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유현준이 들려주는 유쾌한 ‘서울 건축’ 이야기
발행일 2018.10.12. 16:20

유현준 건축가가 한강공원에서 공간이 주는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가을이 깊어졌다. 이 계절엔 무작정 걸으며 사색에 잠겨보는 것도 좋은 시간이 된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반가운 프로그램이 눈길을 끌었다. 가을여행주간을 맞이하여 열린 ‘명사와 함께하는 서울 건축여행, 유현준과 함께하는 가로수길 산책 : 서울×건축×나’이다.
서울의 핫플레이스 중 하나인 가로수길과 잠원한강공원을 산책하며 도심 속 뜨는 거리에는 어떤 법칙이 있는지, 일상 속에서 즐기는 여행에 대해 유현준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으로 마련되었다.

가을여행주간이 시작되어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시민들을 기다리고 있다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다양한 시각으로 건축물을 사유하도록 권유해준 유현준 건축가는 강남에서 오래 살아 누구보다 가로수길의 변천에 대해 잘 아는 이였다. 시간이 날 때마다 잠원한강공원을 찾아 조용히 걸으며 사색하는 애정하는 곳이기에, 그는 주저하지 않고 가로수길과 잠원한강공원을 걷고 싶은 길로 정했다.

건축가 유현준이 시간이 날 때마다 찾는 사색의 장소라는 잠원한강공원
프로그램에 지원하여 선정된 36명의 시민들은 그가 전해주는 서울이야기에 푹 빠져 가로수길을 걸으며 건축과 사람, 사람과 도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함께 했다. 유현준 건축가는 물리적 공간이 사람에게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해 관심이 많다. 거리를 걸으며 평상시 궁금했던 여러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꿀처럼 달다.

한강공원에서는 탁 트인 서울의 정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유현준 건축가는 가로수길의 특색있는 건물들을 둘러보며 일상 속에서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건축학적 미학을 짚어주며 뜨는 거리의 여러 가지 특징에 대해 이야기했다. 최근 들어 여러 거리가 핫플레이스가 되면서 뜨는 곳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도심 속 뜨는 거리는 여러 공통점이 있다. 그 거리만이 가지는 색깔이 있고, 그곳에 가야만 볼 수 있는 풍경과 상점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사람들은 도시 속 그 거리를 찾는 것이다.

가로수길에서 걸어 내려오면 한강공원으로 들어갈 수 있는 신사 나들목에 다다를 수 있다
가로수길을 끝까지 걸어 내려가면 신사 나들목이 나온다. 일명 토끼굴로 불리우는 이곳은 한강공원으로 진입하는 통로다. 원래 미성아파트 뒤에 있던 토끼굴을 이곳으로 옮겼다. 토끼굴을 뚫은 것은 혁신과도 같다. 도시와 일상에서 자연으로 탈출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바쁜 일상 속 나만의 공간을 찾아 떠나는 도시인에게 편안한 쉼을 주는 여행지와 같다.
한강시민공원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벤치에 앉아 쉬는 사람들, 산책하는 사람들로 활기를 띄었다. 무엇보다 녹음이 우거지고 탁 트인 한강과 드넓게 펼쳐지는 서울의 풍경이 마치 여행을 온 듯한 느낌에 빠져들게 만든다. 사람들과 여러 가게들로 북적였던 가로수길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한강공원은 분주한 일상 속 도시인에게 그 자체로 힐링이 되는 장소이기에 주말마다 이곳은 도시인들로 빼곡이 채워진다.

교각과 교각 사이의 크랙에서 햇살이 비취고 있다
지하철역에서 나와 공원까지 이어지는 사이길은 사람들이 걷고 싶은 길이 된다. 사람들이 모이는 앵커포인트는 공간의 질을 말할 수 있는데, 가장 좋은 곳은 역시 자연이다. 잠원한강공원의 한남대교 밑으로 걸어가니 다리 위에서만 살아갔던 우리의 눈에 새로운 모습이 들어왔다. 교각과 교각 사이의 크랙으로 비쳐지는 햇살, 거대한 대교 아래 펼쳐지는 낯설지만 편안한 공간은 예술과도 같았다.

