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에게 맞는 데이트 폭력의 심각성
하재근(문화평론가)
발행일 2014.09.01. 10:26
[서울톡톡] 한류스타 김현중이 최근 충격적인 의혹을 받고 있다. 여자친구 측에서 상습폭행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그녀는 '때린 후 사과하고 용서해주면 또 때리는 패턴'이었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김현중 측은 상습폭행 등 현재 제기된 의혹들은 과도하게 부풀려진 것이며 우발적 몸싸움이 한 번 있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향후 경찰조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으로 인해 '데이트 폭력'의 심각성이 사회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데이트 폭력이라 함은 남녀의 연애 과정과 이별의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체의 언어폭력, 성폭력, 물리적 폭력 등을 통틀어 가리키는 말이다. 가정폭력의 심각성이 최근 우리 사회에서 중요하게 인식되는 데에 반해 데이트 폭력은 여전히 남녀 사이의 사랑싸움으로 치부돼 그 심각성이 간과되어 왔다.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연인을 때려 처벌 받은 이가 2만 449면에 달한다. 흉기 등을 사용한 심각한 폭력 사건이 3,473건이었고, 살인사건도 143건이나 됐다. 보통 데이트 폭력이 남녀 사이의 내밀한 일로 여겨져 신고 자체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신고를 한다 하더라도 경찰 측이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진 상황에서 일 년에 7,000명 이상씩 처벌받는다는 사실은 정말 놀랍다. 처벌받는 이가 이 정도라면 실제로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데이트 폭력으로 고통 받고 있다는 뜻이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2014년 조사에선 응답자의 72.3%가 데이트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13년 연구에선 이성교제를 경험한 학생 3명 가운데 1명이 데이트 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아주 많은 사람들이 데이트 폭력 문화에 길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여성들이 데이트 폭력과 사랑을 혼동한다. 일반적으로 심각한 데이트 폭력의 가해자는 대부분 남자인데, 보통 남자가 자신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집착하고 때론 흥분한다고 여긴다. 폭력을 가한 남자는 평소엔 오히려 매우 자상하고 잘 해주는 경향이 있다. 문제를 저지른 후 사과하면서 더욱 잘해주면 여자들은 '사랑해서 그러려니'하고 넘어가다가 일을 키운다.
처음 폭력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것이 자신을 때리는 것이 아닌 단순 폭언이나 벽을 치는 행위 정도라 하더라도 본인이 위협감을 느꼈다면 분명하게 의사표현을 해야 한다. 그러고도 폭력적인 상황이 반복된다면 일찌감치 관계를 끊어야 한다. 그런데 초기에 '사랑해서 그러려니'하고 넘어간 다음엔,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는데 이미 관계단절의 시점을 놓쳐 오랫동안 고통 받게 된다. 뒤늦게 이별을 통보하면 남자가 여자를 협박하거나, 더욱 강도 높은 폭력을 행사하거나, 이별 후 스토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데이트 폭력을 사랑싸움, 남녀 사이의 내밀한 일 정도로 여겨왔다. 과거에 한 여성이 애인에게 맞았다고 신고하자 경찰이 '두 분이 알아서 해결하시라'고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것을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야 할 시점이다. 데이트 폭력 피해자들도 이제는 적극적으로 신고해 문제를 드러내야 한다. 김현중 사건은 그 실체적 진실과는 별개로 데이트 폭력을 사회적으로 공론화시킨 의미있는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데이트 폭력의 심화는 한국사회 정신문화의 총체적 붕괴의 징후라 할만하다. 어렸을 때부터 오로지 경쟁교육만 받으며 정신적 성찰의 힘, 자존감, 인간 존엄성에 대한 인식이 형성되지 않고 커서는 무한경쟁 사회에서 상대적 박탈감과 불안감에 시달리기 때문에, 이성관계에 과도하게 집착하며 현실의 무력감을 상대에 대한 통제감으로 풀려 한다. 상대의 이별통보를 자신에 대한 전인격적 부정으로 받아들여 필요 이상으로 분노하기도 한다. 데이트 폭력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함께, 정신적 원인을 어렸을 때부터 해결해가야 문제가 나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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