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산수화의 거장, 겸재 정선을 만나다…겸재정선미술관 나들이

시민기자 김종성

발행일 2026.04.30. 09:17

수정일 2026.04.3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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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 정선 탄생 350주년 기념 특별 기획전 ‘소나무, 늘 푸르른’
정선이 양천 현령으로 재직했던 곳에 자리한 겸재정선미술관 ⓒ김종성
정선이 양천 현령으로 재직했던 곳에 자리한 겸재정선미술관 ⓒ김종성
명승지라 불리는 경치 좋은 곳에 가면 안내판에 명승지를 그린 그림과 함께 꼭 나오는 분이 있는데 바로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의 대가 겸재 정선(1676~1759)이다. 국보·보물로 지정된 작품이 12건이나 될 만하다. 중국에서 전해진 남종화풍에서 벗어나 그만의 독창적인 화법을 세운 문인 화가다.

금강산과 관동팔경은 물론이고 서울의 산과 한강 주변 풍경들을 화폭에 담아 친근하게 느껴지는 화가다. 특히 영조 때인 280여 년 전 그린 <압구정>, <동작진>, <양화환도> 등 한강의 옛 풍경을 그린 화첩 <경교명승첩>은 마치 배를 타고 한강을 유람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햇볕 잘 들고 물 맑은 한강마을 강서구 가양동에 겸재 정선의 삶과 작품을 톺아볼 수 있는 겸재정선미술관이 있다. 매주 월요일 휴관이며, 관람료는 1,000원으로 매월 2, 4주 토요일은 무료다. 대중교통편은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1번 출구), 5호선 발산역(3번 출구) 앞에서 마을버스 강서06번을 타고 미술관에서 하차하면 된다. 한강가에 있어서 서울시 따릉이를 타고 찾아가기도 좋다.
진경문화체험실 ⓒ김종성
진경문화체험실 ⓒ김종성

겸재 정선 탄생 350주년 기념 특별 기획전 ‘소나무, 늘 푸르른’

겸재정선미술관은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된 구립 문화시설이다. 미술관 1층에는 양천현아실, 기획전시실이, 2층에는 정선의 생애 및 작품을 살펴볼 수 있는 겸재기념관실과 정선이 여행한 전국의 명승지를 그린 작품을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작은도서관, 진경문화체험실이 있어 정선의 작품을 학습하고 체험할 수 있다. 3층에는 카페와 아트숍 등이 있다.

진경문화체험실에서는 진경 퍼즐 맞추기, 한양진경 지도 만들기, 진경산수화 따라 그리기 등을 해볼 수 있다. 카페에서는 커피를 비롯해 궁중한차, 캐모마일 등 다양한 음료를 2,000원에 판매한다. 아트숍에서는 미술관이 소장한 겸재의 작품을 활용해 제작한 부채, 그림 액자, 가방 등 다양한 굿즈를 판매하고 있다.
겸재 정선 탄생 350주년 기념 특별 기획전 ⓒ김종성
겸재 정선 탄생 350주년 기념 특별 기획전 ⓒ김종성
현재 겸재 정선 탄생 350주년을 기념한 특별 기획전 ‘소나무, 늘 푸르른’이 6월 21일까지 열리고 있다. 제1기획 전시실에서는 ‘장생, 기개, 은일’을 주제로 조선 후기 화가들이 그린 다채로운 소나무가 나온다. 제2기획 전시실은 주제 ‘상징에서 풍경으로’에 맞게 소나무가 근현대 작품을 중심으로 변화한 시선을 보여준다.

전시는 정선의 <사직노송도>를 중심으로 김홍도의 <송하선인취생도>, 이인문의 <송하담소도> 등 조선 회화를 비롯해, 근대 채용신의 <십장생>, 현대의 박노수 박대성 이이남 등의 작품까지 폭넓게 감상할 수 있다.