도시락을 같이 먹으면서 가을소풍을 즐기는 모습이다
프로그램에 함께 한 시민들과 공원에 둥그렇게 모여앉아 도시락을 먹으니 가을소풍을 온 듯하다. 도시락을 먹으면서도 도시의 미학, 건축물을 바라보는 자세, 현대인과 건축의 조화 등 각양각색의 궁금증들이 쏟아졌다. 차분하게 질문과 대답이 오가며 오늘의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더 궁금한 이야기들을 듣기 위해 유현준 건축가와 자리를 마련했다.

가장 좋은 공간의 질은 자연이라고 말하는 유현준 건축가다
유현준 건축가는 같은 풍경을 다르게 바라보고 시퀀스로 사물을 접하는 것에 대해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건축은 무엇이고 서울의 풍경은 어떤 것일까?
Q. 서울에서도 강남에서 오래 살았다고 했다. 오늘 가로수길을 걷고 싶은 길로 정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유현준> 이곳은 내가 잘아는 곳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이곳으로 이사왔다. 그 당시 성수대교가 막 개통했었고 가로수길은 그냥 흙바닥이었다. 빈 공터들에 건물이 들어서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거리로 조성되는 과정을 운 좋게 다 목도할 수 있었다. 건축가로서 그것은 행운과도 같다. 그래서 나는 이 거리가 좋다.
Q. 가로수길이 가지는 좋은 점도 있지만 아쉬운 점도 있는가?
유현준> 처음 가로수길이 만들어졌을 땐 이곳에 와야만 볼 수 있는 풍경과 상점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개성이 없어져가고 있다. 가로수길만이 가질 수 있는 개성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사람들이 걷고 싶은 거리가 된다. 그것이 가장 아쉽다.
Q. 서울시 건축물 중에서 아이디어가 좋거나 창의적인 것이 있다면 어디일까?
유현준> 인사동에 있는 쌈지길이 떠오른다. 거리의 모습을 닮아 건축한 것이 특색있다. 부티크 모나코도 독특한 형태라 눈길을 끈다. 선유도공원과 샘터 사옥도 좋다. 서울은 지나다니다 보면 좋은 건물들이 많다. 서울 시청도 괜찮다. 내가 건축했다면 서울시청과 광장을 연결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췄을 것이다.
형태감이 강조된 건축물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취향은 아니지만 우리의 기술로 그런 건축물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 일대의 장소성을 바꿔 주었고, 그 공간이 여러 형태로 잘 쓰이고 있어서 건물이 더 좋아지고 있다.

유현준 건축가가 살고 싶은 서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Q. 서울시가 도시재생이나 공공시설의 확대 등 여러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변화되길 바라는가?
유현준> 소통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시 여기는 점은 공짜로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더 많아져야 한다. 그래야만 사람들이 모이게 된다. 예를 들어 광화문광장의 차선을 줄이고 길가에 가게나 커피숍이 많이 들어선다면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이다.
서울시에서 공짜로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은 전체 면적으로 보면 많은데 분포가 잘못 되었다. 녹지가 많은데 대부분 산처럼 경사지어져 쉬질 못해 움직여야 한다. 서울시에 벤치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도시가 다이나믹 코리아 같지만 앉아서 쉴 공간이 없어 시민들에게 보이지 않는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하나는 부동산 정책 방법이 달라지길 바란다. 모든 사람이 집을 가질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집값이 안정되어야 할 이유이다.
Q. 여러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50살부터 제대로 된 건축물을 만들었다고 언급했는데, 유현준 건축가 역시 50살 이후 어떤 건축물을 만들고 싶은가?
유현준> 많은 사람들이 쓸 수 있고 화목하게 하는 건축물을 만들고 싶다. 즉 공공건물 중에서 공립학교를 만들어 지금의 획일적인 형태의 학교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와 이미지로 가고 싶은 학교를 만들어 보고 싶다.
Q. 건축가로, 교수로, 또 방송인으로 삶의 지경을 넓혀가고 있는데 앞으로 어떤 일을 더 해보고 싶은가?
유현준> 지금도 충분히 나 자신을 표현하고 살고 있는 것 같아 더 많은 일보다는 책을 쓰는 것에 집중하고 싶다. 책을 쓰는 것이 나에게 또 다른 기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건축과 책은 비슷한 듯 다른 면이 있다. 내가 건축을 했어도 나의 생각을 그 건축물에 100% 전달하지 못했는데, 책은 나를 잘 표현할 수 있어서 좋다. 바라는 것은 내가 쓴 책이 번역이 되어 해외로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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