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방의 감초’, 어디에 보관할까?

시민기자 박분

발행일 2014.10.30. 14:49

수정일 2014.10.30. 17:04

조회 1,920

약장, 건강을 염원하다 전시실 모습

약장, 건강을 염원하다 전시실 모습

우리 조상들은 병을 치료하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약을 귀하게 다루었고, 약을 분류·보관하는 약장도 소중히 여겼다. 궁궐 내의원과 한약방에 두루 쓰이면서 사람들의 건강을 책임져 왔던 약장에 대한 전시회가 현재 허준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과 공동기획전으로 여는 '약장(藥欌) 건강을 염원하다'에는 한독박물관 등 14개 박물관에서 전시품 대여에 도움을 주었다. 약장이 전시된 곳은 허준박물관 3층의 의약기실이다.

전시실에 들어서자 왕실 휴대용약장(한독의약박물관 소장)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국왕이 선왕의 능에 가거나 사냥을 나갈 때 휴대했던 약장이다. 갈색빛깔의 약장에는 약재의 향기가 칸칸이 스민 듯하다. 백출, 숙지황, 당귀… 서랍마다 약재 이름들을 달았다. 빼곡한 서랍들 중에 유독 큰 서랍이 있다. 감초 서랍이다. 감초는 약장 하단 중앙에 자리 잡고 있다. 어떤 약장을 둘러봐도 똑같았다. 손만 뻗으면 바로 닿을 수 있는 곳에 감초가 자리 잡고 있음은 감초가 여느 약재와도 잘 어우러져 많이 쓰이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약재는 사용 빈도에 따라 실용과 편리를 고려해 서랍에 배치되기 때문이다.

"약장의 다리는 복을 의미하는 박쥐문으로 만들어 복을 기원했다"며 박물관의 학예사가 설명을 해주었다. 궁궐내의원과 한약방은 약을 전문으로 다루고 병을 치료하던 곳 습기 벌레 햇빛으로부터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서랍이 많은 큰 약장을 사용했다.

고가이거나 위험성이 큰 약재는 전용 약장을 만들어 보관하면서 관리에도 정성을 기울였다. 인삼처럼 왕실에서 사용하거나 외국사신에게 선물할 정도로 귀한 약재는 화려한 장식을 더한 전용약장에 넣어 보관했다. 독극약 같은 경우는 다른 약재와 섞이지 않도록 따로 두면서 '독 극'이란 글씨를 크게 써 경계했으며, 자물쇠를 채우는 등 다른 약재보다 철저히 관리했다.

약장의 주 기능은 방습, 방충, 차광, 상온 유지 등을 고려하여 한약재를 보관하고, 사용 시에 편리하도록 약물을 분류하는 것이다. 재료는 느티나무·회화나무·단풍나무·버드나무 등 다양하지만 쉽게 구할 수 있는 소나무와 고급재인 오동나무가 가장 많이 쓰였다. 또 서랍 앞부분만큼은 목질이 단단한 느티나무·감나무·회화나무를 사용해 쥐·해충·습기 등을 막았다. 약을 담는 서랍 칸수는 보통 50~70개로 1개의 서랍은 다시 1~3칸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약장의 아래쪽은 서랍을 가장 크게 해 약첩에 자주 쓰이는 약재를 보관했다. 그런가 하면 약재 중에 회향, 계피, 익지인 등 방향성이 높은 약재는 구멍이 뚫린 서랍뚜껑을 덮어 향기의 유실을 줄이기도 했다. 약의 이름은 음각으로 새기거나 새긴 곳에 흰가루분을 넣어 메우기도 했는데 위험한 독극약은 주묵(朱墨)을 사용해 표시하기도 했다.

우리 조상들은 저고리 고름이나 치마허리에 다는 향갑, 향낭에도 향이 좋은 비상약재를 넣어 몸에 지녔다. 양반집에 있던 상비약을 넣어두는 휴대용 약장 덮개에는 자물쇠가 달리기도 했다. 퇴침형 약상자에는 향이 좋은 약재를 넣어 베개 겸 팔걸이로 사용했는데 수명을 더 늘려나가라는 글귀를 새기기도 했다. 나전인삼갑은 인삼과 같은 고가의 약재를 보관하던 약상자로 나전으로 당초(덩쿨잎)문양을 장식했다.

약장이 그려진 책가도(한국등잔박물관 소장)와 함께, 약장이 있는 방 창문에 걸어 햇빛을 가리는 가리개(한국자수박물관 소장)도 함께 전시돼 우리 조상들의 정성과 지혜, 건강과 장수에 대한 염원을 가늠케 했다.

가리개 네 귀에는 박쥐문양, 부귀 장수를 뜻하는 모란, 목숨 수자를 색실로 수놓았다. 장수를 상징하는 십장생 문양이 그려진 백자병, 탕약을 담았던 약사발 등의 탕약 저장용기도 보인다.

또 약장 서랍 속 약재를 만져보고 약재향도 직접 맡아 볼 수 있도록 약장에 약재가 함께 전시돼 있다. 총 60여점의 유물을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약재의 향을 직접 맡아보고 만져 볼 수 있는 약재체험도 가능하다. 약장전시 기간 동안 약초를 캐서 다려 먹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애니메이션도 상영된다. '약장(藥欌) 건강을 염원하다' 공동기획전은 강서구 가양동에 위치한 허준박물관 의약기실에서 11월 30일까지 진행된다.

문의: 허준박물관 02-3661-8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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