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 주민들이 사는 법 '방화3동 마을계획단'

시민기자 박분

발행일 2018.07.20. 15:48

수정일 2018.07.20. 18:35

조회 2,145

‘엄마야 누나야’ 마을 시낭송회를 준비한 ‘방화3동 마을계획단’ 단원들

‘엄마야 누나야’ 마을 시낭송회를 준비한 ‘방화3동 마을계획단’ 단원들

단조로운 일상에서 멋진 공연 한판이 선사하는 자극은 늘 신선하다. 더구나 멀리 있는 공연장까지 갈 것 없이 동네 가까이서 문화예술공연을 즐길 수 있다면 금상첨화. ‘대학로 너무 멀다. 마을에서 즐기는 시낭송회’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개성 넘치는 시 낭송회를 열어 마을에 활력을 불어 넣는 강서구 ‘방화3동 마을계획단’의 이야기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널리 애송되는 김소월의 시 ‘엄마야 누나야’가 그윽이 울려 퍼진다. 강서구 방화동에 위치한 국제청소년센터1층 홀에서는 시낭송회가 열려 초여름밤을 수놓았다.

‘진달래꽃’ ‘산유화’ ‘개여울’ 등 우리 민족의 정한을 담은 소월의 시편들이 이어지는 동안 마을 청소년들이 연주하는 피아노와 플루트의 선율도 함께 흘러 관객들의 가슴에 파고들었다. 시 낭송과 함께 무대 한 켠에서 소월의 어머니가 진달래꽃을 가슴에 안고 흐느끼듯 노래하는 모노드라마 ‘어머니의 독백’도 이어져 관람객들의 심금을 울렸다.

'엄마야 누나야' 시낭송회를 관람하는 마을 주민들

'엄마야 누나야' 시낭송회를 관람하는 마을 주민들

‘방화3동 마을계획단’이 준비한 ‘시 낭송회’는 올 봄 공연에 이어 올해 두 번째 공연이다. 작년에 했던 네 차례의 공연을 더하면 총 여섯 차례의 시낭송회를 열었다.

‘방화3동 마을계획단’이 보여주는 시낭송회는 단순한 시낭송회가 아니다. 시를 드라마처럼 연출해 마치 한 편의 뮤지컬을 보듯 짜임새 있게 구성했음이 특징이다. 시낭송은 물론이고 음악과 조명, 소품 등 공연의 모든 과정을 주민들이 직접 기획했다.

주민센터에서 방화3동 마을계획단 문화분과 팀원들이 소모임을 갖고 있다

주민센터에서 방화3동 마을계획단 문화분과 팀원들이 소모임을 갖고 있다

시낭송회를 끝내고 그 주인공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방화3동 주민센터 2층에 자리한 작은도서관에서다. 머리가 하얀 어르신부터 주부 학생까지 연령도 직업도 다양한 이들은 ‘방화3동 마을계획단’ 문화분과 팀원들이다.

소월의 어머니로 등장해 ‘어머니의 독백’으로 깊은 울림을 준 박신영(64) 씨도 참석했다. 방화동 마을 주민이자 현직 성우인 박신영 씨는 방화3동 마을계획단 문화분과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직장일 틈틈이 마을 일에 애정을 쏟고 있는 박 씨처럼 이곳 방화3동에선 마을일에 발 벗고 나선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공예가, 사진작가, 마트 운영자 등 다양한 직종의 주민들이 돕기를 자청하고 나섰다.

하지만 마을계획단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들은 평범한 주부들로 마을계획단에 없어선 안 될 살림꾼들이다. 단원들은 “함께 마을일을 하다보면 숨은 재능을 발견하는 분들도 많다”면서 “제일 필요한 요건은 함께 하려는 마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마을 단원인 함유경(43) 씨는 “시낭송회에 아이들과 산책삼아 나왔다가 마을계획단에 발을 들이게 됐다”면서 “서로 돕고 함께 할 수 있음이 가장 큰 보람인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방화3동 마을계획단’은 2016년 봄, 이 지역 작은도서관이 마련한 ‘작은 음악회’를 계기로 당시 참여했던 주민들의 의견 개진으로 시작됐다. 이후 2016년 7월에 ‘마을에 내리는 시’ 프로그램으로 서울시 마을공동체사업에 선정되면서 첫 발을 뗐다. 이후 시낭송회를 주도하는 문화분과를 비롯해 생활환경분과, 공동체분과, 공유분과 등 4개 분과 60여 명의 회원들로 자리를 잡으며 다방면에 걸쳐 지역문제를 찾아내고 함께 마을의 문제 해결방법을 찾아내려 노력하고 있다.

