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선물과 손편지로 건넨 첫인사, '이사데이 이웃데이' 캠페인

시민기자 김성무

발행일 2026.09.21. 13:29

수정일 2026.09.21. 13:29

조회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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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자원봉사센터의 ‘이사데이 이웃데이’ 캠페인은 이사한 공동주택 주민이 아래·위·옆집 3가구에 손편지와 선물이 담긴 ‘첫인사 키트’를 전하는 활동이다. 기사 작성자는 900세대가 넘는 오피스텔에서 신청해 키트를 받은 뒤 세 집 문 앞에 전달했고, 이웃을 ‘모르는 사람’으로 두지 않겠다는 마음을 전했다.
이사데이 이웃데이 로고 쇼핑백과 손 편지 등이 담긴 ‘첫인사 키트’ ©김성무
이사데이 이웃데이 로고 쇼핑백과 손 편지 등이 담긴 ‘첫인사 키트’ ©김성무
이사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아래·위·옆집 사람들의 얼굴을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다. 엘리베이터에서 스쳐도 눈을 피하고, 복도에 담배 냄새가 올라와도 어느 집에서 나는지 알 수 없어 그냥 참는 일이 익숙해졌다. 900세대가 넘는 대형 오피스텔에 살다 보니 정겨운 느낌의 ‘이웃’이라는 단어는 오래전에 잊힌 말이 됐다. 그러던 중 서울시자원봉사센터‘이사데이 이웃데이’ 캠페인을 알게 됐다.

문고리에 편지를 거는 캠페인

이사데이 이웃데이는 이사한 공동주택 주민이 아래·위·옆집 세 가구에 손편지와 선물이 담긴 ‘첫인사 키트’를 전하는 캠페인이다. 참여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구글폼에 참여 사연을 적어 신청하니 며칠 뒤 택배로 키트가 도착했다. 신청부터 수령까지 특별히 어려운 절차는 없었다.
편지 작성부터 인증까지, 다섯 단계로 정리된 활동 방법이 리플릿에 적혀 있다. ©김성무
편지 작성부터 인증까지, 다섯 단계로 정리된 활동 방법이 리플릿에 적혀 있다. ©김성무

편지에 다 쓰지 못한 이야기

편지지를 앞에 두고 한참을 고민했다. 층간 소음이나 실내 흡연처럼 사소한 이유로 서로 날이 서 있는 이웃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팍팍해진 도시 생활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해 씁쓸했다. 이미 이웃 간 피로감이 충분히 쌓여 있는 상황일 것 같아 답장이나 답례는 정중히 사양한다는 말과 함께, 부담 갖지 말고 선물만 편히 받아달라고 적었다. 선물은 동구밭에서 만든 호랑이 모양 퍼퓸 바로, 복숭아와 재스민 향이 은은하게 나는 비누였다.
  • 몇 번을 고쳐 쓴 첫 인사 편지 ©김성무
    몇 번을 고쳐 쓴 첫 인사 편지 ©김성무
  • 이웃에게 전할 퍼퓸 바 ©김성무
    이웃에게 전할 퍼퓸 바 ©김성무
  • 몇 번을 고쳐 쓴 첫 인사 편지 ©김성무
  • 이웃에게 전할 퍼퓸 바 ©김성무

문 앞에 두고 온 것

편지와 선물이 담긴 쇼핑백을 세 집 문 앞에 조용히 내려놓고 인증 사진을 찍었다. 거창한 인사가 아니라, 부담 없이 건넬 수 있는 만큼의 거리였다.
현관문 앞 바닥에 놓인 이사데이 이웃데이 쇼핑백 ©김성무
현관문 앞 바닥에 놓인 이사데이 이웃데이 쇼핑백 ©김성무
벽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을 경계의 대상이 아니라 한 지붕 아래 사는 사람으로 다시 인식하는 것, 이 캠페인이 바라는 건 딱 그 정도였다. 대단한 친분을 쌓자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것부터가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편지를 전한 뒤에는 이웃의 반응을 확인할 방법이 딱히 없었다. 답장이 왔는지, 선물이 마음에 들었는지 알 길이 없어 며칠 동안은 복도를 지날 때마다 문을 슬쩍 바라보곤 했다.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이 이상하게 가벼워졌다. 인사를 받아줄지 말지는 이웃의 몫이지만, 적어도 내 쪽에서는 더 이상 ‘모르는 사람’으로만 남겨두지 않겠다는 작은 결심을 한 셈이었다.

900세대가 넘는 오피스텔에서 세 집에 인사를 건넸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기 전에 한 번쯤 얼굴을 익히고, 이름 없는 편지 한 장을 주고받는 일이 얼마나 사소하면서도 필요한 일인지 분명해졌다. 이웃은 원래 그렇게, 작은 인사 하나로 시작되는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아직 인사를 나누지 못한 이웃이 있지만 기회가 된다면 먼저 인사를 건네고 싶다. ©김성무
아직 인사를 나누지 못한 이웃이 있지만 기회가 된다면 먼저 인사를 건네고 싶다. ©김성무

시민기자 김성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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