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지기 전에 가을가을한 창경궁에서 추억 쌓기

시민기자 변경희

발행일 2018.11.01. 16:14

수정일 2018.11.01. 18:50

조회 2,247

가을이 내려앉은 창경궁 모습

가을이 내려앉은 창경궁 모습

서울 어느 산 속 등산객의 뒤태라 착각할 정도이다. 그러나 사진 속 모습은 창경궁을 찾은 방문객이란 사실. 창경궁은 보통의 궁처럼 평지와 일직선을 이루도록 구획하지 않고 언덕과 평지를 따라가며 자연스레 터를 잡았다. 그래서인지 창경궁은 더 자유로운 분위기를 내고 숲 속 같이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궁궐들은 도심에 있어 접근성이 아주 좋다. 게다가 11월 4일 일요일까지 가을여행주간이라 궁궐전각 입장료가 50% 할인되어 창경궁의 경우 500원짜리 동전 하나면 둘러볼 수 있다. 또한 만 24세 이하와 만 65세 이상 어르신, 한복 착용 시에는 입장료가 무료다.

가을 등산로 같이 느껴지는 창경궁 산책길

가을 등산로 같이 느껴지는 창경궁 산책길

창경궁은 처음에 ‘수강궁(壽康宮)’이란 이름으로 세종이 태종을 위한 공간으로 지은 궁이었다. 그 후 성종 때 세조비 정희왕후, 예종비 안순왕후, 덕종비 소혜왕후를 모시기 위해 수강궁 수리를 시작했다. 확장공사가 진행되어 주요 전각을 완공하고 이름도 지금의 ‘창경궁’으로 새로 만들었다.

창경궁은 아담한 규모로 전각 수가 많지 않고 왕실 가족 생활공간으로 발전한 궁이다. 임진왜란으로 모든 전각이 소실되어 광해군 때 재건했으나 그 후 또 일어난 대화재로 일부는 소실되고 말았다.

타지 않고 남은 ‘명정전’은 현존하는 조선시대 궁궐 전각 중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이다. 명정전은 창경궁의 정전으로 신하들이 임금에게 새해 인사를 드리거나 국가의 큰 행사를 치르던 장소로 사용했다.

빈양문은 외전과 내전을 이어주는 문이다.

빈양문은 외전과 내전을 이어주는 문이다.

명정전 뒤 행각 끝으로 외전과 내전을 이어주는 ‘빈양문’이 있다. 이 문을 건너면 바로 보이는 전각이 ‘함인정’이다. 햇볕이 잘 들고 넓은 뜰이 전면에 펼쳐져 왕들이 자주 찾던 곳이라 한다. 과거시험에 합격한 인재들을 만나던 곳이자 신하들과 고전을 읽으며 경연을 나눈 장소이다. 탁 트인 시야로 방문객들이 사진을 많이 찍는 명소이기도 했다.

왕과 신하들의 경연 장소였던 함인정

왕과 신하들의 경연 장소였던 함인정

함인정을 지나 조금 걷다보면 나오는 ‘경춘전’은 주로 왕비와 세자빈이 머물렀던 곳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인현왕후와 혜경궁 홍씨가 승하한 곳이다. 또한 정조와 헌종이 이곳에서 태어났다. 경춘전 뒤쪽 언덕길을 따라 춘당지 방향으로 산책하며 보이는 풍경이 참 예쁘다. 지대가 높은 곳이라 창경궁 전체가 내려다보이니 한참 서서 구경하기도 한다.

경춘전 뒤쪽 길을 따라 산책하기 좋다.

경춘전 뒤쪽 길을 따라 산책하기 좋다.

창경궁에는 농사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왕이 직접 농사를 짓던 ‘내농포’라는 논이 있었다. 일제 식민지 시절 내농포를 없애고 큰 연못을 만들어 지금의 ‘춘당지’가 됐다. 애달픈 역사를 가졌지만 서울 도심에 흔치 않은 넓은 연못이고 주변에 숲이 울창하여 천연기념물인 원앙 등 많은 새가 찾는 장소이다. 춘당지에 푸른 가을 하늘과 울긋불긋한 단풍이 비쳐 더욱 눈길을 사로잡았다.

가을 하늘과 단풍을 수면에 담은 춘당지

가을 하늘과 단풍을 수면에 담은 춘당지

멀리서도 한눈에 하얀색의 화려한 유리 건물이 보인다. 1909년 건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온실인 ‘창경궁 대온실’이다. 일제가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 순종을 창덕궁에 유폐시키고 이를 위로한다며 만들었던, 우리의 아픈 역사가 담긴 건축물이라 마음 한구석이 시렸다.

천연기념물 ‘창덕궁 향나무’, ‘통영비진도 팔손이나무’ 그리고 울릉도에서만 볼 수 있다는 자생식물 등이 자라고 있다. 진귀한 수목과 1905년 최초 건립 당시 책자를 근거로 복원한 타일 등 볼거리가 다양하니 꼭 들러보길 추천한다.

포토존으로도 인기인 창경궁 대온실 앞

포토존으로도 인기인 창경궁 대온실 앞

한복을 맞춰 입고 궁 투어 다니는 어린 친구들과 커플을 많이 봐왔다. 외국인 관광객이나 어린 친구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는데 창경궁에서 고운 한복을 차려입으신 어머님들이 인상적이었다. 환한 미소로 인생샷 찍느라 여념이 없던 모습이 너무도 행복해보였다.

가까운 곳에서 가을 단풍을 느껴보고 싶다면 창경궁에 들러 도심 속 숲을 걷는 감흥을 누려보길 추천한다. 올 가을 나만의 추억을 만들고 더불어 멋진 사진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도심에서 가을 단풍을 느끼고 싶다면 창경궁 나들이를 추천한다

도심에서 가을 단풍을 느끼고 싶다면 창경궁 나들이를 추천한다

■ 창경궁 안내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창경궁로 185 (4호선 혜화역 4번 출구 도보 15분)

○ 관람시간 : 오전 9시~오후 6시(2월~5월, 9월~10월), 오전 9시~오후 6시30분(6월~8월),

                    오전 9시~오후 5시30분(11월~1월), 매주 월요일 휴궁

○ 관람요금 : 1,000원 (만 24세 이하, 만 65세 이상, 한복 착용시 무료), 여행주간 50% 할인

○ 홈페이지 : http://cgg.cha.go.kr

○ 문의 : 창경궁관리소 02-762-48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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