방화3동 마을계획단에선 마을 어르신들이 초등학생들에게 사자소학 등을 가르치는 ‘금낭서당’도 운영 중이다

방화3동 마을계획단에선 마을 어르신들이 초등학생들에게 사자소학 등을 가르치는 ‘금낭서당’도 운영 중이다

마을공동체분과 활동도 눈부시다. 마을 어르신들이 초등학생들에게 사자소학과 예절 등을 가르치는 ‘금낭서당’과 마을 숲과 유적지를 찾아가는 ‘생태탐사’ 프로그램을 운영해 어린이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매달 마지막 토요일 방화3동 주민센터 빈 주차장에서 열리는 ‘벼룩시장’도 주민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알뜰장터로 인기를 끌고 있다.

방화3동 마을계획단 공동체분과에서 ‘생태탐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좌), 생활환경분과에서 깨끗한 마을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우).

방화3동 마을계획단 공동체분과에서 ‘생태탐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좌), 생활환경분과에서 깨끗한 마을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우).

생활환경분과에서는 깨끗하고 안전한 마을조성을 위한 마을 청결에 앞장서고 있다. 단원들은 동네 곳곳을 둘러보며 골목길에 버려진 쓰레기 등 생활불편사항을 사진에 담아 기록하고 있다. 지난 6월, 마을총회 주민투표를 거쳐 온 주민이 함께 마을 골목 대청소에 나서기도 했다.

방화3동 주민센터 또한 활력이 넘치는 ‘방화3동 마을계획단’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특히 2층에 자리한 ‘방그리나 작은도서관’은 마을계획단원들의 모임 및 주민 공유공간으로서 일조를 하고 있다. 민원해결과 자치회관 프로그램의 운영공간으로 인식되었던 주민센터가 공동체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주민들이 직접 씨를 쓰고 자작시를 낭송한 뒤 마을 시집 <마을에 내리는 시>를 발간도 했다. ‘방화3동 마을계획단’이 그동안 수차례 진행했던 시 낭송회 1주년을 기념해 만든 마을 시집이다. 마을주민들의 자작시를 모은 시집 <마을에 내리는 시>에는 초등학생부터 팔순 어르신이 쓴 총 30편의 시가 실려 있다. 주민들은 “시 낭송에 이은 시집 발간을 통해 이웃 간 정이 도타워지고 마을도 더욱 밝아졌다”고 말했다. 마을 시집은 복지관과 관공서 등에 비치해 두어 누구든 쉽게 볼 수 있도록 했다.

마을 총회 때, 주민들이 마을계획단의 활동을 담은 사진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마을 총회 때, 주민들이 마을계획단의 활동을 담은 사진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오는 10월 말경에 문을 열게 될 ‘마을방송국’ 개국 준비도 한창이다. 마을방송 제작에 함께 참여할 구성원 교육을 위한 ‘마을미디어교실’이 현재 운영 중이다. 라디오방송의 기획과 구성, 마을미디어의 이해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이 프로그램을 마치면 마을방송국 개국 준비에 들어간다.

바쁜 일상에서 조금만 시간을 내어 시를 짓거나 낭송해 보면 우리 주변은 좀 더 밝아지지 않을까? 매 회마다 특색 있는 무대를 마련하는 ‘방화3동 마을계획단’에서 다가올 여름방학에는 어떤 시낭송회를 펼칠지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방화3동 마을계획단’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고 싶은 마을 주민이라면 방화3동 주민센터에 방문해 문의(02-2600-5275)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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