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없는 날’ 한가로이 도심길을 걷다

시민기자 신유리, 이기동

발행일 2016.09.29. 09:13

수정일 2016.09.29. 16:14

조회 1,610

`2016 서울 차 없는 날` 세종대로 모습 ⓒ신유리

`2016 서울 차 없는 날` 세종대로 모습

세종대로·덕수궁·청계광장 일대에 자동차가 사라졌다. 평소 차들로 가득했던 서울 도심 한복판 대로가 9월 25일 이 날만큼은 온전히 사람들에게 돌아갔다.

서울시는 ‘차가 멈추면 사람이 보입니다’라는 주제로 9월 19일부터 25일까지 한 주간 릴레이 캠페인 ‘서울 차없는 주간’을 벌였고, 25일을 ‘차 없는 날’로 정해 종일 세종대로를 말 그대로 차 없는 길로 만들었다.

`차 없는 날` 거리 조형물 ⓒ신유리

`차 없는 날` 거리 조형물

1997년 프랑스 서부 항구도시인 라로쉐에서 시작된 ‘차 없는 날’은 2,200여 개 도시에서 함께하는 캠페인으로, 서울은 올해로 열 번째 ‘차 없는 날’을 맞았다.

자동차가 사라진 대로는 차 대신 지구의 환경과 안전, 건강을 생각하는 볼거리로 채워졌다. 태양열의 이용, 오염 실태, 에너지 줄이는 방법 등 다양한 주제의 천막 부스들 양쪽으로 늘어서 있었다. 전기, 도시가스, 수도, 난방 등의 사용량을 줄이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마일리지로 돌려주는 ‘에코마일리지 제도(ecomileage.seoul.go.kr)’를 소개하는 부스도 자리하고 있었다.

걷거나 자전거, 수레 등 비동력 저탄소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시민들 ⓒ신유리

걷거나 자전거, 수레 등 비동력 저탄소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시민들

마치 골목길을 돌아다니듯 서울 한복판 대로를 여유롭게 걸으며 다양한 거리 공연 및 이벤트를 둘러보는 기분이 새롭다. 요가 공연, 맑은 공기로 오염 된 공기를 몰아내는 에코 퍼포먼스, 길바닥 그림 그리기 등 거리 이벤트가 곳곳에서 이어졌다. 걷다가 힘들면 비동력 저탄소 교통수단인 이색 자전거, 인력거, 수레 등을 빌려 탈 수도 있었다.

퀴즈 이벤트(좌), 안전체험 이벤트(우) 등에 참가하고 있는 시민들 ⓒ신유리

퀴즈 이벤트(좌), 안전체험 이벤트(우) 등에 참가하고 있는 시민들

‘찾아가는 안전교실, 소방 체험’은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많은 코너였다. 위험 시 높은 곳에서 미끄럼 타고 탈출하기, 창문 넘어 탈출하기, 소화기 사용, 심폐소생술 실습 등을 직접 해볼 수 있었다.

어른들에게 가장 인기 있던 건 여덟 차례 열린 퀴즈 코너였다. 친환경에 관한 O, X 문제를 맞춰 최종 우승, 준우승을 하면 밥솥 등 실속 상품도 받을 수 있었다. 퀴즈에 참여하기만 하면 친환경 지식도 얻고 선물도 받는 셈이다. 퀴즈의 진행을 맡은 에코허브의 김소라 씨는 차 없는 거리 행사에 대해 “사람들이 환경에 대해 부담스럽게 의식할 필요 없이 휴식하고 즐기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문제의식을 담아가는 장이 되는 것 같습니다”라는 긍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서울 차 없는 주간 일환으로 청계천 일대에서 함께 열린 `서울 자전거 축제` ⓒ이기동

서울 차 없는 주간 일환으로 청계천 일대에서 함께 열린 `서울 자전거 축제`

한편, 청계천 일대에서는 자전거를 테마로 한 다양한 문화행사를 만날 수 있었다. 9월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간 ‘2016 서울 자전거 축제’가 열렸다.

자전거 용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자전거 중고물품 직거래 장터, 자전거 수리 부스, 맞춤형 자전거 제작 부스, 이색 자전거 부스 등 자전거와 관련된 다양한 볼거리를 ‘축제존’ ‘교육존’ ‘체험존’으로 나눠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

각종 자전거 제품 및 부품을 살펴볼 수 있는 부스들(좌), 해외 공공 자전거 사례들(우) ⓒ이기동

각종 자전거 제품 및 부품을 살펴볼 수 있는 부스들(좌), 해외 공공 자전거 사례들(우)

자전거 정책과 관련한 유럽 선진국 여러 도시들의 사례도 접할 수 있었다. 스웨덴 말뫼는 '시민 한 명에 자전거 한 대'를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고, 유럽 최초로 ‘에코 시티 세계 정상회의’를 개최할 정도로 환경에 관심이 많은 프랑스 낭트는 접이식 자전거와 대중교통의 연계에 힘쓰고 있다. 서울시 공용자전거 따릉이도 반가웠다. 간단한 회원가입과 저렴한 비용, 편리한 사용법으로 요즘 많은 시민들이 이용 중이다.

사이클 기계를 통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자전거, 자전거 부품을 활용한 리사이클 제품들도 색다르다. 자전거 용품을 이용해 만든 전구, 안장으로 다시 만든 책 보관함 등 개성 넘치는 제품이 많았다.

서울 자전거 축제를 즐기고 있는 시민들 ⓒ이기동

서울 자전거 축제를 즐기고 있는 시민들

특히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는 자전거 퍼레이드는 축제의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직접 만든 나만의 이색자전거를 비롯해 코스튬 복장을 갖춘 참가자도 눈에 띄었다. ‘자전거도 패션이다’라는 말이 실감났다. 외발자전거, 웨딩바이크, 둘이 나란히 달리는 자전거, 세 명이 일렬로 달리는 자전거 등등 누가 더 특별하고 더 개성 넘치는지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자전거 퍼레이드에 참가한 시민들. 이색 자전거와 복장이 눈길을 끈다. ⓒ이기동

자전거 퍼레이드에 참가한 시민들. 이색 자전거와 복장이 눈길을 끈다.

‘나 하나가 환경을 위해 애쓴다고 세상이 바뀔까’ 일상에서 종종 이런 유혹에 빠지곤 한다. 하지만 이 날 ‘차 없는 날’ 행사에 참여한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조금씩 바뀌어 간다면 큰 변화도 멀고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작은 느릴지 몰라도 일인만보(一人萬步)보다 만인일보(萬人一步)가 세상을 바꾸는 한 걸음이 될 테니 말이다. 앞으로 일주일에 며칠이라도 차를 놓고 두 다리로, 자전거 두 바퀴로 거리를 걸어보는 걸로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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