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마음 어루만져주는 '테라피독' 되다!
발행일 2018.08.28. 10:26

우주, 콩콩, 치로, 요미, 미슈 유기견들과 이들의 훈련을 맡은 훈련사들
함께 서울 착한 경제 (107) - 테라피독을 활용한 사회혁신 프로젝트
사람이 버린 유기견이 아픈 사람들의 치료를 돕는 '테라피독(Therapy Dog)'이 된다? 버림받았다는 상처로 사람들과 어울리기조차 힘들 듯싶은데, 가능한 일일까 의구심이 든다. 그런데 실제 동물보호센터에서 안락사 위기에 처한 유기견들을 데려와 테라피독으로 양성하는 이들이 있다. 서울시 ‘2018 사회혁신 리빙랩 프로젝트’ 선정팀이라는데,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유기견이 세상을 바꾸는 ‘사회혁신견’으로
지난해 길을 잃거나 버려졌다가 구조된 동물은 모두 10만2,593마리로, 전년 대비 14.3%가 늘었다. 이중 절반 가까이가 동물보호소에서 생을 마감하는데, 20% 정도는 안락사, 살처분된다. 미처 구조되지 못해 떠도는 개들의 문제도 심각하다. 이들은 들개화 돼 무리 지어 축산농가를 공격하고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유기견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최근 몇 년 사이 쉽게 사고 버려지는 반려동물 문제를 알리고, 반려동물 등록제에 적극 참여하며, 안락사 위기에 처한 유기견 입양 캠페인을 벌이는 시민, 시민단체들이 늘고 있다.
“주로 유기견들이 처한 비참한 상황을 보여주며 모금이나 입양 캠페인을 하죠. 하지만 저흰 유기견들이 사람을 구할 수 있다는, 능동적이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버려져서 불쌍해서 비참해서 구해줘야 하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임을 인정받게 하고 싶었습니다.”
피스원즈코리아(Peace Winds Korea) 김동훈 대표는 유기견을 테라피독으로 양성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7월, 양주보호소에서 유기견 5마리를 데려와 건강진단, 예방접종, 중성화 수술, 동물등록을 마쳤다. 구조된 날짜와 순번으로 조합된 번호로 불리던 유기견들은 이제 ‘치로’, ‘우주’, ‘콩콩’, ‘요미’, ‘미슈’라는 이름도 갖게 됐고, 넉 달간의 훈련과 활동을 통해 테라피독으로 새 삶을 살게 된다. 훈련이 끝나면 시민들에게 공개 입양돼, 병원, 복지관 등에서 환자치료 및 아이들과 놀이훈련 등 자원봉사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지난 7월 보호소에서 데려온 유기견 5마리에게 테라피독 양성 훈련을 하고 있다
테라피독은 사람과의 교류를 통해 질병이나 부상, 정신적 상처를 받은 사람들의 몸과 마음이 본래의 기능에 접근하도록 돕는 훈련 받은 개들이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다양한 활동 사례와 연구를 통해 그 효과가 입증되고 있는데, 특히 치매나 우울증, 자폐, 재활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취약계층이나 과도한 의료비 지출로 가계파탄에 이른 이들에게 도움이 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테라피독도, 그 활동 사례도 찾아보기 힘들다.
유기견을 테라피독으로 양성하는 사업은 안락사 위기에 놓인 유기견들을 구할 뿐 아니라, 동물매개치료를 활성화시켜 재난적 의료 상황에 놓인 가정 문제도 해결하며, 동물매개 자원봉사 영역도 개척하게 된다. 유기견 테라피독은 이렇듯 우리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혁신견'이다.
유기견 안락사 제로 그날까지, 테라피독 어벤저스
테라피독을 활용한 사회혁신 프로젝트는 동물복지와 사회복지, 임펙트 투자 및 컨설팅 영역에 걸쳐있는 다양한 전문기관이 각각의 전문성을 살려 함께 진행한다.
‘피스윈즈코리아’는 전체 사업을 기획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하고, 심리 사회적 지원 소셜벤처 ‘아트온어스 (Art on Earth)’는 동물매개 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서울 시내의 유일한 민간 도우미견 훈련 기관인 ‘에듀펫 반려동물문화교실’은 테파리독의 선정 및 훈련을 도맡아 하고, 반려동물커뮤니티 서비스 ‘올라펫’은 사료를 후원하고 알리는 역할을 한다. 글로벌제약회사 ‘한국에자이’는 테라피독 활동처를 섭외하고 활동을 지원한다. ‘아시아태평양재난관리한국협회’은 기부금 영수증 발급 등 행정지원 역할을 하고, 한국SR전략연구소 ‘코스리 (KOSRI)’는 관심 있는 기관과 연계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야말로 ‘테라피독 어벤저스’가 아닐까 싶다. 이렇듯 이번 프로젝트는 각각의 전문기관이 함께하며 시너지를 내는 사회혁신 방식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에듀펫 반려동물문화교실 수업 모습
서울시에서는 이처럼 서울의 도시문제를 여러 시민이 모여 새로운 아이디어로 해결하고자 하는 시민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사회혁신 리빙랩 프로젝트’ 공모 사업으로, 프로젝트별 3,000만 원 미만의 사업비를 지원한다. ‘리빙랩(Living Lab)’은 ‘일상생활 실험실’이란 뜻으로 생활공간을 실험실 삼아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참여를 통해 사회문제 해결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지난 5월 사업 설명회와 서류심사, 프레젠테이션 심사를 거쳐 총 13개 팀을 선정했는데, 테라피독 프로젝트는 그 중 하나다.

지난 5월, 공모했던 사회혁신 리빙랩 프로젝트 공모 포스터
‘치로’, ‘우주’, ‘콩콩’, ‘요미’, ‘미슈’는 현재 기본 예절교육과 함께, 사람들을 경계하지 않고 어울리는 훈련을 받고 있다. 낯선 상황, 돌발상황에서도 공격성을 지니지 않도록 훈련하고 있다. 남은 테라피독 훈련과 병원이나 복지관 등에서의 동물매개 치유활동 과정을 마치면 3개월 후 쯤 희망하는 서울시민들에게 분양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들 5마리의 사회혁신견은 새로운 주인과 함께 병원이나 복지관, 요양원 등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게 된다는데, 이들의 활동을 열렬히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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