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지진 무시하면 안 돼…대비 필요
최순욱
발행일 2015.12.23. 14:50

(좌)카시마대명신이 지진을 일으키는 메기를 제압하고 있다, (우)메기들이 사람들 도와 지진 피해 복구에 나서고 있다. 변화한 메기의 이미지가 보인다.
최순욱과 함께 떠나는 신화여행 (12) : 지진을 일으키는 메기
지난 12월 22일 새벽 4시 31분, 전북 익산시 북쪽 8km 지역에서 리히터 규모 3.9의 지진이 발생했다. 올해 발생한 지진 중 가장 강도가 높았다. 다행히 별다른 인명피해는 없었던 것 같지만 익산 지역 건물이 흔들리고 도로 일부가 파손되었다고 한다. 익산에 살고 있는 지인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아파트가 덩실덩실 춤을 추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지진은 어떤 거대한 힘에 의해 땅 속 거대한 암반이 급격하게 파괴되면서 지표가 흔들리는 현상이다. 이번에 발생한 지진은 다행히 별 것이 아니었지만 지진은 대규모로 발생할 경우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무서운 재해다. 지진 그 자체에서 발생하는 피해도 크지만 해일과 같은 2차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을뿐더러 심할 경우 재해지역의 기반시설 자체가 초토화돼 구조나 구호품 수송, 복구의 어려움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지진예보나 대비가 지금보다 더 어려웠던 고대나 중세에 사람들이 가졌던 지진에 대한 두려움은 아마 지금보다도 훨씬 컸을 것이다.
이 때문인지 옛날 사람들은 지진현상 자체를 신격화하거나, 이것의 원인이나 복구와 관련된 이야기를 만들어 신화에 편입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와 지근거리에 있으면서도 우리나라와 달리 리히터 규모 5 이상의 지진이 1년에 150회 이상 발생하는 일본에도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진다. 일본의 땅 속 깊은 곳에는 커다란 메기(鲶, 나마주)가 살고 있는데, 이 메기가 어떤 이유에선지 난폭하게 굴면서 날뛰면 지진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수염으로 강바닥을 훑고 다니는 습성 때문에 사람들이 메기를 지진과 관련시킨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 메기가 언제나 자기 맘대로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신(武神)인 ‘카시마대명신(’다케미가즈치‘라고도 한다)’이 카나메이시(要石)라는 길쭉한 돌로 메기의 머리를 눌러 제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카나메이시와 카시마대명신을 함께 모시고 있는 곳이 바로 현재 일본 간토 지역 이바라키 현에 있는 카시마 신궁(鹿島神宮)이라는 유명한 신사다.

사람들이 지진을 일으키는 메기를 공격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카시마대명신이 메기를 제압해 지진을 막는다는 이야기 구조가 시간이 지날수록 바뀌는 양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2012년에 발표된 ‘나마즈에(鯰絵)에 나타난 일본의 지진신앙과 그 변모’라는 논문에 따르면 19세기쯤에는 지진을 일으킨 것에 대해 사람들에게 사과하는 메기의 모습을 넘어 신의 뜻에 따라 혼탁한 세상에 지진으로 벌을 내리는 메기, 사람들을 도와 지진피해 복구를 돕는 메기의 모습이 등장했고, 심지어는 사무라이나 고리대금업자 등 부자들이 응원하는 카시마대명신에 맞서 농민이나 소상공인을 보호하려는 메기의 모습도 등장했다고 한다.
이는 사람들이 더 이상 지진을 그저 주어진 것으로,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지진 이전의 풍요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돌아가기를 바라거나, 당시의 불평등한 질서를 바꾸어보려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생각을 가졌기 때문이다(박병도, 2012).
우리나라에는 일본과 달리 지진과 관련된 신화나 전설 등이 그다지 많이 전해지지 않는 것 같다. 이는 아마 다행스럽게도 한반도가 ‘상대적으로’ 지진이 덜 발생하는 지역으로 분류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국가, 민간 차원에서 모두 지진에 대한 대비가 부족한 것으로 평가되는데, 여기에도 이런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전설이나 신화 같은 이야기야 없으면 아쉬울 뿐이다. 하지만 발생할 수 있는 재해에 대한 예방은 아쉬움으로만 끝낼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지진대비도 만일을 대비해 지금보다 훨씬 풍성해지기를 바란다.
참고자료 : 박병도 (2012). 나마즈에(鯰絵)에 나타난 일본의 지진신앙과 그 변모. 역사민속학, (40), 189-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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