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시민기자 황에녹

발행일 2014.10.05. 23:40

수정일 2014.10.10. 19:09

조회 1,313

봉래 가을 한마음 운동회 모습

봉래 가을 한마음 운동회 모습

초등학교의 가을 운동회가 우리 동네 축제이기도 했던 시절이 있다. 요즘 서울에 있는 학교들은 운동장 규모가 크지 않아 가을 운동회가 아예 없어진 학교도 많다고 한다. 가을 운동회의 추억을 갖지 못하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요즘 같은 때에, 지난 2일 서울 봉래초등학교에서는 '봉래 가을 한마음 운동회'가 개최되었다. 오후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고 아침 일찍 비가 온 터라 날씨는 좋은 편이 아니었으나 아침 9시부터 운동회는 예정대로 시작됐다. 운동회의 상징 '만국기'가 운동장에 펄럭인다. 인조 잔디 구장의 운동장과 운동장 밖의 트랙은 운동회를 실감 나게 한다. 아이들의 함성이 유난히도 크게 들리고 시작 전 준비체조 시간이 마냥 즐거워 보인다. 봉래초등학교 김인숙 교장은 "지난 밤에 운동회 날, 비가 오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는데 어린이들의 함성을 들으니 그 두려움이 모두 달아났다. 같은 반의 친구가 청군, 백군으로 나누어져 경기 하는데 정정당당하게. 질서 있게, 협동심을 발휘하여 한마음으로 하자" 라며 개회사로 첫 시작을 알렸다. 응원석에 앉은 학부모도 청군과 백군으로 나누어 응원한다. 어린이들은 개선문에서 청군과 백군으로 갈라져서 당당히 입장한다. 응원단의 힘찬 응원이 시작된다. 먼저 6학년의 지구 넘기기, 5학년의 홉 레이스 경기가 시작 된다. 홉 레이스 경기는 아래를 지날 때는 점프를 해야 하고 돌아 올 때는 위로 가기 때문에 머리를 숙여야 하는 게임이다. 청군이 먼저 100점을 가져간다. 게임에 진 백군은 50점이다. 트랙에서는 3, 4학년의 개인 달리기가 시작된다. 80m 거리를 전력 질주한다. 1, 2, 3등에게는 손목에 도장을 찍어 준다. 모두가 큰 상품을 받는 것도 아닌데 온 힘을 다하고 목청을 높여 응원한다.
공굴리기 게임

공굴리기 게임

1학년 어린이들이 작은 공으로 상대편에게 공을 던져 넘기고 그 공을 바구니에 넣는다. 볼풀공 던지기 게임이다. 학부모들의 응원도 대단하다. 오늘 행사에는 조부모들도 낚시게임에 참여한다. 큰 통에 선물이 가득 담겼다. 조부모들은 잠자리채를 가져와 선물을 가져간다. 어떤 분은 잠자리채에 선물을 두 개나 담아가는 분도 있다. 조부모 게임을 응원 하는 명선씨는 "1학년 하정훈 어린이의 학부모다. 오늘 운동회를 생각하여 하루 월차를 내고 참여하였다. 남편과 할아버지, 할머니 모든 식구가 총동원되었다. 25년 전 운동회 때 족두리 쓰고 꼭두각시 무용을 할 때가 생각이 난다"라며 말하며 추억에 잠긴다. 학부모를 위한 시간으로는 '훌라후프 챔피언' 결정전이 있었다. 청군 백군 어머니들이 참여하여 실력을 겨루었는데 한 발로 훌라후프 돌리기에 모두 탈락한다. 최후 결정전 2명에서 1학년 김동준 어머니가 챔피언이 되었다. 1학년 어린이의 단체 큰 공 굴리기와 2학년 깃발 옮기기를 마침으로 오전 프로그램이 끝났다. 점심시간에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어린이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급식을 먹고 오후 1시부터 다시 오후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다행히 비는 그치고 오후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벽돌 쌓기, 큰 공 옮기기, 한마음달리기의 단체게임에 이어 터널통과릴레이가 있다. 긴 터널을 통과하고 반환점을 돌아 이어 달리는 게임으로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청팀, 백팀으로 나누어 협동하는 아이들

청팀, 백팀으로 나누어 협동하는 아이들

운동회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전통의 청백 계주다. 저학년과 고학년 팀으로 나누어져 청백 계주가 시작됐다. 항상 그렇듯이 바톤을 떨어뜨린 어린이, 넘어지는 어린이도 있지만 결승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저학년은 청군이 이기고 고학년은 백군이 이긴다. 올해 우승 트로피는 20점 차이로 백군이 가져간다. 정미연 지도교사는 "10월의 청명한 하늘, 초등학교 가을 운동회는 옛날 초등학교 시절 생각이 나게 한다. 교사로서 가을 운동회는 예전에는 무용 중심이었으나 올해는 게임 위주가 되어 학생들은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준비하는 과정이 항상 힘들지만, 가을 운동회를 마치면 학생들이 더 단합되고 공부하는데 집중력이 생겨 좋다"라고 말했다. 5학년에 재학 중인 신온유 어린이는 "가을 운동회는 내년에 열리지 않는다. 6학년 때 한 번 더 운동회를 하고 싶은데 쑥향제 만남아 있어 아쉽지만, 오늘 5학년의 단체게임 홉 레이스와 터널통과 레이스는 모두 청팀이 이겨 기뻤다"라며 웃는다. 서울 봉래초등학교는 가을 운동회가 2년 마다 열린다. 내년에는 쑥향제로 열리고, 내후년이 되어야 가을운동회를 만날 수 있다. 운동회가 끝난 후 모두 함께 교가를 제창한다. 봉래 가을 운동회는 청군도 백군도 모두 승리한 한마음 운동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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