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없는 '페이' 실험이 시작됐다

명순영(매경이코노미 차장)

발행일 2018.08.09. 15:30

수정일 2019.12.02. 11:36

조회 1,819

명동에 위치한 한 가게에서 중국 관광객이 알리페이(중국의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해 물품 대금을 지급하고 있다

명동에 위치한 한 가게에서 중국 관광객이 알리페이(중국의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해 물품 대금을 지급하고 있다

서울시는 수수료가 ‘제로(0)’인 서울페이(가칭, 혹은 제로페이)를 연내 도입하기로 했다. 최근 임대료 상승, 최저 임금 인상 등으로 소상공인 경영부담이 점점 커지자 카드사 수수료는 사회적인 이슈로 불거졌다. 서울시는 누구보다 절박하고 어려운 상황에 놓인 소상공인 고통을 분담하고자 ‘제로페이’ 아이디어를 냈다.

서울페이는 스마트폰 앱으로 QR코드를 찍으면 모바일페이를 통해 결제가 되는 간편 결제 시스템이다. 소비자들은 새로운 앱을 내려 받을 필요 없이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NHN페이코 등 기존 결제 앱을 그대로 이용하면 된다.

66만명에 달하는 소상공인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서울페이’에 대한 반응이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다. 이미 신용카드가 퍼질 대로 퍼진 상황에서 소비자가 선뜻 서울페이를 사용하겠느냐는 의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페이가 자리 잡으려면 소비자가 앞장서 사용해줘야 한다. 그런데 아직까지 확실한 유인책이 없다는 평이다.

이런 시각에도 불구하고 서울시 ‘제로페이’ 실험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첫째,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풀고자 하는 공공 목적으로 결제 혁명을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카드사 수수료 적정성에 대해 사회적으로 논의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둘째, 서울페이가 국내 페이시장의 변곡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민간 플랫폼 기업과의 협업이 핵심인 서울페이는 오프라인 페이 시장을 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NHN페이코 등 주요 페이 서비스 누적거래액은 5조원, 이용자수는 80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대부분 온라인과 모바일 결제에 집중됐을 뿐 오프라인에서의 사용은 미비하다. 서울페이는 온라인에 집중된 페이를 오프라인 매장으로 확대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카카오페이는 소상공인에게 QR 결제 키트를 무료로 나눠주는 프로그램을 통해 7만5,000곳의 오프라인 가맹점을 모았다. 서울페이가 활성화하면 가맹점은 더 늘어나고 오프라인으로 영역을 넓힐 수 있다. 삼성페이와 손을 잡고 오프라인 시장 확대를 노리는 NHN페이코 역시 서울페이가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셋째, 서울페이는 ‘코리아페이’로 향하는 출발점이다. 서울은 물론 주요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인 ‘페이’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소상공인 전용 결제시스템이 하나로 통합되는, 이른바 ‘코리아페이’ 가능성이 열려 있다. 현재 서울시가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 혜택은 소득공제율 확대다. 여기에 버스 등 대중교통 공공할인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만약 ‘코리아페이’로 확장한다면 전국적으로 공공 할인을 제공할 수 있고 소비자 혜택은 커진다.

파격적이다 싶지만, 예를 들어 ‘반값 대중교통’을 실현시킨다면 서울시가 주도한 공공페이는 ‘국내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기록될 수도 있다. 소상공인은 수수료를 내지 않아 좋고, 소비자는 대중 교통비를 현저히 아낄 수 있어 좋다. 사회적으로는 대중교통 활성화로 서울시가 그토록 고민했던 미세먼지 감축을 유도하는, ‘일석 삼조’의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소비자는 냉정하다. 명분만 앞세워 소비자에게 억지로 사용해달라고 호소해봤자 소용없다. 소비자가 충분히 만족할만한 서비스로 접근해야 이 전례 없는 실험이 성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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