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살 여중생’의 학창 생활 이야기

시민기자 송종섭

발행일 2014.11.04. 14:44

수정일 2014.11.04. 17:10

조회 1,067

배움에 늦은 때란 없다. 지금 결심한 순간이 가장 빠른 것이다. 대한민국의 교육률이 높다고들 하지만 한편에는 배움의 기회에 소외된 사람들이 존재한다. 어려웠던 환경 탓에 학교에 가지 못하고 다른 친구들이 등교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 아파했던 우리의 어머니들이 있다. 또 자의든 타의든 배움의 길에서 소외되는 노령의 아버지들과 나이 어린 청소년들도 여전히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부에서 평생교육의 일환으로 대안학교를 운영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2013년 8월 당시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문맹률은 15%에 이른다. 어떤 사람들이 못 배웠으며 왜 못 배웠는지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진형중고등학교 수업 모습

진형중고등학교 수업 모습

배움을 갈망하는 마음

기자는 서울에 종로구에 있는 진형중고등학교를 방문하였다. 이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본인들의 나이를 잊어버린 듯 쉬는 시간이면 조잘조잘 떠들고 장난치다가도 수업시간이 되면 진지하게 공부에 임했다. 꼭 천진난만한 여중고생을 보는 듯 했다.

그 곳에서 중학생 한 분과 고등학생 한 분을 만났다. 두 분은 모두 이순을 넘긴 여학생이었다. 뒤늦게 공부를 시작하게 된 이유를 들어 보기로 하였다. 사진 대신 글만을 통해 두 분을 소개해 드려야 할 것 같다. 중학교 3학년 과정을 배우는 김용숙 씨, 고등학교 3학년 과정을 배우는 정복남 씨와의 인터뷰이다. (아래)

기자) 어린 시절 왜 공부를 못했는가?

김용숙) 그때는 육성회비 제도가 있었는데 집안 형편이 어려워 육성회비를 못 내서 교실 복도에서 손들고 서있기가 다반사였다. 그래서 초등학교만 겨우 졸업을 하고 돈을 벌기 위해 14살에 서울로 올라왔다. 어릴 적엔 너무 가난해서 공부를 못했다. 그리고 먹고 사느라고 못하고, 또 먹고 살만하니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할지를 몰라 못했다.

정복남) 어릴 적 집안 사정은 풍요로운 편이었지만 아버지의 갑작스런 사고로 집안에서 어머니와 아버지를 대신해서 가장 역할을 하느라고 학교를 다닐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기자) 공부는 왜 시작했는가?

김용숙) 소원이 길을 가다가 영어 간판을 읽어보는 것이었다. 이제는 중3이라 웬만한 간판은 다 읽을 수 있게 되어 너무 기쁘다. 그리고 무엇보다 배우고 나니 세상이 달라 보인다. 그래서 기쁨이 배가 되는 것 같다.

정복남) 앞서 인터뷰한 김용숙씨 처럼 모른다는 것이 배움의 갈망도 이유가 되겠지만, 주변에 알고 지내는 지인들이 모두 고학력자들이라 못 배운 게 늘 창피했다. 그래서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기자) 이런 교육 장소를 어떻게 알고 공부를 결심했는가?

김용숙) 전에도 공부를 시작하려고 몇 군데 학원을 다니긴 했지만 중도에 두어 번 포기한 적이 있다. 우연한 기회에 학교를 지나가다가 들어가 상담을 하게 되었는데 학력 인증 학교라는 말을 듣고 다니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다. 졸업을 할 수 있어서 기쁘다.

정복남) 광고지를 보고 알게 됐다. 몇 달 있으면 고등학교를 졸업을 한다는 것이 가슴 벅차고 행복하다. 이렇게 배울 기회를 만들어준 학교 관계자 분들께 감사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학업을 할 수 있게 응원해주는 가족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

진형중고등학교 학교 행사 모습

진형중고등학교 학교 행사 모습

진형중고등학교의 장점은 나이에 구애 받지 않고 등록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정부가 학력을 인정하면서 2년 만에 일반 중고등학교의 3년 과정을 이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피치 못한 사정으로 학업을 못한 분들이 이 기사를 보시고 늦게나마 적극적으로 배움의 장에 참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시교육청은 배움의 기회를 놓친 성인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서울에 14개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만학도를 만나다보면 학교에 다니는 것 자체가 부끄러워 가족들에게도 알리지 않는 분들이 있다. 뒤늦게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또 도전하려는 사람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배운다는 것은 죄가 아니며 부끄러운 것도 아니다"라고.

#진형중고등학교 #만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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