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옷을 만드는 사람들

시민기자 김영옥

발행일 2015.07.09 15:07

수정일 2015.07.09 18:20

조회 1,589

일반 기업과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은 다른 기업이 있습니다. 나 혼자 잘사는 세상보다는, 모두가 함께 잘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지역을 살리고, 이웃을 돌아봅니다. 바로, 지역사회를 위해 공헌하는 사회적경제기업입니다. 내 손안에 서울에서는 서울시가 선정한 사회적경제 우수기업을 방문하고 소개하는 기사 연재를 시작합니다. 시민기자가 직접 찾아가 가까이서 보고 들은 그들의 이야기, 함께 만나보시죠!

사회적경제 우수기업탐방(8) 편견 없이 함께 어울리며 만들어가는 의류 기업, 세진플러스

장위동에 위치한 세진플러스

장위동에 위치한 세진플러스

6호선 돌곶이역 3번 출구로 나와 북서울 꿈의숲 방향으로 걷노라면 낮은 건물들이 어깨를 맞댄 소박한 풍경들을 만난다. 건물 벽마다 미싱사와 시다를 구하는 구인 광고가 많이 붙어 있는 까닭은 성북구에선 하월곡동과 함께 이곳 장위동이 봉제공장이 많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미등록된 공장까지 합하면 족히 1만여 개의 봉제공장이 성북구에 있다 한다. 약 300미터쯤 더 가다보면 지난 3월, 서울시우수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은 (주)세진플러스가 있다. 건물 지하 1층으로 내려가니 ‘드르륵, 드르륵……’ 규칙적인 재봉틀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봉제공장 특유의 분주함이 느껴졌다.

그들도 일하고 싶어 한다

“옷을 만드는 봉제현장에서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재단을 막 끝내고 자리에 앉은 (주)세진플러스 박준영 대표(52세)의 첫마디다. 이곳에선 2년 전부터 장애인들을 사원으로 채용해 봉제작업과정에 참여시키고 있다. 이곳은 2013년 장애인표준사업장(노동부 산하)으로 지정 받은 곳이기도 하다. 봉제와 프레싱, 품질검사, 포장, 출고까지의 임가공 과정이 있는데 그 중 장애사원들은 주로 미싱과 아이롱, 재단보조, 마무리작업에서 역할을 맡아 제 몫을 해 내고 있다. 남자 장애사원들은 재단보조나 아이롱(다림질) 과정에 배치되고, 여자 장애사원은 실밥 제거와 마무리 손질, 포장 과정에 배치된다.

세진플러스는 18명 직원 중 12명이 장애인이다

세진플러스는 18명 직원 중 12명이 장애인이다

2년째 이들과 ‘잘’ 놀고 있다는 박 대표는, (주)세진플러스가 궁극적으론 지체 혹은 지적장애인들의 자립을 도울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체장애인이든 지적장애인이든 성인이 되어 갈 수 있는 회사는 그리 많지 않다. 경제활동을 위해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장애인보호작업장이 있긴 하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이런 현실 속에서 장애인이 사업체 직원으로 당당히 채용되어 2년여 동안 일하고 있다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부단한 현장 직무적응교육과 그들에 대한 박 대표의 각별한 애정이 만들 결과다. (주)세진플러스에선 직원 18명 중 12명이 장애인이다.

세진플러스의 박준영 대표는 지체, 지적장애인의 자립에 각별한 애정이 있다

세진플러스의 박준영 대표는 지체, 지적장애인의 자립에 각별한 애정이 있다

세상 속에서 자기 몫을 해 낼 수 있도록 세심한 조력이 필요

지적장애사원들의 돌출 행동에 당황하거나 화를 내기 보다는 타이르고 토닥이면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습관이 된 박 대표. 그에게도 장성해 곧 사회로 나올 지적장애 자녀가 있다. 성년이 된 지적장애 사원들에게 갖는 그의 마음 품이 남다른 이유다.

미싱 작업(좌), 다림질 작업(우)

미싱 작업(좌), 다림질 작업(우)

그는 장애사원들의 유연한 직무수행을 위해 다각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편견과 선입견은 몰이해의 벽을 만들 수 있음을 그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손에 경련이 심해 한 회사에서 두 번 이상 월급을 받아 본 적이 없는 장애사원을 위해 치유전문트레이너를 채용했다. 근육 신경 심리 등 3단계의 맞춤형 운동법을 실시해, 건강하게 일터에 적응할 수 있도록 했다. 이곳에서는 장원철 치유전문트레이너가 지적 혹은 지체장애사원들에게 뒷마당에서 맞춤운동을 함께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세진플러스가 작업한 티셔츠

세진플러스가 작업한 제품

연극과 생산적인 작업을 병행하는 ‘4-4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20대의 지적장애사원들 3명에게 직무 교육과 결합된 연극을 할 수 있도록 성북구 내에 있는 극단에 도움을 청했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오전에 4시간 동안 지적장애사원 3명은 극단에 가서 연극을 하고, 오후에 4시간은 공장에서 작업을 한다. 올 12월엔 이들이 하는 연극공연도 계획되어 있다.

세진플러스가 펼쳐 보인 청사진이 반가운 이유

1977년부터 봉제 일을 시작해 제일 잘하는 일이 ‘옷 만드는 일’ 인 박 대표. 그는 자신이 제일 잘할 수 있는 일로 그들의 자립을 돕고 있다. 의류제조뿐만 아니라 장애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다른 아이템 개발도 늘 염두에 두고 있다.

올해부터 장애학생교복사업에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다. 장애학생들은 비장애학생들과 달리 신체병변에 따라 옷 모양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초·중·고등학교 장애특수학급 뿐 아니라 특수학교를 방문하여 지적·지체장애학생들의 신체 치수를 한꺼번에 재고 교복을 무료로 지원해 주고 싶단다. 또한, 이렇게 자료화된 신체치수를 바탕으로 각자의 신체정보를 약간만 수정하면 청소년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생애주기별로 맞춤옷 제작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향후 20년간 집중해도 좋을 아이템으로 장애학생교복사업을 꼽고 있는 그는, 늘 이들과 함께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세진플러스는 더 많은 지체, 지적 장애인들을 위한 꿈을 꾸고 있다

세진플러스는 더 많은 지체, 지적 장애인들을 위한 꿈을 꾸고 있다

장애사원들을 대중목욕탕에 데리고 가, 동그랗게 앉아 등을 서로 밀어주며 자신이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과 다른 누군가가 나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줬다는 박 대표. 쉽지 않은 동행임에도 자신이 제일 잘하는 일로 그들이 세상으로 나와 안착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고, 힘을 실어주고 있다. 소박할지라도 그들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중단 없이 마련해 주고 싶다는 그의 최종 목표는 100명의 지적장애인들이 운영하는 공동작업장이나 공동삶터를 만드는 것이다.

■ (주)세진플러스

 ○ 전화: 02-909-6222

 ○ 홈페이지: www.sejinplus.com / 카페 : cafe.naver.com/sejinpluss

 ○ 주소: 서울시 성북구 돌곶이로 122(장위동)

#사회적기업 #세진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