전시를 보면서 놀랐던 건, 정선은 개성적인 화풍 못지 않게 색을 잘 쓴다는 점이다. 미술관 해설사는 당대의 화가들과 달리 겸재는 수묵화에 색을 화려하고 다채롭게 칠한 화가라고 한다. 특히 그의 작품 <사문탈사>에 나오는 절집의 벽은 분홍빛이다. 당시에 분홍색을 쓴 화가는 겸재 말고는 없었다고.
전국의 이름난 명승지를 화폭에 담은 겸재 정선 ⓒ김종성
전국의 이름난 명승지를 화폭에 담은 겸재 정선 ⓒ김종성

조선 후기 화가의 모범이 된 진경산수화의 거장

겸재정선미술관이 이곳에 자리한 이유가 궁금했는데, 1740년부터 45년까지 양천현(현 강서구)의 현령(현 구청장)으로 근무했다고 한다. 겸재 정선은 우리나라 화가로는 최고의 지위인 종 2품의 관직에 올랐다. 특히 영조 임금이 정선의 재능을 아껴서 그를 전국에 명승지가 있는 곳의 지방관으로 임명해 명작을 그릴 수 있게 했다.  

30대 때의 금강산 여행과 40대의 강원도 하양 현감, 50대의 경상도 청하 현감을 지내며 각각 개성적인 화풍을 이루었다. 정선의 진경산수화는 60대 나이에 원숙한 경지에 오른다. 양천 현령으로 재직하는 동안 기념비적 역작을 남기게 되는데, 서울 한강 일대를 그린 <경교명승첩>, <양천팔경첩> 등이다.
양천 현령 재직시 한강 일대를 그린 명작 <경교명승첩> ⓒ김종성
양천 현령 재직시 한강 일대를 그린 명작 <경교명승첩> ⓒ김종성
겸재 정선을 세상으로 나아가게 한 금강산 ⓒ김종성
겸재 정선을 세상으로 나아가게 한 금강산 ⓒ김종성
겸재 정선을 일컬어 ‘소년가장 출신의 국민화가’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미술관에서 알고 보니 정선은 그림에 대한 재능과 노력으로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몰락한 양반 가문에서 어머니와 동생을 돌보며 생활이 어려운 가운데도 그림 실력을 갈고 닦았다. 

36세 때인 1711년 금강산 근처 고을에서 현감으로 재직하던 오랜 친구 이병연과 금강산에 갔는데, 이때 그린 <해악전신첩>이 세간의 화제가 되면서 그를 스타 화가로 만들었다. 이후 유명 화가이자 문신 관료로 인생 역전의 벼슬길에 오르게 된다. 

정선의 진경산수화는 정선화파를 형성하여 문인을 비롯한 화원이나 중인 화가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금강전도>는 그중에서도 단연 으뜸이다. 마치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시선으로 금강산 일만 이천 봉우리를 한눈에 들어오게 펼쳤다. 특히 봉우리 위로 푸른 하늘을 표현했는데, 조선 시대 회화에서 이렇게 푸른색을 쓴 예가 없단다. 
정선이 한강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렸던 궁산 소악루 ⓒ김종성
정선이 한강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렸던 궁산 소악루 ⓒ김종성
양천 현령 임기를 마치고 다시 서울로 돌아온 때 겸재는 일흔살 노인이 되었지만, <계상정거도>와 국보 <인왕제색도> 같은 불후의 명작을 남겼다. 천 원권 뒷면에 있는 그림 <계상정거도>는 퇴계 이황의 도산서당(현 도산서원) 주변을 그린 것이다. 이 그림은 고미술 역사상 최고가인 34억원에 낙찰되었다고 한다.

겸재정선미술관 관람 후 건너편에 있는 궁산 근린공원 산책은 필수 코스다. 궁산 꼭대기에 자리한 정자 소악루가 유명해진 건 이곳에서 바라본 멋진 풍경들을 겸재 정선이 화폭에 담았기 때문이다. <소악후월(小岳候月)>은 소악루에 올라 한강을 조망하여 그린 그림이다. 현재 소악루에 그의 작품 두 점을 볼 수 있다. 강 건너 남산을 바라보며 그린 <목멱조돈>과 갈안마재에서 피워 올리는 봉홧불을 바라보며 그린 <안현석봉>이다.

시민기자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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