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오니 명절 기분 나네

시민기자 이승철

발행일 2014.09.03. 14:25

수정일 2014.09.03. 14:25

조회 1,129

수북이 쌓여 있는 햇밤과 대추

[서울톡톡] "저는 설이나 추석이나 명절 때면 항상 이곳에서 장을 봅니다."

"필요한 것 다 있고, 값도 엄청 싸거든요, 어딜 가서 이런 좋은 물건을 이 값에 사겠어요? 백화점이나 대형매장이 좋다고요? 천만의 말씀, 어림없어요."

"그럼은요, 방금 손님들도 말씀하셨지만 농수산물이나 일반 식료품은 우리 경동시장보다 더 싸게 파는 곳, 아마 없을 걸요"

배낭을 짊어진 70대 노부부가 북어포를 흥정하며 말하자 가게 주인이 거들고 나선다. 이들 노부부는 몇 년 전부터 명절이 다가오면 항상 이곳 경동시장에서 제수용품이며 명절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한다고 한다. 배낭이 묵직해 보인다. 무엇 무엇을 샀느냐고 물으니 대부분 추석에 쓸 제수용품이라고 한다. 노인부부는 아직 완전히 마르지 않고 꾸들꾸들한 커다란 대구포 3마리와 민어포 한 마리를 사들고 일어났다.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우리 민족의 큰 명절인 추석을 며칠 앞둔 경동시장은 장보러 나온 시민들로 가득했다. 시장 거리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 옮겨 다니기도 만만치 않다. 그래도 사람들은 요리조리 잘도 비켜 다니며 물건을 산다. 가게 앞마다 물건을 고르고 흥정하는 풍경이 예스럽고 정겹다. 그런데 사람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대부분 50대 이상의 노인들이다. 어쩌다가 오가는 젊은 사람은 대부분 상인들이다.

붐비는 시장거리

"이런 시장에 나와야 명절 맛도 나고, 흥정하는 재미도 있고, 안 그래요? 허허허"

까만 비닐봉지에 과일 몇 개를 사들고 가게를 기웃거리던 노인이 멋쩍게 웃는다. 사는 집이 멀지 않은 곳이어서 자주 경동시장을 찾는다는 노인은 시장 분위기를 즐기는 표정이었다. 어디 앉아서 쉴만한 곳도 없고 불편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쉬기는 무슨, 이렇게 돌아다니며 구경도 하고 특별히 값싼 과일이나 생선 만나면 한 보따리 사들고 가는 거지"하며 껄껄 웃는다.

평소에도 나이든 손님들로 붐비는 시장이지만 추석 밑이어서 분위기는 한결 더했다. 가지런히 쌓아 놓은 과일 상자들과 수북수북 쌓여 있는 대추며 밤, 그리고 사과와 배, 나물들이 풍성한 추석한가위를 실감나게 한다. 생선이나 고기를 파는 가게들과 건어물, 야채가게들도 손님들로 북적거리기는 마찬가지다.

손님을 부르는 상인들의 목소리도 활기가 넘친다. 그동안의 사회적인 불경기 속에서 가뜩이나 위축되었던 재래시장이 이번 추석을 맞아 활기가 살아나는 것 같은 모습이다. 젊은 시민들의 모습이 별로 보이지 않아 아쉽지만 명절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예스러운 경동시장에서 함께 어우러져 사는 시민들의 정다운 풍경을 볼 수 있었다.

○ 시장위치 : 동대문구 제기동 일원
○ 대중교통 : 지하철 1호선 제기동역 2번 출구, 청량리역 1번 출구
                   버 스 51, 167, 65, 88, 1224,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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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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