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사진으로만 남은 서울의 옛 철도역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16.05.03. 10:06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59) 이제는 사진으로만 남은 서대문정거장과 성동역
우리나라 수도 서울은 국내 철도의 중심부이다. 기본적으로 모든 철도노선은 서울방향이 상행(上行)으로 되어 있다. '서울로 올라간다'라는 말을 많이 쓰다보니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철도역이 서울역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현재 서울의 대표 철도역은 서울역, 용산역, 청량리역 등인데, 오래전 서울에는 이들보다 더 도심 깊숙이 들어오던 역들이 있어 흥미를 자아낸다.
첫 번째 역은 바로 서대문정거장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는 1899년 9월 18일 개통된 인천 제물포~서울 노량진 구간이었다. 당시에는 한강철교가 없어서 노량진에서 노선이 끝났다. 그러다가 이듬해 한강철교가 개통되면서 서울 도심까지 경인선 철도가 들어오게 되었는데, 그 경인선의 종착역이 바로 지금 소개하는 서대문정거장(당시 이름 경성역)이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서울역은 당시엔 남대문역이라는 이름의 중간역이었으며, 진짜 종착역은 통일로를 따라 좀 더 북쪽으로 올라와 있었다. 현재 5호선 서대문역 근처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위치이다. 이후 1905년에 경부선 철도가 개통되자, 역 이름이 경성역에서 서대문역으로 바뀌었다. 결국 경부선은 서대문역에서 시작하여 남대문역-용산역-한강철교로 이어지는 철도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 역이 왜 없어졌을까? 1906년에 용산부터 신의주까지 경의선이 개통되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경의선을 타려면 서울 도심에서 용산까지 내려와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그래서 서울 도심에서 신촌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경의선을 짓기로 했는데, 서대문역은 너무 북쪽이다 보니 그 아래 남대문역에서 경의선을 뽑아 신촌으로 보낸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서대문-남대문 구간이 없어지고 서대문역도 사라졌다. 이것이 1919년의 일이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서대문역이 3.1운동의 주요 집결지였다는 점이다. 바로 옆에 이화학당이 있고, 지금은 유관순기념관도 있다는 점에서 능히 짐작할 만하다. 서대문역이 일제에 의해 예정보다 빨리 폐쇄된 것도 이런 이유였다고 한다.
현재 서대문정거장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대신 학교 정문 왼쪽에 ‘서대문정거장 터’라는 조그만 비석이 설치되어 있으며, 이곳이 서울 최초의 철도 종착역이었던 곳임을 말없이 알려주고 있다. 원래 이 비석은 경찰청 맞은편 서소문소공원 안에 있었지만, 서대문정거장의 좀 더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기 위해 학교 옆으로 지난해 말 이전하였다.
서울에서 사라진 두번째 철도역은 성동역이다. 가수 김현철의 노래 ‘춘천가는 기차’로 유명한 경춘선은 전철로 바뀐 지금 상봉역에서 노선이 시작되고 있다. 한편 경춘선이 기차이던 시절에는 성북역(현 광운대역)에서 시작했었는데, 사실 경춘선의 원래 기점은 성북역이 아니었다.
경춘선은 1939년 개통되었는데 당시에는 종착역이 더욱 서울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현재 1호선 제기동역 2번 출구의 정릉천 동편이며 이름은 성동(城東)역이었다. 따라서 원래 경춘선에는 성동~성북 구간이 존재했던 것이다. 지금 1호선 석계역의 남서쪽을 보면, 한천로78길-돌곶이로22길-화랑로30길로 완만하게 곡선이 이어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게 바로 예전에 경춘선 철도가 지나가던 곳이다. 당시 이렇게 성북역을 떠난 경춘선은 현재의 화랑로와 내부순환로 경로를 따라 성동역까지 이어졌다.
성동역은 서울 깊숙이 들어오며 경춘선으로 승객과 화물을 실어 날랐지만, 1970년대 들어 서울이 점점 과밀화되자 도심철도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1971년 성동-성북 구간 철도가 사라졌으며 성동역도 함께 없어졌다. 경춘선 열차는 성동역과 인접한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바뀌었으며 1974년엔 지하철 1호선이 개통되면서 지하철로 경춘선 열차를 타러 갈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비록 성북-성동간 철길은 사라졌지만, 비슷한 구간으로 지하철 6호선 석계-동묘앞 노선이 새로 생겼다는 점이다. 철길은 사람이 움직이는 통로이므로, 한때 없어졌더라도 사람과 통행이 그대로 남아 있다면 다시 부활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다.
현재 성동역 자리에는 철길은 전혀 없고, 상업빌딩과 아파트, 약간의 주택이 들어서 있다. 그리고 왕산로 길가에는 역시 ‘성동역 터’라는 비석이 남아서 서울의 옛 철도역을 기념하고 있다.
이제는 잊혀져 버린 서대문정거장과 성동역. 하지만 한때 서울의 철도역으로 시민들과 애환을 함께 했던 우리의 소중한 유산이다.
어린 시절부터 철도를 좋아했다는 한우진 시민기자. 자연스럽게 공공교통 전반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시민의 발이 되는 공공교통이야말로 나라 발전의 핵심 요소임을 깨달았다. 굵직한 이슈부터 깨알 같은 정보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입장에서 교통 관련 소식을 꾸준히 전하고 있는 그는 교통 '업계'에서는 이미 꽤나 알려진 '교통평론가'로 통한다. 그동안 몰라서 이용하지 못한, 알면서도 어려웠던 교통정보가 있다면 그의 칼럼을 통해 편안하게 만나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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