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열매, 동물들에게 양보하세요!
발행일 2014.09.02. 11:05
[서울톡톡] 서울의 허파이자 시민들의 휴식처인 북한산에는 신갈, 굴참, 상수리, 졸참, 갈참, 떡갈나무 등 참나무류의 나무들이 많이 살고 있다. 이맘때쯤 이 나무들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열매가 도토리다. 도토리는 참나무류 나무들의 번식을 위한 종자(씨)이기도 하고 산 짐승들에겐 고마운 먹거리이기도 하다. 지난 주말 찾아간 북한산 들머리에 붙어 있는 현수막이 눈길을 끌었다. "국립공원내 도토리 채집행위를 집중단속한다"는 내용이었다.
북한산 가을 단풍철을 맞아 11월 20일까지 등산객들의 불법행위 방지 홍보와 함께 단속을 한단다. 탐방지원센터 직원에게 물어보니 도토리를 포함한 열매 등을 채취하여 국립공원 밖으로 유출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고. 하지만 그 의미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다보니 여전히 산에서 도토리를 주워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등산객들은 그저 재미와 호기심으로 별 생각 없이 하는 일이겠지만 주말엔 수많은 인파로 줄을 서는 북한산을 떠올려볼 때 야생동물들에겐 생존을 위협당할 수도 있겠다.
산행을 하다 보니 집중단속 현수막을 붙이는 게 무리가 아닌 장면을 여럿 보게 되었다. 남녀노소 불문 도토리를 줍는다. 양파망처럼 생긴 망을 하나씩 들고 산을 훑는 여성들도 보았다. 너무 심한 것 같아 집중단속 현수막 얘기를 하며 지적을 하니 주섬주섬 추려 배낭에 넣는데, 얼핏 봐도 배낭 반을 채울 정도로 그득했다. 게다가, 어떤 산길에서는 나무에 발길질 하는 사람도 보았다. 왜 그런가 했더니 도토리를 떨어뜨려 더 줍고자 함이다. 하산길의 작은 식당들 앞엔 채취해 온 많은 도토리를 큰 쟁반에 올려놓고 말리고 있었다.
도토리는 흔히 다람쥐의 먹이로 알려져 있지만, 도토리를 먹이로 하는 야생동물은 다람쥐 외에도 많다고 한다. 멧돼지, 고라니, 너구리 등 큰 동물에서부터 청설모, 산 쥐 등 작은 동물에 이르기까지 포유류 종류는 모두 도토리를 먹이로 삼고 있다. 또 새들도 도토리를 먹는다. 이렇게 탐방객들이 재미로 주워가는 도토리, 밤, 잣 등의 야생열매는 먹잇감이 부족한 겨울철 야생동물들의 중요한 저장식량이자 곤충의 산란장소로 생태계의 균형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거위벌레가 그런 곤충으로 새끼 유충을 도토리 속에 넣어 살게 하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인간들이 도토리를 주워 가는 것은 단지 야생동물들의 먹이를 좀 가로채는 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숲의 정상적 성장을 저해하고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행위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국립공원 직원들의 전언이다. 모든 열매가 그러하듯 도토리도 참나무의 번식을 위한 종자이기 때문이다. 동물들은 열매를 먹이로 삼는 대신 종자를 멀리 퍼트리는 구실도 해주지만, 인간들의 열매 채취는 숲에서 나무의 종자를 계속 줄어들게 할 뿐이라는 것.
북한산국립공원에서는 도토리를 반출하는 행위가 매년 급격한 증가 추세에 있어 금년에도 많은 탐방객이 도토리 등 야생식물 반출행위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도토리열매가 익어 떨어지는 9월에 집중 발생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이번 집중단속 기간 중에 적발될 시 자연공원법에 의거 과태료부과 처분(10만 원 이하)할 계획이며 특히, 특별 단속대상으로 등산 가방을 이용해 고의적으로 다량 채취하는 경우 등 계획적인 반출행위에 대해서는 고발조치(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등 강력히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국립공원은 사람들에게 휴식처 역할을 하는 공원이기 전에 야생동물의 삶터이기도 하다. 이런 캠페인과 단속을 계기로 등산객들의 인식전환이 절실히 필요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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