협동조합부터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자활기업에 이르기까지 공익성을 가진 단체들의 사회적 경제 활동을 소개하고 이들에게서 배운 유용한 생활정보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그녀가 정리한 알짜 정보를 통해 ‘이익’보다는 ‘사람’이 우선이 되는 대안 경제의 모습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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