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도 박스, 평면 그림에 입체감을 심어주는 마법
서울시설공단
발행일 2014.07.30. 13:35
[서울톡톡] 3D안경을 끼고 영화를 본 사람들은 화면을 향해 한번쯤 손을 휘저어 봤을 것이다. 하물며 2차원 그림에 3차원에서나 가능할 부피를 부여한 '섀도 박스'를 만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자연스럽게 박스 안 풍경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단면 그림이 겹쳐져서 '공간'이 되는 종이 예술. 국내에서 보기 드물게 섀도 박스를 보고 배울 수 있는 곳인 이브아트의 최형애 대표를 만나고 왔다.
- 섀도박스, 생소한 이름인데 어떤 작업인지 설명 부탁드려요.
▲ 섀도박스는 같은 그림을 여러 장 가지고 각자 다른 부위를 오리고 원근감 있게 배치해서 두께가 있는 상자에 넣는 공예에요. 똑같은 그림 10장이 사용되는데요. 한 장은 맨 끝에서 배경 역할을, 한 장은 중간에 서 있는 마차와 사람, 한 장은 꼬리를 흔드는 개, 이렇게 장마다 입체감을 표현할 수 있게 자르고 붙이는 작업을 해요.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보면 한 번에 알게 되는데(웃음). 섀도 박스와 기본 그림을 옆에 두고 비교해서 보면 그 차이를 명확하게 알 수 있죠.
- 그림에 3D 효과를 준 거 같네요. 도안은 직접 만드시는 건가요?
▲ 아니요. 기존에 있는 그림을 보고 저작권료를 지급하고 수입을 해요. 한번 나갈 때마다 100장 정도 수입하거나 아는 분이 나가면 부탁해서 교환하기도 하고요. 섀도 박스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한 작가가 있는데 네덜란드 작가인 안톤 픽, 미국 작가 모헤드 그 외에도 유명한 분들의 그림으로 만들어요. 수채화나 유화는 선이 불명확해서 자를 때 힘들거든요. 그래서 명확한 선을 가진 그림들을 주로 다뤄요. 이제는 그림만 봐도 사이즈가 나와요.
- 언제부터 섀도 박스를 하셨는지 궁금해요.
▲ 제가 시부모님을 모셨는데 두 분 다 돌아가시던 해부터 시작했어요. 그때까지 수발만 하던 주부였는데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진 거죠. 그러던 차에 동사무소에서 조사 같은 걸 나왔는데 그분이 동사무소에서 강좌를 한다고 알려주더라고요. 그래서 배웠고, 재능기부처럼 수녀님들, 학생들 대상으로 개인지도도 하고 본격적으로 강좌도 맡아서 하고 그랬어요. 나름 재능이 있었나 봐요(웃음).
- 남대문로지하상가엔 어떻게 자리를 잡으셨어요?
▲ 여기에 온 지는 7년 정도 됐어요. 아이들을 키우다가 고등학교 들어갈 무렵부터 좌절이 왔어요. 내 자식인데 내 맘대로 되지 않더라고요(웃음). 정신적으로 유쾌하지 않은 시기였는데 강사를 하는 와중에 재료를 사러 왔다가 빈 가게가 있다는 말을 들은 거예요. 작업할 곳이 필요하기도 해서 들어왔어요.
- 평범한 주부가 장사를 시작할 때는 두려움도 많았을 거 같은데 문 열던 첫날 기억하시나요?
▲ 가슴이 너무 떨렸다고 해야 하나. 저는 옆 칸에서 수강 위주로 했고, 장사하시는 분이 따로 있었거든요. 처음에는 내 금고문을 여는 게 너무 어색한 거예요. 지금도 아는 사람이 오면 돈 받기 무안한 그런 게 있죠. 이 전에는 계속 가정주부였기 때문에, 지금 생각하면 개인적으로 성장을 많이 한 거 같아요.
- 오랜 기간 동안 공들여 만드는 섀도 박스의 매력은 뭘까요?
▲ 자녀를 낳는 기분이라고 하면 알까요? 종이를 조각조각 오려서 사람을 만들고 성을 만들고 그렇게 조각을 다 만들어요. 다음 장에 어떻게 붙일지 생각해가면서. 맨 마지막 작업으로 박스 안에 조합하고 안치를 한다고 하거든요. 그게 재미있어요. 실리콘으로 높낮이를 계산하면서 붙이고, 다 하고 액자에 넣을 땐 정말 기쁘죠. 이걸 하나 완성하려면 다른 일을 잘 못해요. 한번 앉으면 3~4시간은 훌쩍 가거든요.
- 작품 하나 하는데 보통 수강료가 어느 정도인가요?
▲ 저작권을 같이 사오는 거기 때문에 조금 비쌀 수 있지만 그림 10장이면 8만 원 정도 해요. 물론 사이즈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요. 한 달에 한 작품 한다고 하면 레슨비는 10만 원, 액자까지 입히면 20만 원 초반 정도고요. 뭐든 처음에 등록하면 재료비, 수강비 드는 건 똑같잖아요. 어느 정도 배우면 수강료랑 그림 하나만 가지고 공들이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다른 공예와 비슷한 수준이에요. 집에서 혼자서 할 수도 있고요.
- 어떤 분들이 배우면 좋을까요?
▲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하지만, 외국에는 꽤 알려진 공예거든요. 전통도 있고요. 제가 해왔던 바로는 마음의 안정을 찾고 싶은 분들이 하면 좋겠어요. 제가 요즘 갱년기를 겪고 있는데, 갱년기나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이 이걸 하고 나서 극복했다는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 한순간에 집중해서 몰입할 수 있으니까요. 아쉬운 건 공예도 유행을 타는데 점점 하려는 사람이 없어진다는 거죠. 그래서 생활에 접목할 수 있는 가구에 섀도 박스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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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은 서울시설공단(http://sisul.or.kr)에서 발행하는 지하도상가 매거진 G:HA[지:하]를 편집한 것으로 베네핏 매거진(http://www.benefit.is/)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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